왼쪽부터 루비의 공동창업자인 쌍둥이 자매 니카 마스프와 레일라 마수프.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친환경 직물생산 스타트업 루비 레버로티즈(Rubi Laboratories, 이하 루비)와 손잡고 배출된 탄소로 의류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2024년까지 제조업체와 시설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루비의 기술로 포집해 의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섬유 기술 스타트업 루비를 방문한 월마트 공급망 매니저 안드레아 알브라이트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루비를) 방문했을 때 기술 시연을 통해 처음으로 루비가 가진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기술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그것은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었다”라고 밝혔다.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라고 묘사한 것은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뽑아내 섬유화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존 탄소포집 기술을 통해 수집한 이산화탄소를 효소 작용을 거쳐 섬유로 뽑아낸다. 이는 2011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루비를 공동 창업한 쌍둥이 자매 니카 마수프와 레일라 마수프가 함께 개발한 기술이다. 두 사람은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셀룰로오스(식물을 구성하는 섬유질)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십대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두 자매의 생물공학 지식과 재능 덕분이었다. 니카 마수프는 고등학생 시절인 15살에 인공 광합성을 주제로 한 논문을 제출했다. 자매인 레일라도 같은 나이에 생물공학연구팀에 참가하는 등 어려서부터 해당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니카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이나대학의 소재공학과 경영학을 이중전공해 루비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레일라는 하버드 의대를 나와 뇌암 치료제 연구팀에 참가한 경력을 살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루비는 탈리스 캐피털과 파타고니아의 틴셰드 벤처스, 스웨덴의 H&M 그룹 등으로부터 1350만달러(약 172억원)를 투자받았다. 루비는 탄소를 포집해 원사를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대규모 생산은 못하고 있다.

월마트는 루비의 기술을 활용해 자사 내 공급망에 배출하는 탄소를 포집해 섬유로 재가공하겠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2024년부터 일부 시설에서 탄소를 포집하고 샘플 의류를 생산해 루비의 섬유 성능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시범 생산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월마트는 장기적으로 자사 공급망 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넘어 탄소흡수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보다 큰 규모로 의류 콜렉션을 출시해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루비의 공동 설립자 겸 CEO 니카 마수프(Neeka Mashouf)는 "루비는 새로운 공급망혁신을 통해 지구의 생태 균형을 복원하고 번영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 목표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미국 파트너로 구성된 공급망 전반에 덜친 월마트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우리의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약속을 이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월마트와 파트너십을 맺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월마트의 지속 가능성 노력은 규모를 활용해 사업장 어디에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루비의 믿음, 즉 피해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선을 행할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매장에서 구매하는 제품에서 적절한 가치와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의류 라인의 프로토타입 제작에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비는 이 파일럿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더 나은 환경에 기여하는 의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고객들도 그 일에 동참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마트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월마트는 재생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면서 지속 가능한 선택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파일럿 프로젝트는 포장재, 건축 자재, 식품, 심지어 새로운 원자재 개발 등 다양한 제품과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의류를 넘어서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은 엄청나며, 보다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 여정이 어디로 향할지 기대가 된다"라고 밝혔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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