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맞아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들이 변화했다. 닛케이 트렌디와 닛케이 크로스트렌디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9월 사이에 출시/발매된 상품 및 서비스를 대상으로 △판매 △참신성 △영향력의 3개 항목을 집중 검토해 2020 히트상품 베스트30을 선정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도쿄 올림픽 연기와 외출 자제로 인한 외식, 여행, 스포츠 관전 등의 자기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 생활을 포기하게 된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에 집안에서의 생활을 보다 재미있고 충실하게 해주는 무형의 IT/디지털 콘텐츠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또한 베스트 히트상품 트렌드는 코로나로 인한 뉴노멀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히어로'를 테마로 한 상품들이 주를 이뤘다.

◇ 대망의 1위,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올해 베스트 상품 1위는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鬼滅の刃·기메쓰 노 야이바)이다. 단행본으로는 사상 최고 속도로 1억권을 돌파했으며, 10월에 개봉한 영화는 개봉 10일만에 흥행 수입 100억엔(한화 약 1000억원)을 넘겼다. 이에 힘입어 소비재 기업들의 콜래보레이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2020년을 상징하는 메가 히트 상품으로 선정됐다.

도깨비에게 가족이 몰살된 주인공이 도깨비가 된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싸운다는 설정으로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감동과 공감, 그리고 용기를 줬다는 평가다. 특히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개봉 31일만에 누적 관객수 1700만명, 흥행수입 233억엔을 돌파하는 등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식품에서 의류까지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도 압도적인 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침체된 일본경기에 구세주가 되고 있다.

귀멸의 칼날 주요 파트너사인 로손 측은 "캐릭터의 머리색이나 의상이 특징이 강하고 색상과 무늬만으로 구분이 가능해 상품화하기 쉽다"라며 "특히 먹거리로 콜래보레이션한 오니기리는 30여종 중 일부가 발매로부터 6일간 인기 식품 순위 연속 1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열풍은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학생들의 부모와 그 위 세대까지 파급 확산되고 있다. '유니클로'는 귀멸의 칼날 극장판 1탄을 성인용으로 상품화했다. 이후 완판 행렬이 이어지자, 2탄을 키즈 라인으로 확대생산했다. 디저트 프랜차이즈 '스위츠 파라다이스'도 매장 내부와 상품을 귀멸의 칼날과 협업한 후 누적고객수 21만명을 넘기면서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좋아하는 캐릭터와 같은 컬러로 간편하게 컬러링 가능 한 컬러왁스는 누계 10만개 이상이 판매됐고, 음료 회사인 다이도는 귀멸의 칼날 캔음료 출시 3주 만에 5000만개가 팔리면서 전년동월대비 149.5% 성장했다.

◇ 마스크, 재택 관련 등 뉴노멀 아이템 인기
2위는 단연 마스크로, 외출 시 반드시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뉴노멀 시대의 대표적인 상품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브랜드가 여러가지 상품으로 새롭게 출시되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 나고 있다. 뉴노멀의 대표적인 현상인 재택근무를 위한 아이템들도 인기다. 4위인 화상회의 시스템인 Zoom, 6위인 에어팟프로(AirPods Pro)는 화상 회의 시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어, 재택근무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3위 닌텐도 스위치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1500만대 이상 판매됐다. 매출로만 환산하면 전년대비 73% 신장한 7695억엔(약 8조3385억원)으로 집계된다. 영업이익 2914억엔(약 3조1576억원)을 기록했다. 7위는 메뉴선택부터 결제까지 스마트폰으로 주문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키오스크 시스템 모바일오더, 13위는 운동부족 해소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링핏어드벤처가 이름을 올렸다. 링핏어드벤처는 160만개가 판매되는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15위 'pop In Aladdin 2'는 프로젝터를 탑재한 LED 라이트다. 천장 조명용 소켓에 끼우면, 본체에 동영상 전송 서비스 앱 등이 설치되어, 리모컨으로 간편하게 집에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뉴노멀 라이프를 위한 상품들도 대거 선정됐다.

◇ 코로나 무색하게 만든 한류 콘텐츠 열풍
12위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다. 이 드라마는 코로나로 지친 일본인들을 열광시키며, 넷플릭스 유료 회원수를 1년 만에 30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늘리는 데 일조했다. 지난 6월에는 넷플릭스 이용자 인기 콘텐츠 조사에서 귀멸의 칼날을 누르고 당당히 1위를 차지면서 올해의 유행어 대상 후보로도 선정됐다.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 뮤직이 기획한 한국형 글로벌 오디션 '니지프로젝트(Niji Project)'가 13위를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니혼테레비(NTV)에서 데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아직 정식 데뷔하진 않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걸그룹 니쥬(NijiU)는 지난 6월 디지털 미니 앨범 '메이크 유 해피'를 발매, 오리콘 주간 디지털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이와 더불어 프로듀서 박진영 JYP 대표가 출연자들에게 건낸 피드백들이 사회적인 공감을 얻으면서, 일본 내에서 이상적인 상사로 주목받기도 했다.

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sooke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