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패션 플랫폼 네타포르테, 아마존, 이베이 등 전세계 패션브랜드를 가장 폭넓게 거래하는 글로벌 패션 플랫폼들마저도 아직까지 범접하지 못하는 막강한 온라인 패션스토어가 바로 파페치(Farfech)다. 글로벌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는 파페치를 ‘리테일의 매력을 부각시킨 온라인 플랫폼’이라 호평할 정도로 유럽 유수의 테크 스타트업과 온라인 리테일 기업 사이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황금기를 맞이했다.
파페치는 2008년 10월 포르투갈 국적의 IT 사업가 호세 네베스(Jose Neves, 1974년 출생)가 설립했다. 론칭으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2018년 9월, 파페치는 이미 50여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입점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당시 기업가치 14억 달러(한화 약 1조 6400억원)으로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후 첫 증권거래일부터 시가총액 80억 달러(한화 약 9조 3760억원)로 급상승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우뚝 섰다.
호세 네베스(Jose Neves) 파페치 창업자 겸 CEO |
◇ 큐레이션 및 주문출고관리 전략으로 패션시장 재편
1990년대는 오늘날 영국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 아소스(ASOS)와 초대고객한정 ‘반짝세일’ 매출 마케팅을 개척한 프랑스의 방트프리베(Vente-Privee)가 탄생해 선구적 패션 이커머스 모형을 제시했던 시기다.
같은 시기 네베스 파페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패션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오가며 10년 간 경험을 축적했다. 네베스는 22살이 된 1996년 가업으로 전수되어 오던 수제구두 브랜드 ‘스웨어(SWEAR)’의 온라인숍을 개발했다. 이 때 온라인 쇼핑의 생리를 터득하며 사모펀드로부터 자금 투자를 받아 300만 달러(한화 약 35억원)를 들여 창업한 기업이 바로 파페치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파페치는 영국 온라인 럭셔리 패션시장을 선도한 네타포르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기존에 없던 색다른 명품 패션 소매 모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패션 소매시장의 혁신을 일으킨 사업 모델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천편일률적인 제품을 구비해 판매하는 대형 백화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과 큐레이션이 파페치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파페치는 타 경쟁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극비의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네타포르테가 도매 비즈니스에 기반하고 있다면, 파페치는 자체 개발한 비장의 주문출고관리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활용해 소비자와 입점 브랜드를 다이렉트로 연결한다.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할 필요도 없고 자체 물류창고를 관리하지 않아도 입점 브랜드로부터 일정의 수수료를 챙기는 수익구조를 갖췄다.
파페치 홍보 포스터 |
◇ ‘IT 기술 + 자본 투자 = 글로벌 플랫폼’ 대표 사례
2008년은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와 노동시장 대변혁이 벌어진 시기다. 이와 동시에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소비자 모바일 혁명이 발발하기 시작했다.
이 배경을 틈타 네베스 창업자가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은 일시적 소매 매출 급감으로 위기를 느끼던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을 파페치로 대거 입점시킨 것이다. 이는 파페치가 글로벌 럭셔리 패션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로 포지셔닝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파페치는 스스로를 패션산업에 중점을 둔 IT기업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세심하게 큐레이팅된 아이템 구성과 온라인스토어-모바일앱-빅데이터 분석이 융합된 디지털 판매 환경을 만들어 럭셔리 패션시장을 재편했다.
민첩한 운영 방식은 분명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를 벤치마킹했고 유럽의 사모펀드들과 중국 징동닷컴의 든든한 자금 지원으로 유럽의 패션 중심도시에 기반한 헤리티지 브랜드들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스토리텔링 후광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더불어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를 하는 여정에 관여하는 심리적 요인들을 분석해 온라인 구매로 연결시키는 것에 집중해 온라인 D2C(Direct to Consumer)를 더 강화했다.
최근 파페치의 관심사는 미래형 매장 구축에 있다. 전문 코디네이터와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응용한 신제품 제안, 디지털 카트, 가상 피팅 거울 등에 이르는 오프라인 매장 쇼핑 경험을 디지털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는 파페치 고유의 기술에 기반해 2017년부터 미래형 매장 구축에 착수했다.
2025년까지 패션 영역의 온라인 구매의존도가 최대 80%까지 증가할 것이란 예측 하에 가상증강현실 기술, 사람의 표정으로 감정을 헤아리는 감정스캐닝 소프트웨어, 혁신적 결제방식 도입 등을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쇼핑 경험 간격을 최대한 좁혀간다는 방침이다.
파페치는 빅데이터에 기반해 세심한 큐레이팅을 제공하고 있다 |
현재 구축 중인 파페치 미래형 매장 |
박진아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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