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전만해도 일본을 제외하고 '유니클로'를 아는 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품질과 유행을 겸비한 저렴한 가격의 SPA 브랜드로만 인식할 뿐이었다.
전세계 SPA 시장에서 더 큰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라' 'H&M' '포에버21'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에 비해 '유니클로'는 유난히 빠르고 가파르게 성장했다. 괄목할만한 성장세와 SPA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상 덕에 '유니클로'는 오늘날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와 현대 경영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성공 사례이자 분석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미국 등 15개 국가 2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아시아 SPA 시장 점유율 1위의 위치를 꽉 잡고 있다. 그럼에도 '유니클로' 전체 매출의 절반은 일본에서 발생한다. 일본 소비자 중 4분의 1이 '유니클로' 초경량 다운 재킷을 소유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전신 '유니크 클로딩 웨어하우스' 매장 모습 |
◇ 명확한 아이덴티티 내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유니클로'는 '모두를 위한 옷'이라는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여기서 '유니클로'의 아이덴티티는 소비자 개개인의 나이, 성별, 인종 등 외적인 기준을 초월해 심플하지만 꼭 필요한 필수 의류용품을 개인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조화할 수 있게 해주는 보편적 실용주의로 정리할 수 있다.
'유니클로'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른바 '완전히 유행 무시하기' 기업 운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소셜미디어로 인해 급변하는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속 유연생산제를 운영하는 타 SPA 브랜드들과 반대로 여전히 모든 제품을 1년전부터 기획해 출시한다. 일시적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독자적 신상품을 기획해 소비자에게 자신 있게 내놓는 것이다.
이 같은 소비자 접근 전략은 신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조, 유통, 재고 관리 등 전과정을 사내에서 직접 관리하고 매장 수요 및 재고물량 관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줬다.
일본 도쿄 긴자 '유니클로' 플래그십스토어 |
◇ 혁신과 마케팅, '유니클로' 존재의 이유
'위대한 혁신'의 저자 피터 트러커는 "기업 조직의 기능은 혁신과 마케팅,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디지털 소비자 소매 기업"이라고 사업 모델을 정의 내렸다. 이는 '유니클로'는 기업 초창기부터 제품과 마케팅 두 분야에서 혁신을 단행해왔다.
1972년 아버지로부터 남성 양복점 체인 기업을 이어받아 CEO 자리에 오른 야나이 회장은 1980년대 중엽 해외 출장 중 발견한 '갭(GAP)'의 베이직함과 '베네통(BENETTON)'의 마케팅 전략에 깊은 감명을 받아 일본 시장에 맞는 캐주얼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리고 디자인부터 원자재 공급, 제조, 소매, 유통에 이르는 전체 비즈니스 과정을 관리하는 수직적 통합 경영뱡식으로 오늘날의 '유니클로'를 만들었다.
'유니클로' 매장 75%는 노면에 위치한 대형몰이다 |
현재 '유니클로'는 원단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제품별 쓰이는 원단 종류 수를 최소화 및 간소화하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단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탄탄한 공급망 확보에 따른 비용절감과 수익창출로 연결된다. 다쿠미(생산관리 담당)팀은 공장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며 최신 하이테크 원단 개발에 참여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피부 습기를 열로 전환시키는 '히트텍', 건조가 빠른 안감이 부착된 '에어리즘', 피부로부터 대기 중 자외선을 90%까지 차단시켜주는 'UV CUT' 등이 있다. 이는 모두 저작권 보호를 받는 '유니클로'의 독점기술이다.
습기를 열로 전환하는 기술을 응용한 히트텍 |
드라이 엑스 기능을 활용한 에어리즘 |
2016년부터 '유니클로'는 '우리는 왜 옷을 입을까'라는 질문을 내부 인원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변화하는 옷의 기능과 사회적 의미를 하이테크 기능성 원단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 의류를 접목시킨 라이프웨어를 출시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사용의 급증에 따른 온라인 쇼핑 확산 추세에 맞춰 2014년 모바일 앱도 출시하며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에서 디지털 채널로 구매경험을 확장시켰다.
그 결과 '유니클로'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0% 신장이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기준 브랜드 가치는 약 70억달러(약 8조원 2770억원)로 평가되는 전세계 3위 SPA 브랜드로 등극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오는 4년 내로 매장 수를 두 배 더 확장하고 연매출 280억달러(약 33조원)의 전세계 1등 패션기업으로 올라서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박진아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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