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가 대중화되고 있는 지금, 구찌는 남다른 럭셔리를 추구하는 쇼퍼들을 위해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의 라인보다 높은 가격, 독특한 감성을 무기로 한 초고가 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익조틱한 가죽과 한정된 제품 수, 그리고 장인 정신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익조틱 가죽에 장인 정신 접목
구찌그룹 산하의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베네타에서 활약하다 구찌로 자리를 옮긴 CEO 파트리찌오디마르코는 취임 이후 독특한 가죽과 장인 정신을 결합,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구찌 내 라인을 재정비했고 구찌 핸드백의 평균 판매가를 20% 이상 올리는 효과를 얻어냈다. 가격이 럭셔리의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하면 구찌의 지향점이 단순한 럭셔리에서 울트라 럭셔리로 진화되고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듯 하다.

실제로 익조틱한 파이톤 가죽으로 제작한 숄더백의 경우, 2011년 매출이 19% 증가한 41억60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수치는 구찌의 모기업 PPR 제국의 전체 수익 중 구찌가 기여하는 비율이 19%로 상승한 것과 연결된다. (2011년 10~12월 기준)
평균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올 해부터 내년까지 매출은 9% 이상 유기적 상승이 기대되며 2013년 운영 마진 또한 31.8%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구찌의 매출 및 마진은 유럽의 재정 위기로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도 상승 곡선을 놓치지 않았고 중국 시장의 경우 가장 갖고 싶은 럭셔리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한편 2011년 기준 구찌의 총 매출에서 가죽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56%, 풋웨어 13%, 어패럴 12%로 올 한해도 비슷한 제품군별 매출 분포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치 투영, 울트라 럭셔리 진화
구찌의 의도는 명백하다. 과도한 로고 노출이 럭셔리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을 반영, 더블 로고 사용을 최소하고 파이톤이나 크로커다일 등 익조틱한 가죽을 패브릭에 트리밍, 품격과 차별성을 더한 제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보테가베네타가 그러했듯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럭셔리 감성을 구찌에 접목시킨 것으로 가격 이상의 제품을 가치에 투영하는 울트라 럭셔리 전략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구찌는 최근 구찌와 유사 로고 디자인을 사용, 소비자를 혼란시켜 온 하이스트리트 업체 게스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 유사 상품 판매 혐의가 의심된다는 예심 결과를 얻어냈다. 2009년 이후 게스가 그린+레드+그린 스트라이프와 스크립트 로고, 스퀘어 G, 그리고 4개의 G 자를 뒤얽힌 콰트로 G 등 구찌 특유의 로고 디자인을 교묘하게 카피, 핸드백과 벨트 제품을 생산해온 점은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 의존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여실히 증명한다. 구찌가 로고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독특하고 값비싼 익조틱 가죽과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빈번히 발생하는 로고 카피와 로고에 대한 식상함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찌의 CEO 디마르코가 구찌의 업스케일을 시도하 것은 글로벌 불황으로 럭셔리 업계가 위축되었던 200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지속적인 구매력을 갖고 있는 울트라 럭셔리 소비자들의 가치를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트렌디화 되어가던’ 브랜드의 위상을 재점검하고 정통성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변덕스럽고 대중적인 트렌드로서의 럭셔리가 아니라 뿌리 깊은 럭셔리 소비자와의 소통 능력이 럭셔리 브랜드의 수명을 늘린다는 깨달음을 제공한 것.
확장 단계 접어든 중국 마켓
올 한해 구찌의 매출 곡선에 가장 큰 변수는 중국 경제의 흐름이다. 가파른 경제 성장 욕구만큼 가파른 럭셔리 소비 욕구를 드러내온 중국은 유럽의 불안한 시장 환경과 달리 여전히 긍정적 매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 경제 성장 폭이 완화되고 노동 마켓의 변동이 극심한 특성이 지속적 유통망 확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구찌는 잠시 중국 마켓 진군 속도를 줄이고 한 숨 돌리며 시장 흐름을 지켜보는 자세를 취
히고 있다. 중국 마켓이 ‘진입’ 단계를 벗어나 ‘확장’ 단계로 중국 현지 인력 고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럭셔리 유통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현지인들에 대한 트레이닝 시간 부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치밀하고 폭넓은 중국 마켓 접수를 위해 지속적인 훈련 과정을 개발하고 집중하는 것이 거침없는 유통망 확장 전략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것.
오랜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주어진 일’에 집중하던 노동 환경에서 고객에 봉사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트레이닝이 필수적이고, 자주 직장을 옮기는 중국인들의 성향이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럭셔리 인력 양성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런 만큼 중국 유통망 확대 속도를 조정하고 현지 유통 인력 양성과 공급 안정성을 위한 구찌의 숨 고르기는 더 큰 마켓 점유를 위한 일보 후퇴다.
구찌의 중국 유통망 다변화
2011년 상반기까지 구찌의 중국 전략은 유통망 확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1997년 구찌가 중국에 진입한 이후 매장 수는 4개에서 39개로 늘었고 베이징, 상하이뿐 아니라 청도, 대련, 난징, 센양, 센첸, 후조우 등지에도 구찌 유통망이 구축되어,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와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구찌의 중국 유통 구조가 가지치기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점이다. 구찌는 베이징, 상하이 등 기존의 대도시 중심의 유통망에서 벗어나 부차적인 중소 도시로 유통망 확대의 초점을 두고 있어, 구찌의 유통망이 보다 촘촘하게 다져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구찌는 2009년 여타 럭셔리 업체가 관심도 주지 않던 변방 도시 위안에 450㎡ 규모의 매장을 오픈했다.
이는 도시의 인지도와 상관없이 높은 인구를 갖고 있는 특성을 중시한 것으로 매장 오픈 3일 만에 33만 2760 달러의 매출을 올려 중국 중소 도시의 럭셔리 소비력을 입증했다. 이는 확대기에 접어든 구찌의 중국 유통 지도에 중요한 방향타로 자리했다.
온라인 상거래, 디지털 마케팅 투자 확대
구찌는 2012년 올 한해 약 45개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 신규 오픈한 매장이 59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이 중 20개 정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위치, 아시아 시장 포커스 전략은 올 한해도 계속 된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망에서 벗어나 온라인 상거래 및 디지털 프로모션에 대한 투자를 강화, 인터넷 및 모바일 통신과 유착된 소비자들을 적극 포섭하는 등 2012년 구찌의 행보는 한층 부산해질 전망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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