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드럭스토어 체인 CVS가 업스케일 뷰티 시장을 노린 새로운 유통망 구축에 나서며 세포라(Sephora)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말 첫 선을 보일 CVS의 하이엔드 뷰티 콘셉 매장 ‘뷰티 360’은 백화점 전용 뷰티 브랜드를 취급하는 세포라 급 매장으로서 대중적 이미지가 강한 CVS와 차별시키기 위해 CVS라는 용어는 철저히 배제된다고. 업스케일 시장을 타깃으로 한 ‘뷰티 360’ 매장은 올해 말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처음 오픈 되며 내년까지 100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500~1000 개까지 유통망이 확대될 방침이다. 매장에서 취급되는 화장품은 향수를 제외하고 모두 32개 라인으로 백화점과 스페셜티 전용 브랜드로 구성되며 약국용/대형 할인매장용 화장품 라인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세포라가 거의 독주하고 있는 하이엔드 뷰티 유통망에 대한 CVS의 공격적인 야심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CVS는 업마켓 시장을 뚫기 위해 ‘뷰티 360’ 콘셉 매장을 구축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진행, 2000~4000 평방피트의 규모의 매장에 고급스런 화이트 타일, 물결치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상큼한 컬러의 벽, 일일이 손으로 재단한 글라스 타일 등으로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어 업스케일 매장 다운 품격이 기대된다. 또한 기존의 CVS 매장 고객을 자연스럽게 업스케일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CVS 매장 인접한 곳이나 CVS 매장 내에 단독으로 매장을 구성하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고. 이밖에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매니큐어나 핸드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구축하고 자격을 갖춘 미용 전문가와 세일즈 요원을 구비, 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할 방침. 이처럼 CVS의 업스케일 유통망 구축에 나선 것은 또 다른 드럭스토어 체인망 쇼퍼스 드럭 마트(Shoppers Drug Mart)가 8년 전 랑콤/클라랑스/클리니크/크리스챤디올 등을 판매하는 업스케일 화장품 매장 ‘뷰티 부띠끄’를 론칭,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 힘을 얻은 것이다. CVS는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면서 기존의 백화점 화장품 유통 루트를 대체할 만한 유통 채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뷰티 360’ 매장 오픈을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고객들이 화장품을 구입하는 루트가 대형 할인매장, 약국, 백화점으로 다양해진 반면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취급하는 곳은 백화점이나 세포라 정도여서 프리스티지 화장품 유통 시장에 진입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을 내린 것. 실제로 1997년 미국 땅에 첫 발을 디딘 세포라는 기존의 백화점 유통망을 천천히 약화시키며 프리스티지 화장품을 한 곳에 모아놓고 판매하는 업스케일 뷰티 매장, 스페이스NK, 블루머큐리 등의 참여를 촉발시켰다. 그 결과 프리스티지 뷰티 브랜드의 주요 유통 통로로 활약했던 백화점 매장의 파워는 점차 약화되고 프리스티지 뷰티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놓고 판매하는 세포라식 업스케일 뷰티 매장의 파워가 커지게 되었다. CVS가 ‘뷰티 360’이라는 콘셉 매장으로 하이엔드 뷰티 유통망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바로 이 같은 시장성 때문이다.

예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