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 물량이 투입된 AK플라자의 ‘구두·핸드백 파워대전’. 임정국 기자 ljg@fi.co.kr |
지난해부터 시작된 백화점 잡화 브랜드들의 ‘악전고투’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백화점 핸드백·구두 매출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매출 방어와 재고 처분을 위한 ‘땡처리’ 행사 규모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7일 소공동 본점에서 대규모 잡화 할인전을 진행했다. 핸드백의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티」 등과 구두의 「탠디」 「소다」 등 상품군별 상위 브랜드를 비롯, 국내외 5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올 초 ‘해외 명품대전’에서 선보였던 「DKNY」 「마이클코어스」 「훌라」 「케이트스페이드」 「사만사타바사」 등 수입 브랜드까지 가세해 만회에 나섰다.
AK플라자 역시 지난 9~12일 「탠디」 「소다」 「에스콰이어」 「메트로시티」 「브루노말리」 등 주요 잡화 브랜드와 「그램」 「홀마크」 등 신규·홀세일 브랜드 등 국내외 잡화 브랜드 40여 개를 80~30% 할인 판매하는 ‘구두·핸드백 파워대전’을 진행했다.
그러나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롯데 잡화 할인전은 애당초 목표했던 32억원의 80%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AK플라자 역시 50억원 상당의 물량을 투입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장기 불황에 따른 경기의 여파와 함께 주 소비층이던 20~30대 젊은 여성 고객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빚어진 일로 보고 있다.
한 핸드백 업계 임원은 “소위 4대 빅 브랜드가 참신한 디자인을 개발 하지 못하고 로고플레이만 하다보니 소비자들이 더 이상 백화점 브랜드들을 선호하지 않게 됐다”면서 “여기에 셀렉트숍 등 유통 채널의 다변화도 한 몫하며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4월 전점 기준 핸드백 매출은 전년대비 0.6% 상승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출이 줄어든 셈이다. ‘2년 전까지 20~30% 성장하며 매출을 견인하던 「MCM」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트」 등 4대 브랜드가 올해 10% 이상 큰 폭으로 역신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롯데 측은 분석했다. 구두는 지난해 대비 3.1% 역신장했다.
롯데는 본격적으로 잡화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한 작년부터 점포별 할인 행사 외에 업체들을 규합해 대대적인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 행사 물량은 출고 3년차 이월 상품뿐 아니라 이번 봄 정기세일에서 안 팔린 ‘새 재고’와 2~3월 제작 상품까지, 100억원 어치가 투입됐다. 판매 인력 역시 작년보다 2배 가까운 250명이 동원됐으며, 참여 브랜드도 50% 늘었다. 할인율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평균 50~60%, 최대 80%였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으로 이번 할인전 규모를 예년보다 확대했지만 흥행이나 성과 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면서 “「쿠론」 「제이에스티나」 「루즈앤라운지」 등 신흥 강자들의 선방으로 전체적인 외형 매출은 유지했지만 문제는 신규 브랜드 가뭄과 핸드백 4대 업체의 부진이 이어질 경우 2분기부터는 실적 방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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