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협동조합 열풍, 패션업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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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 패션업계에도 움직임 활발

2013-04-01 오후 6:26:40


썬키스트, 웰치스, AP통신, FC바르셀로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단어들의 공통점은? 바로 모두 협동조합이라는 점이다.


썬키스트는 6000여 명의 오렌지 농민과 8개 협동조합이 중간상인의 독과점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판매 협동조합연합회다. 웰치스는 포도농가협동조합이 소유한 주식회사로, 미국의 1만 2000여 포도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협동조합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주식회사의 장점을 취하고 있다. 전세계 121개국에 뉴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통신사 AP통신은 1400여 개 미국 내 개별 언론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입 언론사의 발행부수에 따라 경비를 부담한다. 축구 팬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FC바르셀로나는 선수들이 행정 및 관리 업무도 직접 수행하며, 13만 클럽회원과 1600개 이상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 협동조합은 이미 자유경제주의의 대안으로 인정받으며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협동조합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몬드라곤의 경우는 한 지역사회안에서 다양한 이종협동조합들이 네트워크나 컨소시엄을 형성해 생산·소비·금융·교육 등 지역주민의 전반적인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다. 기본법에 따르면, 일부 금융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에 걸쳐 5인 이상이면 법인격을 지닌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고 출자금에 제한도 없다. 따라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협동조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처럼 설립 조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붐’이 일어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는 건 요즘이 처음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본법 시행 3개월째인 지난달 28일 현재, 103개가 설립 신청을 내고 승인을 받은 상태다. 그렇다면 패션업계에서도 협동조합은 가능할까?


통상 협동조합은 소수 힘없는 소외계층이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에 대응하기위해 만든 경우가 많다. 주식회사와 달리 1인 1표제이기 때문에 출자금액과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공동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패션업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글로벌 SPA 브랜드 및 대기업에 대응해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해 소상공인 중심으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법이 개정된 뒤 만들어진 패션업계 협동조합 중 첫 번째는 한국성수동수제화협동조합이다.
한국성수동수제화협동조합(이하 수제화협동조합)은 신발이라는 단일 아이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것이다.


공동 브랜드 개발을 통한 수제화 공생능력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 보다 좋은 제품을 적정 가격으로 제공하며 수제화 관련 후진 양성을 통해 수제화사업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조합원은 디자인, 생산, 부자재, MD 등 총 8명이며, 지난 8일 협동조합으로 법인등기 및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박경진 수제화협동조합 이사장은 “3년 전부터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에 대해 고민을 해오다가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면서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각자의 노하우는 한 데 모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의류 부문에서는 서울패션그룹협동조합(이하 SFG)이 지난달 설립 신청서를 냈다.
SFG는 의류 부문에 종사하는 6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동판매 △공동수출 △해외생산기지 공동 설립 △교육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정하고 있다.


김용환 SFG 이사장은 “패션, 특히 의류 부문은 시즌별 아이템이 다양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운영하는데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다른 중소기업과 대등하다는 점과 해외 시장 개척에 유리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인디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온라인 셀렉트숍 『디자이너그룹』도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인디 디자이너 각자의 브랜딩은 기본적으로 운영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공동체로서 디자이너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유럽식 협동조합 매니지먼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권경현 팀장은 “인디 디자이너라면 훌륭한 디자인력이 더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영자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며 “자본과 시스템이 부족한 독립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수의 공동체가 민주적으로 참여해 움직이는 협동조합형 매니지먼트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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