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적인 소비자들을 유치하려면 특별한 목적을 위한 임시 방편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럭셔리 업계는 브랜드 제품을 동경하는 열망적 소비자들(aspirational consumers)에게 어필하는 매력을 활용했지만, 지금은 이 계층을 무시하고 시장 스펙트럼의 최상위층에 집중할 뿐 아니라 가장 부유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는 경향이 짙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특히 아시아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중산층의 부상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밀라노에서 열린 '럭셔리 패션의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 시상식에서 잘란도와 이탈리아국립패션협회(CNMI)가 공동 발표한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프로필은 언뜻 보기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맥킨지의 연구는 7개의 주요 시장(미국,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스위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열망형 럭셔리 소비자(ALC)의 가치가 2730억 유로(397조 5,153억 원)에 달하며 패션 시장의 18%, 럭셔리 브랜드 시장의 5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맥킨지가 발표한 럭셔리 시장의 열망적인 소비자 발생률과 국가별 ALC 커뮤니티 분석

이 연구에서는 'ALC'를 의류, 화장품, 가죽 제품, 보석, 시계, 액세서리 등 연간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명품 제품을 구매하며 3,000유로(약 440만 원) ~ 10,000유로(약 1,450만 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소비자로 정의했다. 잘란도의 디자이너 부문 상무이사 레나-소피 로퍼(Lena-Sophie Roeper)는 이러한 소비자들이 독일 이커머스 업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하이-엔드 제품 구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들은 '복잡하지만 가치 있는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맥킨지 연구에서는 5개의 뚜렷한 소비자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지위 추구자(Status Seekers)'로, ALC의 39%를 차지한다. 35세 미만의 이들은 명품에 연평균 3,500유로(약 5백만 원)를 지출하며, 주로 인지도와 소속감을 주는 브랜드 이름이나 로고에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 소비자가 지위 추구자 커뮤니티의 73%를 차지하며, 나머지 32%는 유럽로, 주로 스위스와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두 번째는 '품질 추구자(Quality Seekers)'로 ALC의 26%를 차지한다. 40세 이상의 이 소비자들은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패션에만 연간 평균 3,000유로(약 440만 원)를 지출하며, 85%가 지속 가능한 브랜드와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카를로 카파사 이탈리아국립패션협회 회장, 잘란도의 디렉터 디자이너 레나-소피 로퍼, 잘란도의 공동 CEO 데이비드 슈나이더

세 번째 커뮤니티인 '사교계 소비자(Socialite Spenders)'는 ALC의 24%를 차지하며, 평균 지출액은 연간 5,375유로(약 780만 원)로 열망형 소비자 중 가장 지출이 많다. 또한 이들은 연간 최대 8개 브랜드에 걸쳐 구매를 분산하기 때문에 충성도가 가장 낮은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이들은 주로 미국과 유럽에 거주한다. 사교계 소비자의 프로필은 명품 브랜드에서 채택한 '열망하는 소비자'의 정의와 가장 일치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두 개의 커뮤니티는 ALC의 6%를 차지하며 연평균 4,500유로(약 655만 원)를 지출하는 '타임리스 시크(Timeless Chic)'과 ALC의 4%를 차지하며 연평균 3,000유로(약 440만 원)를 지출하는 '의식적인 미니멀리스트(Mindful Minimalists)'로 분류된다. 이 두 커뮤니티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 위치해 있다. 타임리스 시크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높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의식적인 미니멀리스트는 40세 이상의 연령대가 많고, 온라인 구매를 자주 하며, 명품의 기능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다.

주요 럭셔리 브랜드가 창의성이 거의 없는 제품에 과도한 가격 인상 정책만을 지속한다면 신규 브랜드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사교계 소비자'와 '지위 추구자'는 본격적인 명품 소비자로 변모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에게 가장 유망한 프로필이다. 다른 커뮤니티도 럭셔리 브랜드가 하나의 획일적인 전략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잠재적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이 연구의 저자인 젬마 도리아(Gemma d’Auria)는 "(럭셔리 브랜드는) 도달하려는 소비자의 프로필, 사용하는 소매 채널, 원산지, 찾고 있는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보다 미묘한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ALC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럭셔리 부문의 회복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후 어려운 경제 환경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지출이 평준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는 가끔씩만 지출하지만, 특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중산층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일부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와 같은 시장에서 럭셔리 업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럭셔리 브랜드가 창의성이 거의 없는 제품에 과도한 가격 인상 정책만을 지속한다면 지난 10년간 등장한 수많은 신규 브랜드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현지 장인들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제조한 고품질의 제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브랜드의 제품은 진정한 명품의 아우라를 얻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열망하는 소비자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