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시장 외면한 ‘그들만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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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무책임, 연합회는 안하무인, 대행사는 우왕좌왕

2012-10-29 오전 8:37:05


‘패션 한류’에 역행한 ‘2012 서울패션위크’


준비 과정에서부터 갈팡질팡했던 ‘서울패션위크’가 결국 지방 행사만도 못한 ‘파행 운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2일부터 7일간 용산 전쟁기념관과 서교동 자이갤러리에서 분산 개최된 이 행사는 '국내 대표적인 패션 행사'란 타이틀이 무색한 규모와 콘텐츠, 진행으로 'K패션 시대에 역행하는 수준 이하 행사'라는 혹평을 받았다.


주 행사장인 전쟁기념관은 컬렉션 관람 바이어와 관람자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마저 변변치 않아 서비스 정신의 부재를 드러냈다. 매끄러운 안내도 부재해  행사장 입구에서는 실랑이가 적지 않았다.
또 무대는 지상 1층이었지만 지하로 연결되는 구조인데다가, 좁은 통로에 혼잡한 무대 여건으로 자칫 대형 사고가 터질까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게다가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신진들의 컬렉션 역시 운영상의 미숙으로 인해 대학 졸업전 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60-70여명이 들어갈 만한  전시회장을 패션위크 행사장으로 활용하다보니 비즈니스 상담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교통도 문제였다. 주 행사장과는 대중교통으로 30분이나 걸리는 지리적 조건은 바쁜 관계자들의 발을 동동 굴리게 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참여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힘들게 출혈해가면서 컬렉션을 만들고, 참가작을 내놓았는데 아쉽다"는 푸념이 적지 않았다. 바이어와 패션 관계자, 관람자들 중에도 "차라리 주 행사장인 전쟁기념관 복도를 활용했으면, 손쉽게 신진 컬렉션도 보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 관리책임 부재와 안하무인 행동의 결과
서울패션위크 운영 주체는 서울특별시다. 예전엔 서울패션센터가 주체였지만, 지난해 연말 내부 문제로 센터 폐지 후 서울시가 직접 관리 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올 서울패션위크 준비 과정이나 행사 운영 과정에서 ‘서울시’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컬렉션에 5회 이상 참가한 디자이너는 그 경력만으로 별도의 심사도 없이 무임 승차 했으며, 신인들에 대한 평가도 대표성 없는 연합회가 일방적으로 결정지었다. 시장 흐름을 무시한 탓에 해외 바이어는 물론 국내 메이저 패션기업과 유통업체들의 관심도 끌어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일부 디자이너, 그들만의 잔치’에 만족해야만 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장소 결정과 참가 디자이너 선정 등 주요 사안을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회장 이상봉, 이하 연합회)가 주도적으로 결정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주무 관청인 서울시가 연합회 주장에 일방적으로 이끌려 관리 부실을 초래해 한국패션산업 발전이 저해되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과 소신 있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주관 대행사인 피플웍스 관계자는 “서울시가 연합회 주장에 대해 수시로 의사결정을 번복해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운영 미숙함도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눈을 피할 수 없었다. 



◇ 세계적인 흐름 외면한 과거 패러다임 벗어야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서울패션페어’였다. 페어(fair)란 말이 무색하게 30개 부스(싱가포르 초청 6개 부스 포함)로 구성된 전시장은 조악했다.
연초 예산안에 따르면, 페어 부문에 매회 4억원이 배정돼 있었다. 그러나 싸구려 기본 부스에, 4㎡ 규모에 전시된 개별 전시장은 들어가서 상품을 보기도 어려웠다. 더욱이 2m 남짓한 동선은 정면에 서지 않으면 간판을 볼 수도 없을 만큼 협소했다.


전시장을 찾은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패션의 유니크한 디자인을 기대했는데 규모가 너무 볼품없어 어떻게 상담해야 할 지 모르겠다. 실망스럽다”며 입을 모았다.
런던, 파리, 밀라노, 뉴욕 할 것 없이 세계 패션계의 패션위크 행사는 1회적인 컬렉션 쇼가  아닌, 판매와 수출을 상담할 수 있는 ‘비즈니스 페어’ 위주로 움직인다. 이에 반해 서울패션위크는 여전히 '보여주기 식'의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CMG 김묘환 대표는 “과거에는 컬렉션을 통해 일부 미디어와 바이어가 함께 트렌드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장과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페어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바야흐로 국내 시장에도 셀렉트숍 시장이 전국 규모로 확산되고,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와 홀세일 브랜드도 적지 않은 만큼 아시아 패션산업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패션위크가 세계 유력 패션페어와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은 언제쯤 올까.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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