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업체들은 패션 소재 업체들과 협업해야만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브랜드 업체들도 국내 패션 소재 업체들을 주목하고 있어요. 이제는 중국이 아니라 이탈리아나 일본이 우리의 경쟁국입니다. 얼마 전 저희 회사에도 루이비통 담당자가 다녀 갔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원단 전시회인 ‘프리미에르비죵’의 참가 자격을 획득한 코리아실크로드의 곽노명(47) 대표를 구로동 본사에서 만났다.

올 가을 전시회에 전시할 샘플 준비에 한창인 곽 대표는 “저는 요즘 ‘얼리 버드(early bird)’가 됐습니다. 오후 10시에 잠이 들어 새벽 4시면 잠에서 깨요. 오전 5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신문을 보고 산책도 하며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이를 통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감지하고 에너지가 살아남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1997년에 설립된 코리아실크로드의 현재 직원은 서울 본사 영업 30명, 대구의 QC 담당 직원 7명 등 40여명이다. 스키, 스노보드, 등산, 트레킹 등에 쓰이는 재킷, 트렌치코트, 다운패딩, 바람막이용 나일론 경량 기능성 직물에 패션의 감성을 입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80억원, 올해는 200억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주 시장은 유럽 70%, 미국 30%로 구성된다. 그에게 ‘어떤 브랜드와 거래하고 있느냐’고 묻자 이른바 ‘청담동 브랜드’ 30%는 코리아실크로드와 거래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곽 대표는 1992년 효성물산 나일론직물팀에 입사해 터키와 유럽 시장을 담당했고 당시 ‘이달의 공로상’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저는 이스탄불 등에 출장을 다니며 수출의 메커니즘과 섬유의 참 맛을 느꼈습니다. 최근 발효된 터키와의 FTA는 새로운 기회를 낳고 있습니다. 4~5년 동안 연락이 없던 터키 바이어들이 이메일을 보내오고 있어요.”

이번 필립 파스케 ‘프리미에르비죵’ 사장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에서 온 비단 장수’인 코리아실크로드가 비록 자체 생산 공장은 없지만 뛰어난 아이디어로 승부하며 창의성으로 지식산업을 리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인정을 받았다. 40~50년 전통을 지닌 국내 직물 수출 업계는 유목민 성격이 강한 것이 특징이며, 이것을 벤치마킹해야 국내 패션 업계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에 따르면 직물 트레이더를 일컫는 ‘컨버터(converter)’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제조하는 사람’ 또는 ‘직물 가공업자’라는 뜻이다. 곽 대표는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이것이 그에게 어필한 것 같습니다. 이제 패션 소재 업계 종사자들이 ‘도전적인 벤처 기업’이라고 스스로 재평가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드는 것만 R&D라는 생각을 버리고 ‘제값 받기’를 위해서는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세계적인 내셔널 브랜드가 형성됩니다”라며 “정부에서는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패션 소재 업체에 전시회마다 200~300만원씩 ‘생색내기’식으로 지원하는 것보다는, 경제의 선택과 집중을 고려해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5~8년 간 경량 직물이 주도해 온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묻자 그는 “이제는 새로운 풀을 뜯어먹기 위해 다른 곳으로 가야 합니다. 경량에 기능성과 감성을 입혀 ‘Function to Fashion’을 추구해야 합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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