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콘셉트(Brand Concept)’는 단순히 브랜드의 방향이나 특징이 아닌 ‘브랜드를 위해 의도된 개념’입니다. 콘셉트에는 개념을 부여하는 사람의 계획과 의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좋은 집을 짓기 위한 설계도와 같습니다. 브랜드 콘셉트가 잘 갖추어져야 그를 토대로 훌륭한 브랜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리포지셔닝해야 할 때, 콘셉트가 잘 설계된 브랜드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내 브랜드에 적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브랜드 콘셉트에 관한 고수 중의 하나는 바로 「폴로(Polo)」입니다. 「폴로」의 브랜드 콘셉트는 ‘패션을 통해 구현된 미국 상류사회의 모습’입니다. 「폴로」는 상품 기획에서 광고까지 철저하게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바람을 반영하였습니다. 미국의 상류사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전통적 상류사회, 이른바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백인이며 앵글로색슨계인 기독교도)이며, 그 중에서도 조상들이 작위를 가지고 있는 ‘혈통’의 상류사회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 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는 그룹입니다. 다른 하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소위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함으로써 상류사회로 진입한 사람들로 미국 상류사회의 다른 축을 구성하는 누보리쉬(Nouveau Riche : 신흥 부자)입니다.
「폴로」를 만든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이 누보리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전통적 상류사회를 동경하고 있었고 패션을 통해 그들처럼 보이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그 욕구를 「폴로」처럼 정확하게 충족시켜 주는 옷은 이전엔 없었습니다. 콘셉트는 언어적·비언어적(이미지) 개념이 결합되어 나타나는데, 「폴로」는 이러한 것들이 일관된 모습으로 잘 융화되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오랜 세월 변치 않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랄프 로렌이 어떤 과정을 통해 브랜드를 설계하고 형체를 만들어나갔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랄프 로렌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폴로」의 브랜드 콘셉트와 전략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1939년 10월 4일 뉴욕 브롱스에서 태어난 유대인입니다. 원래 이름은 랄프 립쉬츠(Ralph Lifshitz)였습니다. 한때 랍비나 역사 선생님이 되길 원하기도 했지만, 20대 중반 우연한 기회에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라는 곳에 취직하게 됩니다. 백 년이 넘게 전통적 상류사회 사람들만을 고객으로 신사복을 만드는 그곳에서 랄프 로렌이 발견한 것은 상류사회 사람들의 생활과 그들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장과 소비자를 꿰뚫고 숨겨진 니즈를 발견해 낸 것입니다.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직접 패션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그는 이름도 보다 WASP에 가까운 랄프 로렌으로 바꿉니다. 1967년 당시 유행하지 않던 폭이 넓은 넥타이를 처음 만들었는데, 그의 의도대로 사람들은 그 넥타이를 전통적 상류사회의 한 상징으로 해석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폴로」라는 상표가 등장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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