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팜므 파탈’, 여성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남자인 ‘옴므 파탈’. 영화 <안소니 짐머>와 <매치 포인트>에서는 각각 팜므 파탈과 옴므 파탈이 등장하여 이성을 유혹하고 있다. 영화 속 은밀하게 숨어 있는 유혹적인 ‘팜므 파탈’과 ‘옴므 파탈’을 이번 주 영화 대 영화 패션에서 만나보자.

섹시한 유혹, ‘팜므 파탈’
영화 <안소니 짐머>는 이름은 물론 외모, 사는 곳, 목소리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 없는 범죄자 ‘안소니 짐머’라는 사람을 미모의 옛 애인 키아라(소피 마르소 분)를 이용해 잡으려는 경찰과 범죄조직의 추적을 그린 영화다.

정체가 불분명한 남자의 완벽한 범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미스터리 영화에서 소피 마르소는 남자를 유혹하고 교묘하게 속여 위험에 빠뜨리는 의문의 여인으로 등장해 연기인생 처음으로 ‘팜므 파탈(악녀)’로 파격 변신했다. 그녀는 키아라로 변신하기 위하여 걸음걸이에서부터 몸매, 패션까지 모든 스타일을 바꿨다.

신분을 감추고 안소니 짐머를 찾아내야만 하는 임무를 가진 키아라는 파리 기차역에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거기에 정열 혹은 유혹(?)을 상징하는 붉은색 백을 들고 하이힐의 아찔한 굽 소리를 내며 등장한다. 블랙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을 가린 키아라의 모습은 팜므 파탈로서의 고전적인 모습을 보이며 기차 안에서 만난 프랑수아(이반 아탈 분)를 유혹한다. 또한 선글라스로 시선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 키아라의 세련된 모습이 앞뒤로 배치되어 스릴러의 느낌을 한껏 살려준다.

저녁에 프랑수아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키아라는 로-네크 라인 블랙 드레스를 입어 클래식하면서도 은근한 섹시미를 드러내며 그를 유혹한다. 키아라는 화이트 셔츠도 그냥 단순히 입지 않는다. 셔츠의 아랫부분을 묶어 허리 라인을 강조하고 칼라의 깃을 세우고 단추는 세 개쯤 풀어 입어 요부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거기에 블랙 타이트 스커트와 역시 블랙 선글라스를 쓴 모습으로 프랑수아를 유혹하고 그를 함정에 빠트리는 데에 성공한다.

그동안 소피 마르소는 극중 남자를 위험에 빠트리는 치명적인 팜므 파탈 캐릭터를 위해서는 탄탄한 바디 라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근육을 늘리는 운동에 집중했다. 덕분에 청순한 소녀 느낌의 마르소는 섹시한 매력을 어필하는 팜므 파탈로 거듭나 극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극중 도발적인 비키니 패션을 자신감 있게 선보인 그녀는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탄력적인 몸매를 뽐냈다.

수트의 유혹, ‘옴므 파탈’
테니스 강사로 일하던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분)는 영국 상류층 청년 톰(매튜 굿 분)과 친분을 쌓게 되고, 이를 발판으로 톰의 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머 분)와 뜨거운 사이가 된다. 예비 처가의 호의 속에 장래 장인의 회사 중역으로 발탁된 크리스의 앞날은 톰의 약혼녀 노라(스칼렛 요한슨 분)가 나타나기 전까진 탄탄대로처럼 보인다. 가진 것은 변변치 않지만, 노라는 정염 가득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전도유망한 크리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하다.

사랑이냐 신분 상승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크리스는 모든 것을 손에 쥐려는 모험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크리스와 노라가 처음 만나게 되던 날, 크리스는 앞이 깊게 파인 V네크라인의 하얀 원피스에 업 스타일의 요염한 헤어를 한 노라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매혹당한다. 그러나 톰과의 파혼으로 노라는 떠나게 되고, 크리스는 클로에와 결혼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노라를 다시 만나게 된 크리스. 가정은 지키고 싶지만 욕망에 눈먼 그는 노라와 비밀연애를 시작하며 그녀를 정부로 만든다. 크리스가 노라의 치명적 유혹인 팜므 파탈에 의해 몰락하는가 싶더니 오히려 크리스가 노라를 무너뜨리는 ‘옴므 파탈’로 돌변한다.

크리스에게 완전히 매혹당한 노라에게 이전의 섹시하고 매력적이었던 패션은 찾아볼 수 없다. 평범한 롤 업 진에 부츠를 신거나, 슬리브리스 탑과 베이직한 재킷을 입고 스트레이트나 포니 테일로 단정히 묶고 나와 ‘팜므 파탈’처럼 보였던 노라는 사랑에 강박된 평범한 여성이자 크리스에게 집착하는 히스테리 환자로 전락한다. 반면 크리스의 젠틀함에 반한 클로에는 처음 그를 유혹할 때도 그녀의 신분에 맞는 「샤넬」 재킷에 단정한 니트와 A라인 스커트를 입는 등 노라처럼 요부의 패션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영화

전해림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