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ceGabbana F/W 2015 |
안경, 선글라스, 모자, 마스크, 헤드폰 등은 처음에는 각각의 기능을 위해 발명되었지만, 이내 사람들의 장식적인 욕구까지 채워주면서 목걸이나 귀고리, 반지와 같은 패션 액세서리로 발전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제품들은 얼굴 주위에서 사용하게 됨으로써 착용자의 취향과 안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중에서도 전자제품인 헤드폰은 오랜 기간 남성적인 영역에 머물러 디자인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최근에 하이 패션 브랜드의 패션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면서 여성들의 눈이 번쩍 뜨일만한 디자인이 점차 등장하고 있다.
헤드폰은 원래 1919년 군에서 오디오를 듣기 위해 납품하던 것이었다고 한다. 태생이 그러하니 귀마개 마냥 큼직한 부피감으로 강하고 남성적인 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하다. 193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제품으로 변화되었는데, 당시만해도 별도의 엠프가 필요했다.
1960년대가 되면서 점차 패션화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성이 높아졌고, 당대 최고의 가수들과 헤드폰 제작 업체의 협력으로 제작된 헤드폰이 등장했다는 의미이다. 1979년 워크맨이 출시되면서 이어폰이 탄생했고, 1980년대 들어 다양한 컬러 제품이 등장하면서 헤드폰, 이어폰의 패션화가 가속화되었다.
음악과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특히 이동 중에 음악 재생 장치는 주머니나 가방 안으로 들어가 잘 보이지 않지만 귀에 꽂아 듣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겉으로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은 색을 변화 시키는 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chanel S/S 2014 |
길을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발명된 워크맨을 시작으로 C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음악 재생 장치는 계속 변화해 왔지만, 이어폰과 헤드폰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구조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이다.
이는 전자제품의 특성상 기능성인 음질, 무게, 착용감 등의 품질에 집중되어 발전했고, 헤드폰을 쓰고 거리를 다닌다는 것 자체가 시선을 끌었기 때문에 디자인에 있어 급진적이지 못했던 것도 한 원인이 될 듯 하다.
전자제품의 특성상 제품 디자인 상의 미세한 변화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틀을 깨는 시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틀을 깬 건 제품 디자이너가 아닌 패션 디자이너였다. 음악 듣는 행위를 패셔너블함으로 끌어들이면서 그 장치인 헤드폰을 건드린 것이다. 특히 이어폰에 비해 헤드폰이 하이 패션계에서 조명을 받는 것은 아무래도 시각적인 효과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먼저 2014 S/S 시즌 ‘샤넬’ 컬렉션에서 헤드폰을 목에 건 듯한 모양의 진주 목걸이를, F/W 시즌에는 본격적으로 샤넬 로고가 찍힌 헤드폰이 컬렉션 무대에 등장했다. 2015 F/W ‘트레이시 리즈’ 컬렉션에서는 선글라스와 헤드폰을 함께 착용해 미래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여성스러운 의상과도 잘 어울리는 소품이라는 이미지를 드러냈다.
작정하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준 것은 ‘돌체 앤 가바나’의 컬렉션이었다. 진주, 금속 체인,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벨벳, 모피, 가죽 등 온갖 화려한 소재로 장식된 왕관과도 같은 헤드폰은 마치 컨셉카 같이 혁신적인 시도로 헤드폰의 미래를 보여준 케이스였다.
Tracy Reese F/W 2015 |
Tracy Reese F/W 2015 |
고학수 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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