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특집 ①
바바라 카사솔라 |
브라질 월드컵 16강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FIFA컵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탈락했지만,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존재하는브라질이라는 나라와, 남아메리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다.
이구아수 폭포,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인 예수상, 삼바 축제, 생소한 브라질의 음식, 상파울루, 리우 데 자네이루 같은 도시들, 아마존 강과 원시림, 최대 커피 생산지 등이 브라질 하면 상식적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카를로스 미엘 |
세계 4대 컬렉션에서 활동하는 브라질 디자이너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그리고 그들의 디자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하듯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정열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기도 하지만, 각 디자이너 별로 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선 브라질이라는 나라의 특징을 좀 더 살펴보자.
브라질의 면적과 인구는 세계 5위에 육박할 만큼 거대한 국가이다. 지도상으로도 미국과 면적이 얼핏 비슷해 보일 정도인데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국가이다.
중남미에서 브라질의 위상은 크다. 중남미에서 가장 산업화된 국가인 브라질은 남아메리카 국가들과의 무역 자유화와 협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남아메리카 공동 시장을 설립해 관세 동맹을 공식 출범시켰다. 또한 중남미 국가 간의 국경 분쟁, 국제 조직범죄, 환경 문제 등의 해결을 주도하며 지도국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데, 그것은 1500년부터 1822년까지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 때문이며, 그에 따라 혼합된 인종과 문화도 다양하다. 브라질의 인종구성은 브라질의 원주민인 인디오, 식민 지배와 개척을 위해 이주한 백인과 흑인들, 그리고 그들의 혼혈인으로, 세계 인종 박물관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의외로 백인의 비율이 50퍼센트를 넘고, 백인과 흑인의 혼혈 인종인 물라토가 38%, 흑인 6%, 그 외가 1-2%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한 역사 때문에 2013년 기준 브라질 전체 GDP는 세계 7위이나, 1인당 GDP는 세계 63위로 가봉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브라질은 역사적으로도 변동기가 거의 없고 부 세습이 많아서 빈부 격차가 큰 국가 중의 하나로, 저가 시장과 함께 고급 명품시장 또한 많이 발달돼 있다.
20명의 억만장자가 있고 이들이 가진 재산은 브라질 전체 GDP의 5%에 달할 정도로 소득 불균형이 심한 나라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럭셔리 시장을 이루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장소로 다슬루라는 최상류층을 위한 백화점이 있다.
이 백화점에는 자가용 헬기를 타고 오는 고객들을 위한 전용 비행장이 존재할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와 높은 가격의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바로 옆에는 빈민가가 자리잡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 중 하나가 바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제, 삼바 카니발이다.
‘지상 최대의 쇼’로 불리는 삼바 카니발은, 포르투갈(유럽)의 카톨릭 문화와, 아프리카의 토속문화가 브라질이라는 공간에서 결합한 결정체이면서, 가장 생동감 있고 가장 사랑 받는 라틴아메리카 대중문화의 정수로 탈바꿈되었다.
브라질 사람들은 매년 나흘간의 축제기간 중에 고달픈 일상사를 모두 잊고, 환상의 세계로 자신을 몰입시킨다.
전 인구의 3분의 2가 먹고 살기 힘든 계층에 속하는 브라질에서 카니발은 일시적으로나마 고단한 일상을 잊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인 셈이다.
브라질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만들어진 국가인 만큼 각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러한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집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각 집마다 마루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부엌, 방, 화장실, 베란다로 모듈화 된 평면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브라질은 집 주인의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
즉, 같은 평수라도 어느 집은 작은 마루에 비해 굉장히 큰 부엌을 갖는다던가, 집 주인의 성향에 따라 거대한 바를 만들어 놓는 식이다. 그들은 아파트를 지을 때 집의 뼈대까지만 만들고, 집을 사는 사람이 나중에 집의 구조와 내부 수리를 직접 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자연은 그 광활한 면적 때문에 다양한 기후가 나타나며, 그로 인해 희귀하고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살고 있다.
아마존 삼림 지대와 판타날(Pantanal) 늪지대, 남부 지방의 아라우까리아(Araucaria) 나무 숲, 중서부 지방에는 가지가 구부러진 중간 크기의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쎄하두(Cerrado) 숲이 있으며, 대서양을 인접한 브라질 해안지역은 야자수를 비롯한 각종 열대 삼림이 우거져 경치가 매우 아름답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자연, 혼합된 문화, 사회적 갈등과 축제 등이 어우러진 브라질은 그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도 묻어난다. 브라질 출신의 디자이너의 컬렉션에는 아프리카적 요소, 유럽적 요소, 브라질 고유의 요소가 혼합되어 나타난다.
4대 컬렉션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디자이너는 뉴욕 컬렉션의 ‘알렉산드르 헤르초비치(Alexandre Herchovitch)’와 ‘카를로스 미엘(Carlos Miele)’, ‘런던 컬렉션의 클레멘츠 리베이로(Clements Ribeiro)’ ‘바바라 카사솔라(Barbara Casasola)’ ‘바쏘 & 브룩(Basso & Brooke)’ 등이 있었으며, 일부만 2014 FW 컬렉션을 발표했다.
어쨌거나 이들은 브라질 특유의 역동적 분위기를 풍기는 자연에서 온 무늬와 색들을 주로 사용한 섹시한 의상들을 선보이고, 포르투갈의 가톨릭적 유산이나 아프리카의 문화를 활용하는 등 그들의 몸에 베어있는 문화 유산을 고스란히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라틴 패션계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 볼 때이다.
바쏘 앤 브룩 |
알렉산드르 헤르초비치 |
클레멘츠 리베이로 |
고학수 객원기자
marchbe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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