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에 장식이 없었다면 옷을 입는다는 행위는 얼마나 지루했을까? 패션뿐 아니라 건축, 제품, 그래픽 등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영역에서 장식이 없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심심했을지 상상해 보자.
장식적인 디자인이 조미료나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쉽게 맛있다고 느껴지는 자극적인 음식이라면, 미니멀한 디자인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깊이 음미하지 않으면 아무 맛도 안 느껴지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에 가깝게 느껴진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비례미를 따져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면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때로는 질 샌더의 미니멀한 디자인이 우리에게 감동을 줄 때도 있지만, 열에 아홉은 수공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 장식에 눈을 뺏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장식이 쉽게 시각을 자극하기 때문에 장식만 들어가면 단순한 디자인 보다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에 그러한 장식에 질린 사람들은 조건반사로 기능성을 강조한 미니멀한 디자인을 더 우위에 둔다.
따라서 상품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나, 그 상품을 수용하는 소비자나 미니멀한 디자인을 보는 것처럼 장식을 보는데 섬세한 눈을 갖지 못한다면 수준 높은 장식성을 가진 디자인을 누리기 어렵다.
패션에서 장식은 옷의 표면에 변화를 줌으로써 입체감과 화려함으로 시각적 자극을 준다. 여기서 구별해야 될 개념은 디테일과 트리밍이다. 트리밍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장식품이나 그 외에 다른 재료를 옷 위에 만들어 붙이는 것이라면, 디테일은 본래의 직물로 봉제 과정에서 제작되는 장식이다.
장인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놓은 자수나 빛을 받으면 더욱 반짝이는 스팽글과 인조보석, 크리스털, 여성성을 더욱 강조하는 리본과 천으로 만든 꽃, 레이스를 이용한 트리밍은 오랜 복식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왕족과 귀족의 옷을 장식해 왔다. 그래서 보통 이러한 장식을 옷에 디자인적 요소로 사용하면 고전미를 느끼게 된다.
디테일적 장식은 천의 성질을 이용하여 어떻게 자르는가, 어떻게 바느질을 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플라운스, 프릴, 스티칭, 플리팅, 핀턱, 스모킹, 퀼팅, 스캘럽, 러플, 셔링 같이 옷 자체의 천을 변형시킨다.
디테일을 활용하면 옷에 그림자가 지면서 트리밍에 비해 장식이 부피와 무게감이 있게 표현되며, 실루엣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렇게 디테일과 트리밍의 차이점을 알고 있다면 패션 디자이너나, 옷을 입는 사람이나 옷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더욱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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