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여성에게 가방은 애증의 대상이다. 단순히 물건을 넣고 다니는 실용적 목적뿐 아니라, 가방은 개인의 취향,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을 대변하는 대상이 되었다.
특히 명품 대기업들의 끊임없는 광고와 잡지의 공세에 평범한 여성들조차 먼 유럽 태생 브랜드의 역사와 매 시즌 새로운 이름을 가진 가방들을 들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가방에 대한 생각은 언제 시작된 것일까? 사실 지금처럼 가방을 메거나 드는 방법에 따라 핸드백, 토트백, 숄더백, 백팩, 크로스백, 클러치 등으로 나눌 만큼 다양한 가방의 형태가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이다.
산업혁명 이후 여성 근로자가 많아지고, 여행이 보편화 되는 등 여성의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수납이 편리하도록 사이즈가 큰 가방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 시기가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가 탄생되던 시대였다.
20세기는 가방이 수많은 형태로 분화된 시대이다. 파티 때 사용한 이브닝백, 회사 출근용 브리프 케이스, 여행용 트렁크, 캐주얼한 데일리백, 농구나 볼링 같은 스포츠의 활성화에 따라 대중에게 전파된 스포츠용 가방 등이 등장하였다.
단단한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딱딱한 형태의 하드케이스 가방에서 복주머니나 원통 형태의 가방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신소재의 등장과 각 시대별 유행에 따라 다양한 가방들이 탄생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그보다 앞선 시대, 일하지 않는 귀족과 일하는 평민으로 나뉘던 시대에는 귀족들이 직접 들고 다닐만한 물건은 부피가 크지 않았다. 중세 초에는 십자가, 열쇠, 지갑, 나이프 등을 넣고 다니는 알모너(almoner)라는 조그만 가방이 있었고, 16세기 여성들 드레스의 치마 부분이 후프로 거대하게 부풀어지던 시대에는 스커트 안에 주머니가 있어 가방의 역할을 대신했다.
어느 기록에 따르면 한 귀부인의 주머니에는 손수건과 동전, 문고본 책, 열쇠 꾸러미, 바늘집, 안경집, 비스킷 부스러기, 육두구(향신료)와 이를 가는 용도의 강판, 정신이 들게 하는 냄새를 맡는 용도의 병과 사과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19세기 초 몸매를 자연스럽게 드러내 아름다움을 표현한 엠파이어 스타일의 유행으로 과거와 같은 주머니는 사라지고, 대신 손으로 들고 다니는 레티큘(reticule)이라는 가방이 등장했다.
이렇듯 가방이란 그 시대의 유행하는 의상과 여성들의 활동 변화에 따라 수많은 형태로 존재해 왔다.
2000년 들어 한국을 뒤흔든 명품 가방의 유행은 과연 어떤 사회적 신호였으며, 2014 F/W 시즌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가방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고학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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