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카의 원색으로 칠해진 건물 |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색을 찾아다닌다. 좋아하는 색이 아니면 잘 보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설령 몇 천, 몇 만 가지 색이 눈앞에 있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색만 관심을 가지고 본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 있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고 떠올린다.
왜 그럴까? 이유는 이렇다. 원래 사람은 무의식 속에서 좋아하는 두 가지 색을 찾는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색’이고 다른 하나는 ‘두근거리게 만드는 색’이다. 이 두 가지 색은 그 사람을 안심시키거나 기쁘게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색이 된다. 따라서 어느 쪽이든 한 색을 쓰기만 해도 보는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구매하도록 만들려면 두 색을 조합해야 한다. 그러면 효과를 두 배로 올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바탕색으로는 마음이 편해지는 무채색 계열인 베이지색, 갈색, 회색, 검정색 계통의 색을 쓰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색인 원색계열을 그 위에 쓰면 된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라보카를 상징하는 세 명의 인물 마라도나·에바페론·후안페론, 양철판 위에 각종 원색이 칠해진 톡특한 분위기, 목걸이를 진열해 놓은 재밌는 소도구 |
하지만 이 원칙을 완전히 깨는 곳이 있다. 바로 원색의 천국 아르헨티나 라보카다.
버스에서 내려 라보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없는 자극적인 원색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빨간색 함석지붕과 파란색 공중전화, 노란색 쓰레기통. 화려한 원색 사이에서 내리쬐는 남미의 원색적인 태양, 라보카에서는 태양도, 바다도, 건물도, 음악도, 휴식조차도 자극적이다.
라보카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남쪽에 있는 항구도시로 탱고의 발상지로도 유명하다. 여자들이 턱없이 부족했던 항구도시의 부두 노동자들은 밤만 되면 땀에 절은 작업복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정장으로 갈아입고 여성들을 유혹하기 위해 신나는 춤판을 벌렸다. 그 춤이 바로 탱고다.
라보카가 이렇게 화려한 원색의 건물과 거리를 가지게 된 배경은 부두 노동자들이 배에 칠하고 남은 페인트를 가져다 가난의 얼룩을 가리고자 담장, 대문, 벽, 지붕 곳곳에 칠하면서 오늘의 원색적이고도 독특한 라보카를 만들어 냈다.
그 시절의 부두 노동자들은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탱고를 추는 것뿐만 아니라 원색이라는 자극적이고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색채를 이용해 그녀들의 마음을 훔친 것이다. 그럼, 노동자들은 모두 색채 박사님이었을까?
낡고 오래된 건물을 색채로 덧칠했다. |
이랑주 VMD 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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