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청자의 곡선미
가+
가-
한국 디자인 기행 - 현대 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진면목 드러나

2013-05-10 오전 9:10:27

유려한 곡면을 가진 필립 스탁의 쥬시 살리프


최근 건축이든 산업디자인이든 디자인계는 세계적으로 곡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나의 추세라고 볼 수 있는데, 자하 하디드나 필립 스탁과 같은 디자이너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기적인 곡면의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들이 만든 디자인들은 전체적으로 자유롭게 흐르는 곡면으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그 곡면들의 어울림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매우 강한 표정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의 가구디자인


특히 자하 하디드의 가구나 건축물들은 모두 완벽한 곡면들의 아름다운 조화 위에 눈을 파고 들어오는 힘을 갖고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고려청자가 곡면으로 디자인되었던 시대와 매우 흡사한 현상이다. 청자의 곡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는 이런 현대 디자인들과 비교해보면 그 진면목을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조형적인 측면에서 보면 곡면이 많은 형태를 디자인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형태를 디자인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형태의 외곽선이 이루는 곡선이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아름답고 개성이 강한 곡선이 나오게 하려면 수많은 시선의 방향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 단순한 형태를 디자인하는 것보다 몇 배로 힘이 든다.


두바이의 오페라 하우스


하나의 디자인이 이렇게 아름답게 흐르는 수많은 곡면들이 어울려 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사실인데, 그런 곡면들의 흐름이 세상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을 보면 디자인에서 곡면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이런 현대 디자인을 보는 눈을 그대로 고려 청자의 형태로 가져가 보면 비록 옛날에 만들어진 도자기이지만 현대 디자인에서 보았던 곡면들의 아름다운 흐름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곡면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 고려 청자(왼쪽)와 목 부분의 곡선이 다소 뻣뻣해 보이는 중국의 호리병


고려청자 호리병을 보면 길쭉하게 위로 빠진 목과 아래쪽의 몸통이 이루는 곡선의 흐름이 너무나 우아하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을 중국의 호리병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별로 큰 차이가 아닌 듯 보이지만 중국의 호리병 자기의 목 부분을 보면 고려청자 호리병에 비해 다소 직선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병의 둥근 몸통 부분과 목 부분의 이미지는 서로 따로 노는 느낌이고, 선의 흐름도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립 스탁의 디자인이나 자하 하디드의 디자인에서 볼 수 있었던 곡면들의 유연한 흐름과도 비교해 보면 그 특징이 명확해진다. 곡면의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고려청자 호리병의 조형성은 비슷하게 생긴 중국의 호리병 보다는 현대 디자인의 곡면구성에 더 가깝고, 완성도도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동안 기능주의를 앞세운 현대 디자인의 조형적 경향은 주로 기하학적 형상을 추구했으나 21세기로 넘어 오면서부터는 기하학적 형태를 피하고 자유로운, 하지만 곡선의 유기적인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디자인들이 주류가 되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1300여년의 격차가 있지만 고려시대의 조형적 경향과 현대 디자인의 경향에는 곡면이라는 공통점이 흐르고 있으며, 고려청자는 이런 현대 디자인의 형님으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는 것을 살필 수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