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디자인은 왜 휘어지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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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자인 기행 - 자연을 향해 변화하기 시작한 서양 문화

2013-02-15 오후 2:05:43

서양의 문화와 디자인은 자연을 향해 급선회하고 있다. 이 뒤에는 무언가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 전통문화의 방향과도 묘하게 겹친다.



엄격한 수학적 질서를 따르거나 장식만을 추구하던 서양의 조형문화가 지금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에서 보이는 불규칙하게 휘어진 곡면들의 어울림은 불규칙한 모양의 바위 덩어리 위에 정자를 지어놓은 조선시대의 건축방식과 조형적 원리에 있어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문제는 서양의 디자인들이 시간을 초월해 조선 후기의 조형적 특징과 유사한 길을 걷게 된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을 살펴보면 우리 전통문화가 가진 의미를 현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뿐더러, 우리의 문화가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이런 유기적인 디자인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1세기 직전만 하더라도 디자인에서는 기하학적인 형태를 바탕으로 하는 기능적인 디자인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 20세기 동안 디자인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엄격한 기능주의적 모양을 배타적으로 추구해왔다.


그 뒤에는 18세기 계몽주의 이후로 발달한 현대문명, 기계주의를 바탕으로 한 합리주의적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역사 초유의 사건을 통해 그 정당성을 뒷받침 받았다.
산업혁명은 그야말로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 만든 기계문명은 인간에게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 주었다.


예를 들어 항공기나 열차 같은 기계문명의 산물들은 20 세기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험을 하게 했다. 당연히 기계문명을 보는 태도는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인류가 경험해온 그 어떠한 가치도 기계문명의 혜택을 넘어설 수 없었다.



독일의 바우하우스로 대표되는 20세기 디자인 스타일은 기계문명을 철저히 반영한 것이었고, 합리성과 수학적 조형질서의 상징이었다. 바우하우스라는 디자인 학교에서 만든 기계적 성격이 강한 조명등이나 바우하우스의 4대 교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했던 뉴욕의 시그램 빌딩은 바로 그런 20세기 디자인의 특징을 매우 잘 보여준다. 20세기 동안 디자인은 이처럼 건조하고 기하학적이며, 빈틈없는 기능주의적 형태가 기계문명을 등에 업고 한 세기 동안 군림했다. 여기에 어긋나는 형태들은 거의 이단시 되었다. 이런 흐름에 비하면 휘어지고 꺾어지고, 만들다 만 듯 한 우리의 전통은 그저 촌스럽고 모자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20세기 동안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에는 기하학적이고 기계적인 것을 향해 흐르던 조형적 추세가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극심한 변화가 시작된 것은 21세기로 넘어오면서부터다. 어느새 기존의 기하학적 조형이 퇴조현상을 보이고 자연스럽게 휘어진 형태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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