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론 아라드의 의자 ‘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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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2013-01-25 오후 1:36:34


론 아라드(Ron Arad)는 세계 몇 대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따라붙는 거장 중에 거장으로 꼽힌다. 그런 이름에 걸맞게 그의 디자인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매우 심오하고 역설적이다. 그는 주로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이 보디가드 의자는 그의 성향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의자는 단번에 이것을 ‘의자’라고 하기에 앞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의자라면 응당 갖추고 있어야 할 면모들이 보디가드 의자의 디자인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어디에 어떻게 앉아야 되는지부터 잘 파악되지 않는다. 몸체가 꺾어진 윗부분에 거의 눕듯이 앉아서 등을 기대고 발을 얹어서 체중을 완전히 실어야 편한 자세가 된다. 앉아보면 보기보다는 의외로 편안하다. 그러나 이 의자에 담긴 메시지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선 이 의자를 찬찬히 살펴보면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자에 잘 쓰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의자에서 볼 수 없는 강렬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거장답게 재료를 쓰는 데에 있어서부터 파격적이다. 보통 알루미늄을 소재로 쓴다면 의자를 구성하는 부분들을 주조해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의자에서는 알루미늄이 하나의 판으로 쓰이고 있다 알루미늄 판으로 만들어져 주조로 만드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번쩍거리는 몸통의 인상은 마치 미래에서 현재로 날라온 물건인 것 같고, 그만큼 첨단기술로 만들어졌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초현실적 디자인의 의자는 그런 첨단 기술보다는 섬세하고 숙련된 솜씨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전체 모양을 보면 유기적 형태에 여러 가지 덩어리로 이뤄졌다. 이렇게 유기적이고 울퉁불퉁한 모양을 주조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론 아라드가 직접 알루미늄 판을 망치로 두들겨서 만들었다. 미래적인 디자인의 의자는 사실 가장 수공업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의자인 것이다. 기계적 기술보다 손의 기술이 훨씬 위대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의자가 아닐까 싶다.


꼭 의자가 아니라도 이 의자가 가진 역설적 구조는 눈 여겨 볼 만하다. 우선 의자를 이루고 있는 두툼한 덩어리가 커 보이긴 하지만 이 덩어리를 이루는 알루미늄 판의 부분을 뚫어 놓아서 덩어리이면서도 덩어리가 아닌, 의자의 표면과 내부가 뒤섞여 있는 매우 모순적인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의자는 단지 금속으로만 이루어진 물건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심오한 정신을 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번쩍이는 금속의 차갑고, 딱딱한 질감은 이런 정신적인 가치들로 인해 피가 돌고 생기 있는 피부를 얻은 듯 하다.


동시에 이 의자는 꼭 의자가 아니라도 의미를 가진 형태가 되고 있다. 의자라는 기능을 가진 디자인이면서도 이 의자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조형성은 하나의 조각으로서도 모자람이 없다. 화랑에 전시해 놓으면 순수미술작품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없는 경지이다.


디자이너 론 아라드는 단지 알루미늄 재료 하나만으로 의자를 만들었을 뿐이지만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가치들이 녹아 들어 있어서 보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과 사유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chk8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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