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의 도시들을 보면 참 멋지다는 기분이 든다. 잘 다듬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러 건물들이 간추려진 질서로 어울려 있는 모습들은 무척 아름답다. 질서는 아름다움의 기본원리다. 잘 다듬어진 서양의 도시들은 정제된 예술이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반면 한국문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향해 있다. 한국문화가 향한 자연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향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한국의 고건축들은 2층을 넘어서지도 않는 규모에, 장식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자연 속에 스며들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겸손함으로 따지면 우리의 옛 마을들이나 건물들은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을만하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서양의 도시들처럼 확연한 질서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고건축물은 그저 산 근처에 집을 지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자연스럽다고 해도 이런 집들에 어떤 예술적 가치나 심오한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질서, 특히 조형적 질서를 좀 더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 좌우로 일정한 간격으로 기계처럼 줄을 서 있는 군인들의 모습도 질서 있는 모습이지만 들판에 핀 코스모스들도 질서를 가지고 있다. 질서는 요소들이 형성하는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서양의 건물들은 건물 자체로는 완벽한 질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건물 바깥에 있는 물이나 나무들에 대해서는 단절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우리가 보는 질서정연한 모습은 건물 안쪽으로만 국한된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 속에 들어서 있는 정자를 보자. 건물 자체로는 평범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체적 장면을 보고 단순히 평범해 보인다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서 심미감을 느낄 때는 분명히 조형적인 질서가 관여한다. 이 장면에서 질서는 건물과 주변의 자연 경관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건물들을 볼 때는 조형요소들의 범위를 인공물만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자연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건축들은 서양의 경우처럼 건물들만을 보지 말고, 건물 주변에 있는 모든 자연들을 하나의 세트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도심 안쪽에서 보면 그런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서양의 도심지에서는 인공적인 질서로 완벽한 모습을 갖춘 건물들이 모여 있다.
이 모습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질서정연한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감탄하게 된다. 반면 경북 안동 하회마을 안의 모습은 좀 다르다. 그저 소박하게 생긴 담벼락들과 건물의 지붕이 겨우 보일락말락한 풍경은 소박하지만, 정교한 예술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야를 좀 더 멀리 보면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아니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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