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와 턱시도 재킷, 시스루 블라우스나 실크셔츠로 된 한 벌의 옷으로 1960년대에 입생로랑이 디자인한 최초의 여성용 턱시도 팬츠 수트를 르 스모킹이라 한다. 턱시도(tuxedo)는 원래 남성들이 공식 행사에 착용하는 정장으로 벨벳이나 무늬가 화려한 옷감에 새틴으로 된 숄 칼라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입생로랑은 여성이 점점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펼치던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냈다. 몸에 꼭 맞는 바지 수트를 입은 여성들은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몸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주는 르 스모킹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어느 새 남자들만 입던 바지는 여성들에게도 일반화 되었다.

지금은 턱시도뿐만 아니라 테일러드 수트까지 뭉뚱그려 르 스모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하지만 본질은 남성복이 여성에게 입혀지면서 남성들만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되던 많은 것들이 공유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르 스모킹을 제대로 입으려면 완전히 남성적이어서는 안 된다. 레이스나 시스루처럼 여성스러운 아이템을 더하거나, 스틸레토 힐 같이 섹시한 느낌을 주는 아이템과 매치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여성성과 남성적인 아이템이 공존할 때 비로소 르 스모킹이 완성되는 것이다.

김민경 객원기자
tamike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