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는 세계적인 히트를 쳤던 아이팟 디자인이 독일의 브라운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디터람스의 디자인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 뒤로부터 디터람스는 세계적으로 재조명 받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디자인을 전시 한 바가 있으며, 성황리에 끝났다.
디터람스는 독일의 브라운사에 근무하면서 수많은 제품들을 디자인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턴테이블 오디오 SK61이다. 독일의 디자인은 대체로 기능성을 주된 목표로 하여, 생산이 용이한 직선적인 형태와 사용성을 위주로 발전해왔다. 그래서 독일의 디자인들은 대체로 성능은 우수하지만 형태가 건조하고 딱딱한 느낌을 많이 준다. 특히 바우하우스 때부터 구체화된 독일의 기능주의적 디자인들은 기능 이외의 것에 대해 너무 각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공격을 받기도 해왔다. 하지만 독일의 디자인들 중에서도 좀 그런 혐의로부터 거리를 두는 디자인이 바로 디터람스의 SK61이다.
이 오디오는 우선 몸체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들의 재질들이 심상치 않다. 몸통의 중심은 금속판을 쓴 것 같지만 칠을 해서 금속성의 느낌이 별로 없다. 그 주변의 재료들을 나무와 투명 아크릴을 대비시켜 쓰고 있는데, 전자제품에서는 잘 쓰지 않는 재료들이다. 하지만 이런 질감이 다른 재료들을 대비시켜 디자인 한 덕에, 단순한 형태이지만 조형적으로는 많은 조형적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나무의 질감은 시작적으로 편안함을 주고 있으며, 투명 아크릴은 내부를 잘 보이게 할뿐더러 매우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의 형태는 단조로워 보이지만 아주 많은 시각적 변화를 가져다 준다.
비례의 변화도 짚어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 오디오의 몸통 전체는 가로 세로 비례의 대비가 심해서 길죽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여느 턴테이블 오디오 제품들이 비례와는 사뭇 다른 것이고, 그런 점들은 보는 사람의 눈을 상당히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부분적으로도 매우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비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보통 독일의 기능주의 디자인들은 기능의 수행이라는 점만을 높이 사다보니 대체로 특별한 것 없이 무난하고, 덤덤한 비례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맘편하게 대략 1:1의 비례를 주로 많이 쓴다. 하지만 이 디자인에서는 그런 단순한 비례감 보다는 요소들이 종으로, 횡으로 많은 비례의 대비관계를 상당히 두텁게 이루고 있다. 독일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디터람스의 오디오가 인구에 회자될 수 있었던 것은 여느 독일 디자인들과는 다른 세련된 조형적 처리가 뒷받침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진부해지지 않고 각광을 받는 것이다.
최경원 현디자인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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