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룩과 찜통 전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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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디자인력으로 한류 전투복 만들어야

2012-07-27 오전 11:56:00

높게 세운 레드 칼라와 어깨 견장이 달린 나폴레옹 제복 코트, 1차 세계 대전 때 영국군이 참호에서 입었던 트렌치 코트, 카무플라즈 프린트 카키 팬츠, 육군 작업복 점프 수트, 남색 해군 셔츠, 투박한 군화, 공군 조종사들의 보머 재킷과 귀를 덮는 가죽 모자, 에비에이터 선글라스 등등 지금까지 밀리터리 패션에 영향을 준 전투복들은 기능성과 실용성, 패션성이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전시 군수산업을 통해 선보인 기능성 소재들은 전후 세계 패션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됐다. 


지난해부터 우리 국군에게 보급하고 있는 신형 전투복에 대해 찜질용 땀복(?)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자 국방부는 지난 7월 21일 보도 자료를 내고 3벌씩 지급하던 사계절용 신형 전투복을, 앞으로는 사계절용 전투복 2벌과 하계용 전투복 1벌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찜통 전투복 자화자찬
지난 2008년부터 신형 전투복 개발에 나선 국방부는 향균성과 위장성 등 기능성을 향상시키고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해 전투임무수행 능력과 편의성을 향상시켰다는 자화자찬(?)과 함께 사계절용 디지털 무늬 신형 전투복을 지난해 10월부터 보급해 왔다. 하지만 여름이 되자 탈이 났다. 통풍성 좋은 레이온 없이 폴리에스터와 면으로만 신형 전투복을 만들어 땀이 방출되지 않고, 사계절용으로 만들면서 옷감이 두꺼워져 사병들이 '찜통 더위'를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국방부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현상 때문”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천재지변(?) 탓으로 돌렸고 한 술 더 떠 “군복을 만들 때에는 전투적합성이 우선 고려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 덥거나 불편하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하다"며 여론에 맞섰다.


◇안일한 전시 행정이 문제
지구 온난화 문제가 올해 처음 불거진 문제도 아닌데, 변명치고는 궁색하다. 또한  미군도 우리와 같은 재질로 사계절용 전투복을 만들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주한 미군들의 경우 우리나라의 덥고 습한 기후로 인해 여름철 내부에선 사계절용 전투복 상의를 벗고 지낸다.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40도 가까이 나는 우리 기후 특성상 사계절 전투복 발상은 애초부터 무리였던 셈이다. 패션 디자인에서 계절을 염두에 두는 것은 상식이자 기본이다. 봄/여름 시즌과 가을/겨울 시즌이 있는 것은 그저 유통상 구분만은 아니다.


패션 전문가들에게 조언만 구했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방부는 구형보다 2배나 비싼 신형 전투복 제조 이유로 ‘전투력 강화’를 들었다. 하지만 잘못된 ‘안일한 전시행정’으로 정작 죄 없는 사병들만 무더위 물리치기 전투력 강화에 힘 쏟아야 할 판 이다.


◇실용성, 기능성 강화돼야
"북한군은 못 입혀서 쥑이고, 국군은 찜질해서 쥑일 생각이냐? 이 더위에 통풍도 안되는 비닐복 입고 근무 서봐라. C8 C8 욕이 절로 나올 것이다. 군복 입고 골프 한번 쳐보셔. 견딜만 한가." 군인으로 추정되는 어느 트위터리안의 글이 불평적 투정이라기보다는 가슴에 와 닿는다.


이번 찜통 전투복을 계기로 국방부는 군 기관과 제작업체와의 유착, 담당자의 비전문적이고 타성적 업무 처리, 수의 계약과 공급 독점 같은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전투복이 실용적인 실루엣과 기능성 소재로 패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 전투복도 응용 여하에 따라서는 한국 패션산업 발전에 호기가 될 수 있다.


21세기 패션 코리아에서 군인들이 찜통 전투복과 물새는 전투화를 신는다는 것은 수치다. 세계 수준의 기능성 소재와 IT기술, 디자인력으로 우리만의 한류 전투복을 만들 때가 되었다.


국방부도 '찜통 군복’이라는 지적에 대해 “미군도 우리와 같이 사계절 군복을 입는다" 라며 물타기 변명만 할 것이 아니라 패션계와 머리를 맞대고 미군 전투복보다 나은 세계 최고의 스마트 전투복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유재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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