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과 조화 이루며 살자
가+
가-

2012-06-01 오후 4:34:19

신록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살짝 도심을 빠져나가기만 해도 살랑거리는 초록 나무들이 신선함을 선사한다. 삼라만상은 나름의 색들로 어우러져 있고, 인간은 이들 색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색이 다양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훨씬 복잡해서 같은 색이라 할지라도 보다 더 다양한 반향을 나타낸다. 인간은 색을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색과 감정의 관계는 우연이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살면서 쌓아온 일반적인 사고와 경험에 의해 깊이 뿌리 내린 경험의 산물이라고 한다. 역사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하나의 색에서 여러 가지 인식이 나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은 ‘생명’ ‘생존’과 관련하여 녹색을 많이 사용한다. 개척 당시, 새로운 땅에 도착하면 묘목을 심어놓고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그 묘목이 살아 있으면 살 수 있는 땅으로 여겨, 이주하여 살았다는 데에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다.


우리 조상들도 일찍이 녹색을 사용하였다. 발해(699년~926년) 시대의 관복에 녹색이 사용되었고, 고려 4대 광종 때 제정된 관복 제도에서나 고려도경 등에서 녹색 옷이 보인다.  조선시대에도 경국대전에 관리의 공복으로 녹포가 있다. 그러나 어느 시대이건 녹색의 옷은 지위가 낮은 말직의 관복이었다. 크게 중요한 색이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풍부한 녹색의 자연 속에서 살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녹색은 지구촌의 많은 나라에서 ‘평화’나 ‘젊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녹색은 하나의 색으로써 보다 ‘지구 보호’ ‘환경 보호’ ‘자연 보호’ 같은 개념에서 사용된다. 더 나아가 녹색 가치, 녹색 행동, 녹색 소비, 녹색 사회, 녹색 기술, 녹색 생활 양식 등등으로 ‘삶의 이상적 목표’를 표현하는 단어로 발전시켜 사용한다. 나날이 훼손되어가는 자연과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오염 등으로 엮어지는 오늘날, 지구의 역사가 만들어낸 말들일 것이다.


에바헬러(독일 심리학자)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2000명(14~97세)을 대상으로, 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색의 영향 등을 조사 연구하였다. 그 결과 녹색은 생명과 건강, 봄, 번영, 신선함, 희망, 생산 그리고 젊음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도 우리가 느끼는 감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같은 색이라도 어떤 색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전문 용어로 배색이다. 정열과 에로틱의 빨강이 어떤 색과 만나느냐에 따라 잔인한 색이 되고, 따뜻하고 환한 노랑색이 배색에 따라 날카로운 비명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녹색 역시 파랑색, 흰색과 함께 있으면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파랑색, 노랑색과 함께 있으면 희망을 나타내며, 빨강색과 함께 있으면 건강함이 느껴진단다. 그러나 언제나 이렇게 좋은 감정만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녹색이 보라색과 함께 있으면 독(毒)이 느껴진단다. 일반적으로 보라색은 신비스러운 색, 참회하는 색, 깨어있는 색, 권력의 색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보라색이 녹색과 만나 독으로 느껴진다니 놀랍기도 하다. 


이 시대가 상징하는 자연의 색이 녹색이라면, 이상적인 환경의 색이 녹색이라면, 지향해야 할 삶의 색이 녹색이라면 이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할 인간은 어떤 배색으로 살아야 할지, 보라색으로 배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록의 계절에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