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옷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패션 디자이너의 꿈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이상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남들과 다른 생각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조셉 알투자라는 좋은 조건으로 타고났다. 중국계 미국인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다양한 문화권을 접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파리에서 태어나 자란 조셉 알투자라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 예술사를 전공했다. 마크 제이콥스 인턴을 시작으로 프로엔자 스쿨러,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 등 세계 유명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해 2 년 만에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1년 중 3개월은 드로잉하기 좋은 조용한 파리에서 디자인을 하고, 생산은 활기찬 뉴욕에서 한다. 미국의 CFDA상 후보에 올랐다.
다문화권 가정 출신이라는 점과 패션이 아닌 예술사를 전공했다는 점이 그에게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의 옷은 남들과 얼마나 차별화 되는지 살펴보자.
2010년 S/S 시즌에서는 면 레이스와 가죽을 패치워크한 옷을 선보였는데, 가죽끈들을 마치 등나무 공예품처럼 짠 섬세한 디테일이 여성스러워 보였다. 2010년 F/W는 영화 ‘가위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컬렉션이었다. 검정색의 퍼와 가죽을 조합한 의상들로 채워진 캣워크는, 캣우먼처럼 온 몸을 가죽으로 감싼 의상과, 목도리 도마뱀마냥 목을 풍성하게 장식한 퍼 코트들로 채워졌다. 특히 몸을 완벽하게 감싼 의상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의 인체를 따라 수많은 곡선의 패턴들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그 선들의 어울림이나 비례가 아주 멋졌다. 가죽이란 소재를 이렇게 자유롭게 사용하는 능력도 엿보였다.
2011년 S/S의 의상은 전 시즌의 방법을 조금 더 발전시켜 의상의 군데군데에 틈을 주거나 아예 없애버림으로써 속살이 조금씩 드러나는 의상들을 선보였다. 소재로는 저지소재의 드레스에 기하학적인 뱀피로 된 패턴들을 붙여 장식했다. 하얀 재킷과 스커트에 마치 초등학생이 색종이를 가위로 자른듯한 파이톤, 부분적인 형광색 액세서리들이 전체적인 어울림을 만들어냈다.
이렇듯 알투자라의 컬렉션은 패턴과 소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소재를 하나의 옷으로 풀어내는 솜씨도 뛰어나고, 가죽같이 다루기 어려운 소재도 잘 다룬다. 평범한 아이템도 패턴에 변화를 주어 평범한 듯 범상치 않은 형태도 만들어 낸다. 단, 아직 다양한 색채를 다루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새로운 것, 신선함에 대한 목마름은 패션디자이너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만의 신선함이 아니다.
신선한 형태가 나오기까지의 신선한 생각, 즉, 디자이너의 철학, 옷을 보는 접근 방식일 것이다. 대부분 주목 받는 신인들의 포부는 비슷하다. 현대 여성들을 위한 새로운 옷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다문화적인 그의 태생이나 예술사를 전공한 그의 토대가 디자인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기대되는 이유다.
고학수 현 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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