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디자인은 단순한 글자체와 강렬한 색채로 세계 디자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네덜란드와 같이 문화적인 아이덴티티가 약하고 크지 않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처럼 현대 디자인을 이끌어 나갈 만큼의 디자인적 포스가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그런 배경에는 네덜란드 특유의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강렬한 이미지
네덜란드의 디자인은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힘이 대단히 강하다.

자세히 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디자인들이 직선적이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위에 가독성이 높은 글자체를 큼직하게 넣어서 쉽게 읽히게 하고 있다. 채도가 높은 색채를 써서 시선을 자극하는 정도를 극히 높게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네덜란드 디자인들은 대체로 고채도 색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 디자인은 사람의 시선을 끄는 힘이 대단히 강하다. 다른 말로 주목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가게들의 디자인도 그렇다. 마치 도로의 위험 표지판 같은 색상으로 구성된 가게는 한 눈에 들어온다.

거리에서 눈에 띄는 자동차 노점도 심플한 형태에 강렬한 색채로 이루어져 있어 거리에 부담감을 주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꾸미고 있다. 이처럼 심플함의 세련미가 거리 곳곳을 채우고 있는 것이 네덜란드이다. 이 정도면 말로만 디자인 도시라는 서울이 고개를 숙일만 하지 않을까 싶다.

디자인적 통일감이란 이렇게 획일적이지 않으면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껍데기만 획일화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막연한 성향과 확실한 이유
미니멀함에 가독성이 덧붙여진 네덜란드 디자인은 다른 어떤 나라의 디자인들 보다도 주목성에 있어서 탁월함을 보여왔다.

그것은 단지 디자인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네덜란드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어떤 보편적 조형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현대화가 몬드리안을 생각하면 네덜란드 디자인의 성향에 보편적 특징이 서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는 왜 이렇게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취향을 선호하는 것일까? 단지 민족성의 알 수 없는 개성 탓일까?

네덜란드 특히,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볼 수 있는 고전적인 건축물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와는 좀 다르다. 대체로 수수한 비례에 벽돌색의 건물들이 주류다. 이런 건축물에 현대적인 디자인이 붙는 경우 대체로 강렬한 색에 미니멀한 형태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건물의 모양이 복잡하고 색이 어둡고 탁하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런 건물에 만일 프랑스식의 장식적 디자인이나, 이탈리아처럼 표현주의적 그래픽이 첨가되었다면 모두 눈에 안 띄었을 것이다. 네덜란드 디자인이 심플한 데에는 고전 건축의 조형적 특징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