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디올이나 샤넬쇼는 오페라 무대처럼 웅장하지만 식상하고 마크 제이콥스도 여전히 톡톡 튀고 귀엽지만 식상하다. 그 밥에 그 나물. 뭐 재밌는 거 없을까?

대중은 항상 새로움에 목마르다. 그런데 이건 뭔가 커리향이 강하게 풍기는 이 컬렉션은 강렬한 색상과 형태, 기괴한 메이크업. 유럽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른 이국적인 매력이 물씬 난다. 쇼킹한 형태로 감각을 자극하는 서구의 신예 디자이너들과도 또 맛이 다르다.

이런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누굴까?바로 ‘마니쉬 아로라’라는 인도 출신 디자이너로 1997년 인도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은 파리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친분을 쌓고 다른 분야의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 그리고 명성이 높았던 명품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는 것. 스타 디자이너들의 특징이다. 그리고 마니쉬 아로라는 이미 그러한 스펙을 갖추고 있다. 최고의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팝 가수 케이티 페리나 레이디 가가, 리한나가 그의 옷을 입었고, 리복과의 콜래보레이션, 그리고 마침내 파코 라반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지명되어 오는 2012년 봄, 여름 컬렉션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요즘의 대학생들이 스펙이 좋다고 다 취업이 잘 되는 것이 아니듯, 스펙이 좋다고 디자인도 좋은지는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동양의 신선한 조합

빌보드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팝스타 케이티 페리의 뮤직 비디오 E.T 는 굉장히 초현실적이다. 예쁘장했던 케이티 페리를 섹시하고 아름다운 외계인으로 변신시킨 힘은 단연코 메이크업과 머리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그 과제를 완벽히 수행한 이가 마니쉬 아로라의 컬렉션을 같이 진행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본인 가부키였다. 가부키의 메이크업은 마니쉬 아로라의 컬렉션을 더욱 초현실적으로 보이는데 큰 공헌을 했다.

확실히 마니시 아로라의 조형적 특징이나 색채감각은 유럽이나 미국 디자이너와는 다르다. 꼭 인도적이기 보다는 동양적이다. 꼭 집어 말하자면 일본적 향취가 강하게 났는데, 같이 작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그의 인터뷰 영상에서 보이던 일본의 우키요에가 걸려있던 집을 보고 더 확신할 수 있었다.

국제적으로 일본문화의 위상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높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일본의 문화는 매력적으로 보이며, 국제 교류가 잦았던 그들의 문화가 전세계, 특히 현대 디자인에 미친 영향은 크다.

우선 인도의 조형적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사진 ②에서 보이는 청동 조각상은 큰 원이 인간의 몸을 둘러싸고 있고, 그 주위를 장식하는 불꽃장식이나 작은 디테일들이 조각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사진 ③에서의 사각뿔의 돌탑은 마치 피라미드처럼 안정적이고 듬직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그 주변에 작은 조각들이 장식돼 있다. 사진 ①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금속재질의 장식은 분명 인도의 곡선을 따르고 있다.

현 디자인연구소 고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