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란 노래는 한 시대를 대표 할만한 대중가요였다. 과거는 묻혀질 수밖에 없으나 반드시 물어볼 수밖에 없는 역사다. 다들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력서가 요구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어느 연령을 넘긴 사람이라면 이력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경험하였을 것이다. 이력서를 통하여 오늘의 그를 이해하며 더 나아가 미래의 그가 어떠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
가끔 교육 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국사’ 과목을 고등학교 필수 교과목이나 수능 과목에서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을 보아왔다. 어떤 생각으로 우리의 역사를 저렇게 소홀히 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었다. 패션 디자인 학과의 커리큘럼 중에는 ‘복식사’(history of costum)라는 필수 과목이 있다. 복식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번쩍 번쩍, 하루가 멀다하게 돌아가고 있는 패션 세계에서 케케 묵은 과거의 옷이 왜 중요하다는 것인지 알듯 모를듯한 일일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서양 옷의 역사는 BC 4000~3000년의 이집트 복식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지리적으로나 역사를 주도하던 민족을 생각하더라도 이집트의 복식이 ‘서양복식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서양사’ 역시 이집트부터 시작된다. 이집트가 서양에 가장 가까운 고대 문명의 발상지였고, 그들이 이뤄낸 문명이 서양의 역사를 이루어내는데 기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옷도 그렇다. 이집트의 복식은 옷과 장식의 시작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 천년 전에 그들이 만들어낸 복식 문화가 어느 시대에도 재현하기 어려운 찬란한 문화였다는 사실도 경외감을 갖게 한다.
오늘의 패션은 커다란 산업으로까지 발전하였다. 21세기의 화려한 패션 속에 수 천년 전 이집트의 복식이 배어있음을 심심치 않게 본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패션을 창조할 때 디자인 소스로 그 옛날의 이집트를 끌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이집트의 복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고대 이집트가 디자인의 소스라 하여 언제나 대중의 각광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가 그런 소스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월이 흐르면서 찬란했던 고대 이집트는 페르시아, 알렉산더 대왕, 그리고 로마의 무력 앞에 무릎을 꿇으며 역사 뒷 편으로 사라진듯 했다. 불행히도 세계가 산업사회를 이루며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음에도 오랜 세월 동안 이집트인들은 독재자의 통치 아래에서 굴욕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민주화를 열망하는 함성이 잠자고 있던 중동 지역을 흔들어 깨웠다.
이제 그들이, 세계의 찬란한 역사와 문명을 이루었던 조상의 후예들이 다시 일어서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통하여 오늘을 이해 할 수 있고 내일을 예견 할 수 있다는 변하지 않는 원리에 따라 이집트의 밝은 내일을 본다. 그리고 마음으로부터 응원을 보낸다. “이집트여! 옛 영화를 되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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