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로 요절한 패션계 이단아 디자인 인생 절정에서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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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이 바라본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③ - Alexander Mcqueen (알렉산더 맥퀸)

2010-03-22 오후 6:16:50

모든 패션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환상 왕국에 산다. 그들은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우아함을 위한 왕국이든, 소녀적 감성의 왕국이든, 시대적 사명을 띤 왕국이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왕국을 차근차근 건설해 나가는 것이다. 그 왕국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갈채를 받으면 그는 패션계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그 왕국은 어느 다른 디자이너와도 차별이 되어야 하면서 동시에 대중의 보편성에 어필돼야 한다. 여기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세계를 만들어 가던 디자이너가 있다. ‘그’ 만큼 완벽하고 철저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해 갔던 디자이너는 찾기 힘들다. 패션계에서는 그를 악동이라 불렀고 천재라고도 했다. 뛰어난 조형성, 새로움, 완벽한 스타일링, 환상적인 쇼를 보여주면서도 기초 탄탄한 재단 실력을 갖췄던 디자이너. 알랙산더 맥퀸. 그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디자인의 원천은 자연 친화적 이미지 알렉산더 맥퀸하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새를 이용한 이미지가 특히 그러한데 실제 깃털을 사용한 작품도 상당수며 박제 된 새, 새장 등 새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사용한다. 또한 꽃도 자주 활용하는 이미지다. 그는 최근 컬렉션(작년과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자연, 지구, 우주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무늬로 의상을 만들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의 결 이라던가 천적을 겁주기 위한 나방의 큰 눈을 닮은 무늬, 또는 새의 깃털 같기도 한 무늬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복잡한 무늬를 구성했다. 자칫 복잡하고 어지러울 수 있는 무늬를 그는 옷을 대칭형으로 만들어 균형을 맞췄다. 자연의 특징은 불규칙함과 예측할 수 없음인데 그러한 특징을 가장 쉽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대칭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상의에는 나무결을, 치마는 꽃무늬를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표현해 냈다. 보통 자연물을 사용하면 무대용 의상처럼 과하게 표현되거나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맥퀸의 의상은 그렇지 않고 아름답다. 왜 그럴까. 우선 그는 자연물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 특히나 꽃은 기하학적 모양이나 단순하게 패턴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양을 사용한다. 사실 새와 꽃은 소녀의 감성과도 맞닿아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물들이다. 자연은 모든 디자인의 원친일 정도로 디자이너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매개체다. 그는 예쁜 모티브를 갖고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일반적으로 예쁘게 활용한 것이 아니라 그로테스크하게, 조금은 이상하고 기괴한 이미지로 변형을 한다. 이것이 그의 재능이다. 그렇다면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세련되게 재구성 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고 다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걸까. 물론 아니다. 두 번째로는 색을 잘 써야 한다. 인접색 사용해 무난하게 연출 한 의상 안에 화려한 무늬와 화려한 색을 같이 쓰면 복잡하고 어지러워진다. 화려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화려한 색이란 대비가 강한 색들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보색 관계의 색을 쓰면 색 자체만으로도 화려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한 무늬의 특성은 한 화면 안에 면을 많이 쪼개는 것이다. 그 쪼갠 면이 많아질수록 그 면을 채우기 위한 색들이 다양하게 필요해지고 그 색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같은 무늬도 무난하게 보일 수 있고 복잡해 보일 수 있다. 맥퀸의 의상에서 패턴은 굉장히 복잡하다. 하지만 그는 인접색을 사용하여 복잡한 패턴을 중화시켰다. 노랑, 초록, 파랑색을 중심으로, 노란색이 더 진해진 갈색이나 검정 정도만 더했지 크게 세 가지 색 이상을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화려한 무늬의 의상을 번잡해 보이지 않게 색으로 조절한 것이다. 자, 여기까지 그는 2차원적 디자인인 그래픽, 즉 무늬, 색을 잘 사용했다.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에게 굉장히 기본이 되는 부분인데 이 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이 부지기수다. 오히려 색이란 감각적으로 사용하면 되고 무늬도 취향대로 골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런데 독특한 무늬와 적절한 색을 사용한다고 해서 옷을 보는 사람에게 쾌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직접 옷에 무늬를 넣고 그 무늬가 가장 멋져 보일 수 있도록 새롭게 형태를 만들어 냈다. 3단계는 새로운 형태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탄탄한 구조미 독보적 패션 디자인이란 전형적인 형태의 옷을 무늬와 색, 장식적인 요소들을 트렌드에 따라 바꾸기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가들은 그 옷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실험들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사람의 몸을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새로운 실루엣, 새로운 형태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맥퀸이 천재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 한 부분이 바로 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시피 그는 16살에 학교를 나와 영국의 전통적인 신사복을 만드는 새빌 로(Savile Row)에서 양복 만드는 것을 배웠다. 서양복식에서 재킷은 최고난도 기술의 집약체다. 현대 여성복은 남성 복식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와 더 많은 장식과 화려한 소재, 색을 사용하여 변주한 것이다. 따라서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기본이 탄탄해야 다양하게 변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새빌 로에서 패턴을 알게 된 그는 테일러링 기법에 있어 전통과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고 이는 그의 작품세계에 걸쳐 잘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그는 무늬활용과 색, 형태까지 세 단계에 걸쳐 완벽한 옷을 디자인하기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걸까. 아니다. 천재 칭호는 그렇게 쉽게 붙여지는 호칭이 아니다. 그의 쇼에는 두 가지 비밀이 더 숨어 있다. 그 비밀을 다음 시간에 알아보자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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