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과 보라색은 파란색의 먼 친척이다. 6촌쯤이나 될까? 이 인척관계의 안쪽에 있는 색들은 모두 파란색의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는 색들이다. 따라서 어떤 색을 차출한다고 하더라도 무난하게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같은 핏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녹색의 혈통과 보라색의 혈통을 가진 색들은 서로 다른 성향을 보여주므로 이러한 가계관계를 잘 활용한다면 같은 친인척만으로도 재미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파란색의 인척관계 

파란색의 일족(?)들은 녹색과 보라색에 걸쳐 있다. <그림 1>에서처럼 색상환상에서 파란색은 좌우로 녹색과 보라색에 이르는 영역을 가지고 있다.

파란색의 영역은 파란색을 기준으로 해서 좌우로 나누어진다. 이렇게 구분되는 색의 영역을 중심으로 색의 조화를 생각해 본다면 파란색의 계통색들은 크게 3가지의 조합을 생각해 볼 수가 있다. <그림 2>에서처럼 중심 파란색과 녹색에 가까운 파란색의 조합, 파란색과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의 조합, 파란색을 뺀 나머지 두 개의 색의 조합이 그것이다. 이것은 파란색의 인접색들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같은 파란색의 인접색들이라고 하더라도 각각의 조합에서 얻을 수 있는 색의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녹색에 가까운 파란색과 파란색의 조합은 따뜻한 느낌이 감돈다. 반면에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과 파란색의 조합은 시원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녹색에 가까운 파란색과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의 조합은 완충작용을 하는 파란색이 없기 때문에 대비감이 강해 보인다. 물론 이 정도의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색의 인상들이 있다. 디자이너들에게는 이런 색의 표정들이 더 중요하고 눈여겨보아야 할 내용들이다.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파란색의 유전자가 깃들어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조화가 되는 색들이다. 이런 색들이 구체적으로 패션에 구현되었을 때는 어떤 느낌을 줄까?  

녹색과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들

<그림 3-1>은 파란색과 녹색에 가까운 파란색이 큰 면으로 조화되어 있는 경우이다. 가장 일반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파란색에 대한 친밀도가 비교적 높은 녹색의 느낌은 차분하면서도 종족적 일체감(?)이 끈끈해 보이는 배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3-2>는 <그림 3-1>과 비슷한 색으로 되어 있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색이 면으로 명확하게 구획되어 있지 않고 이처럼 색과 색이 부드럽게 조합되면 신비로운 느낌이 들면서 화려해 보인다. 빨간색이나 노란색이 아님에도 이처럼 화려한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색의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녹색의 영역에 있는 파란색들은 아무래도 부드럽고 편안하다. 찬 색들임에도 따뜻한 느낌을 환기시키는, 말하자면 찬 색 속의 따뜻한 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들은 느낌이 또 다르다. <그림 4>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같은 파란색들이라도 <그림 3>의 느낌들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보여준다.
  
<그림 4-1>은 파란색과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들로 구성된 디자인이지만 <그림 3>에서보다는 훨씬 풍부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녹색과 파란색의 유사성과는 달리 파란색과 보라색은 색감의 차이가 좀 많이 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접색들으로 구성하더라도 이처럼 색감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그림 4-2>는 검은색을 바탕으로 파란색과 보라색에 가까운 파란색으로 조화된 경우이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색의 조화에 있어서 명도의 역할은 적다고 할 수가 없다. 여기에 들어가 있는 파란색들은 명도가 서로 비슷하게 낮다. 그래서 색의 차이가 별로 안 느껴질 수 있는 배색인데, 앞에서 살펴본 것

최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