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靑出於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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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브랜드에세이 (40)

2008-10-31 오후 3:30:54

호서대학교는 광고홍보학과가 없지만 매년 각종 광고공모전에서 상을 휩쓸기로 유명합니다. 올해에도 제가 강의하고 있는 이 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광고동아리 학생들이 광고공모전의 꽃이라 불리는 <2008 조선일보 광고공모전> 신인부에서 ‘대상’과 함께 은상 2개, 입선 4개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습니다.


설립된 지 20년이 조금 넘은 이 광고동아리는 400회에 가까운 광고 공모전 수상 실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광고공모전’에서는 ‘대상’ 수상만 이번으로 네 번째 입니다.


이 동아리는 독특한 전통이 있는데 광고공모전의 상금을 모두 공동기금으로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광고공모전은 그 수상만으로도 명예가 따르기 때문에 상금이 그리 크진 않지만 워낙 수상횟수가 많다 보니 지금까지 모아온 상금만도 1억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지방대학 디자인학과의 작은 동아리에서 이처럼 한계를 뛰어넘어 엄청난 성과를 이루고, 국내 굴지의 광고대행사에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해 낸 데에는 두 가지 큰 원동력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지도교수들의 불타는 열정’입니다. 학과의 탄생초기 교수들은 아예 연구실에 침상을 가져다 놓고 주말에만 집에 갈만큼 제자를 키우는데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방학 때는 학생들과 함께 합숙훈련을 하며 강의실에서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불씨가 선후배간에 이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가사의한 힘이 더해지는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청출어람의 전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모전은 보통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준비하는데 학년과 성별, 공모전 참가경험 등을 고루 참고하여 구성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토의하는데 있어 계급장은 없습니다. 때문에 큰 상을 받을 때 기초가 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저학년에서 많이 나옵니다.
고학년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팀을 조화롭게 운영하고 제작물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그리고 저학년이 고학년이 되면 이러한 팀웍의 반복으로 노하우가 쌓여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꼭 해낼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자부심이 넘칩니다. 우승을 많이 해본 브라질 축구 대표팀에는 실력 이외에도 가슴에 흐르는 저력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청출어람의 결과는 내 후대는 나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신념과 자기희생을 뿌리로 하지만 그 반대인 것도 있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N.C PARKINSON)은 1955년 “사람들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부하를 거느린 후 승진을 앞당기려고 직원을 뽑는다”라는 내용의 <파킨슨의 법칙>을 주장했습니다.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점점 거대해지는 기업과 관료조직의 본질적 문제점을 냉소적으로 비판한 것이지만, 현재 우리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내에서의 입지강화를 위해 본인보다 뛰어난 사람의 채용을 기피하는 상사, 자신의 잠재능력에도 불구하고 무능력자처럼 시간만 때우는 사원, 사람을 장기적으로 키우며 전통을 만들기 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회사, 이러한 문화에서 청출어람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김유진 : 루이까또즈 마케팅 팀장 / 호서대학교 겸임교수>



글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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