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저녁 노을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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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7 오후 5:42:00

보색 중에서도 파란색과 오렌지색의 조합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맑은 날이면 하루에 한 번씩은 어디에서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색으로서 파란색과 오렌지색은 가장 시원하고 젊은 배색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첨단의 새로운 느낌을 주는 특징을 가진 색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저녁노을


누구나 이런 경험을 기억의 한켠에 간직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도시의 매뉴얼대로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머리 위로 펼쳐지는 창연한 자연의 변화, 마치 태고적에나 있었던 일인 것처럼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시원의 순수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모습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의 그 감동….

일출이나 일몰, 1년에 한 번 있을 휴가 때나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이런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가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시멘트 덩어리 사이에서도 여전히 진행중이었다는 사실은 현대인의 우매함이나 통속적인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 이전에 자연의 위대함, 그 큰 그릇에 대한 경외심이 먼저 우리들의 온 몸을 경련시킨다. 바쁘게 움직이는 게 현대사회인 것 같아도 하늘과 땅은 그 이전부터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라도 사실 땅보다 빨리 달리지는 못한다. 속도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과거와의 단절을 부르짖었던 현대인들의 짧은 안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앞질러가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얼 더 빠르게 하겠다는 것인가?

하늘같이 역동적인 자연도 없을 것이다. 낮에는 해와 구름이 움직이고 밤에는 별들과 달이 움직인다. 자연의 속도전은 그냥 빠르게 지나가는 게 아니라 많은 감동들로 환치된다. 어떤 예술가가 자연만큼이나 많은 감동적인 작품들을 남길 수 있을까? 그것도 하루에 여러 번씩. 하늘과 땅이 자아내는 감동 중 단연 으뜸인 것은 밤과 낮이 서로 이름을 바꾸는 일출과 일몰이지 않을까? 이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닌 지점은 그 모호함과는 반대로 뚜렷한 자기 모습을 과시한다. 일출은 일상생활에서 보기도 힘들 뿐더러 밝음으로 향해 있는 그 지점이 일몰에 다소 뒤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의 거의 가운데 부분에 포진해 있는 일몰은 생활과의 근접함에 있어서, 어두움이라는 신비로움을 이끈다는 면에서 선두를 달린다. 저녁 노을이야말로 하늘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시각적인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저녁 노을의 짧지만 환상적인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내일을 준비하고 오늘을 반성한다. 좀더 넓게는 인생을 반성하고 인생을 설계하게 만든다.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저녁 노을을 보고 생의 좌절을 희망의 불꽃으로 만들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난날의 여정을 뿌듯한 추억으로 바꾸어갔을까? 저녁 노을의 아름다운 풍광은 단지 아름다움에 군림하지 않고 우리의 인생과 기꺼이 하나가 되어왔다. 아름다운 풍광은 하루 동안 고달팠을 인생들을 위로하는 선물이었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이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각박한 말로, 그것도 인간의 머리로 짠 논리의 그물에 담으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필요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어리석다는 비난의 손가락질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이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에 깔린 조형적 이유를 어리석게 한마디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하늘엔 파란색과 오렌지색 있고…
저녁 노을이 강렬한 인상을 주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파란색과 오렌지색이 하늘이라는 거대한 스크린 전면에 걸쳐서 강력한 보색대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질 무렵 온 세상은 파란색과 오렌지색으로 뒤덮인다.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보색대비라고 할 수 있겠다.

해가 지기 전까지의 파란색 하늘은 해의 높이가 낮아지는 일정 지점에서부터 강렬한 오렌지색의 침입을 받게 된다. 어느 정도 밝은 하늘에서의 이 오렌지색의 침투는 대단히 아름다운 것이어서 우리들의 시선을 청결하게 사로잡는 바가 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파란색과 오렌지색은 어둠의 저편으로 함께 사라진다. 밝음과 어둠, 보색대비, 이런 색채의 드라마틱한 변화들이 점진적으로, 그리고 전면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의 도가니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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