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FTA의 타결로 섬유, 의류, 가죽, 신발, 자동차, 전자 등 경쟁우위에 있는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나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란 긍정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섬유와 의류’는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와 직접 연관이 있기 때문에 관심이 남다르지만, ‘경쟁우위’라는 단어에는 선뜻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는 경쟁력을 산업분야가 아닌 브랜드를 기준으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직업병의 발동과 함께 아직 한국 패션에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가 극히 드물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FTA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국내 농업분야는 이미 까다로운 소비자 눈높이(안전심리, 맛, 품질)에 맞춘 ‘명품 브랜딩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시도가 있습니다.(예: 전남 함평군의 한우 명품 브랜드 사업) 이에 비해 다른 산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되는 패션분야는 정작 시대의 흐름을 너무 안일하게 바라보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
명품 브랜드를 연구한 최근의 논문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7가지 요소를 필요로 합니다. 고품질, 세련된 디자인, 희소성, 독특성, 이미지 일관성, 원산지 이미지, 정부차원의 노력이 그것 입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명품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명품은 일단 그 반열에 오르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에 한국의 유수한 패션회사들은 이렇게 어렵고 긴 여정보다는 쉽고 빠른 방법으로 명품을 만들려 합니다. 아니 빌려오려 합니다. 라이선스를 통해 막대한 로열티를 주고 외국의 명품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들여오는 것입니다.
이런 브랜딩은 언젠가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 브랜드를 잘 운영하지 못하면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잘 키워놓으면 결국 직진출 하려는 본사에 빼앗기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 손으로 브랜드를 키우고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2006년 발간된 "THE CULT OF THE LUXURY BRAND"에 의하면, 2005년도 기준 세계 패션명품 시장은 약 8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아시아 시장이 37%를 차지하고 있어 전통적인 명품시장이라고 인식된 유럽시장(35%)을 이미 추월하여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명품 시장 내 점유율을 분석해 보면 현재는 일본이 62%를 차지해 독보적 1위이고, 홍콩이 12%, 한국과 중국이 각각 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구매율이 매년 10~20%씩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10년 뒤엔 세계 명품시장의 25%가 중국에서 소비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인들의 과시적인 소비성향과 많은 중소규모 기업가 중심(개인사업가)의 경제구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명품의 사회경제적 발전단계상 중국은 ‘과시단계’에 이제 막 진입하였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일상적 사용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향후 몇 년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무언가 도전할 수 있는 과제가 보이지 않습니까? 어차피 판단은 열정과 비전을 가진 CEO의 몫입니다만, 10년쯤 후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루이까또즈 마케팅팀장.호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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