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혁 hyuk@moravian.biz
<모라비안바젤 컨설팅 연구원, 웹마케터>
지금으로부터 90년전,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 4만 6천톤 타이타닉호는 영국을 떠나 뉴욕을 향해서 처녀 항해를 하던 중 빙산과 충돌하여 바다에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 사고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였음이 나중에 확인되었다. 무려 5번이나 본부에서는 타이타닉의 항로 가운데 빙산이 오고 있음을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빙산은 서서히 그리고 호크마 유도탄처럼 빨려 들어가듯이 타이타닉호를 앞서 운행하고 있는 한 척의 배를 부셔 버렸다. 물론 이 내용도 타이타닉에게 전달되었지만 무시되었다. 선장을 포함한 수십명의 일등 항해사들은 충돌 10분 전까지 빙산의 위험에 대한 5번의 경고를 모두 무시했었던 것이다. 결국 타이타닉은 빙산과 충돌했고 옆 부분이 찢겨져서 침몰하게 되었다.
패션 대륙에서의 빙산들
빙산은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있는 얼음산이다. 빙산의 90%가 수면 밑에 있기에 눈 앞에 보이는 빙산이 자신의 배와 비교해서 작다고 무시해버리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그림 1>처럼 숨겨져 있는 거대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이는 것과 그것을 움직이는 것의 상관관계에 있어서 바다와 빙산 그리고 시장과 티핑 브랜드는 비슷한 구조와 형태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브랜드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잘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대박이 터졌다라는 결론으로 내리는 것은 타이타닉과 같은 결론을 맞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패션마케팅적 사고는 아주 작은 것에 민감해야 한다. 패션 마케터들은 빙산을 끌고 가는 조류를 알아야 하고 빙산의 숨은 부분을 알아야 하기에 일단 빙산이 떠내려오면(신규 브랜드가 런칭을 하면) 신중하게 그리고 주변 상황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2000년 패션 바다에 빙산 몇 개가 떠내려 오기 시작했다. 어트랙트 내추럴 캐주얼(Attractive Natural Casual)이라고 불리우는 빙산이 기존 IMF 패션 스타일과 충돌을 하였다. 캐주얼 빙산에서 대표적인 브랜드들을 뽑으라고 한다면 「서어데이아일랜드」와 「A6」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곧 퍼니캐릭터(Funny Character)의 빙산인 「바닐라비」가 뒤를 따랐고, 그 후에 스포츠 분야에서 캐릭터스포츠캐주얼의 빙산인 「이엑스알」이라는 브랜드가 흘러 내려왔다. 과연 이런 브랜드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우리는 빙산보다 더 중요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하나는 빙산의 숨겨져 있는 부분을, 또 하나는 빙산을 흐르게 하는 조류의 방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빙산을 끌고 내려온 조류부터 알아보자. 2001년 패션계의 화두가 되었던 것은 첫번째, ‘스니커(Sneaker)'라는 밑에서부터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신규 브랜드로서 성공 조건은 ‘스니커와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는 2000년도에 노랑머리에 잘 어울렸던 브랜드들이 성공한 사례들을 보았다. 그 당시 오렌지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컬러머리와 오렌지 칼라 계열의 옷들이 모든 시장을 덮어 버렸다. 그 힘이 이제 신발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번째 조류는 스포티브(Sportive)라는 캐주얼의 트랜드 코드이다. 이지 캐주얼과 비슷한 느낌을 품었던 스포츠 캐주얼과 다른 새로운 차원과 느낌에서 ‘스포티브' (실제로 ‘스포티브' 의미 중에 ‘변종의'라는 뜻이 있다)는 캐주얼의 진화 요소가 되어버렸다. 생태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변종'이었는데 우리는 ‘스포티브'라는 유전자변화를 시켜서 새로운 변종을 보았다. 대표적인 변종 진화 브랜드로서 여성 캐릭터 캐주얼에서 스포티즘 인자를 받아들여서 티핑 브랜드로 진화된 ‘A6'와 10년 제국을 이끌고 왔던 스포츠 분야에서 캐릭터 스포티즘으로 진화되어진 「이엑스알」 그리고 이지 캐주얼과 캐릭터 캐주얼에서 진화된 브랜드인 「C.O.A.X」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학계(?)에서는 이 변종들의 학명을 찾지 못했지만 일단 스포츠에서 진화된 「이엑스알」은 Caports라고 하고, 캐주얼에서 진화된 「A6」와 「C.O.A.X」를 Urban Sportive Casual라 부르고 있다.
세번째 조류는 언제나 그랬고 항상 그렇겠지만 패션의 영원한 테마인 섹시(Sexy)이다. 2000년부터 섹시함은 때로는 낭만적으로, 때로는 이국적으로 가끔은 화끈하게 아니면 귀엽게… ‘섹시'는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였다. 이 섹시함을 브랜드의 컬러에 맞게 소화한 브랜드는 모두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3S(Sneaker, Sportive, Sexy)로 만든 것이 인공적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성공 브랜드들의 모든 핵심 인자 속에서 3S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분명 3S는 새로운 조류가 되어서 이제 제3의 패션 장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조류를 타고 오는 여러 빙산 브랜드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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