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헌재 소장에 전효숙 임명을 철회했다. 이번 철회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한 배를 탄 여당 일부의 반대가 결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반대를 부른 결정적인 이유는 청와대와 여당간 갈등과 이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비서관들에 대한 독선을 원인으로는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고압적인 언행으로 사회각층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양정철 홍보기획 비서관이 대표적인 예다.
한비자에 보면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구맹주산(拘猛酒酸) ’ 일화를 소개하는 구절이 있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중국 송나라에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손님에게도 공손한데,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 않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가 학식이 높은 친구에게 물었더니, 대뜸 “자네 집에 개가 사나운가?”라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친구 왈 “그래서 술이 안 팔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개가 덤빌까 무서워 술을 사러 갈 수 없었고, 결국 안 팔린 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큼해졌다는 것이다.
한비자에선 이를 두고 어진 신하가 아무리 옳은 정책을 군주께 아뢰고자 해도, 조정 안에 사나운 간신배가 버티고 있으면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설명하고 있다.
이 일화는 마케팅에도 곧잘 적용돼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 있는 직원의 경우 성품이 사나운 사람을 쓰지 않는 것이 관례다.
아기자기한 상품력으로 토들러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을 듣는 모 브랜드. 이 브랜드는 올해 그간의 부진을 털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기업을 배후에 두고 있는 이 브랜드는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그동안 경영자부터 시작해서 많은 직원들을 바뀌는 과정을 겪었다. 아동복에서는 드물게 투자도 과감하게 했고, 직원들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업계도 이러한 면을 인정해 좋은 평가로 화답해 준 것이다.
이에 기자는 이 브랜드의 성과를 취재하고 경쟁력을 전하기 위해 정식 취재를 요청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관련부서의 담당자는 ‘자신이 바쁘다’는 이유로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다. 취지를 설명하고 재차 요청했지만 귀찮다는 말투와 함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 이 담당자와 통화 이전에 브랜드를 총괄하는 사업본부장으로부터 올해 거둔 성과에 대한 일단의 취재를 마친 터였다. 담당자에게 재차 요청한 것은 미진한 부분에 대한 확인 취재를 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이 담당자와는 몇 번의 실갱이를 거친 후 취재를 포기했다.
취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회사를 방문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회사와 사람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을 갖게 된다. 사실 그 회사나 사람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이미지는 판단에 있어 중요한 척도가 된다.
홍보나 영업 파트에 있는 사람들은 회사를 들여나 보는 거울과 같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 따라 회사의 이미지가 좌우된다.
재기에 희망을 보인 이 브랜드를 생각하면, 지금도 사업본부장의 겸손하고 열정적인 모습과 홍보 담당자의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오버랩된다. 동시에 한비자의 ‘사나운 개’ 일화도 생각난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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