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수 디큐브시티 MD 팀장
디큐브시티가 오픈 1주년을 맞았다. 작년 디큐브시티가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질 때만해도 업계의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테크노마트를 비롯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AK플라자, 여기에 복합쇼핑몰 강자로 등극한 타임스퀘어 등 쟁쟁한 강호들이 포진한 서울 서남부 상권에서 후발주자인 디큐브시티가 포지셔닝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디큐브시티는 보란 듯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패션 테넌트에서는 아직 열세라는 평가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식음료(F&B) 부문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는 디큐브시티의 타깃층을 정립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요식업계의 마이다스의 손’ 오진권 사장과 함께 구성한 700여 석 규모의 초대형 한식 테마관은 인근 거주 지역의 가족단위 고객을 불러 모았다.
“지난 1년여 동안 충분한 마켓테스트를 거쳤고,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라고 운을 뗀 안정수(44) MD운영팀장 얼굴엔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 그의 당차고 포부 있는 모습에선 디큐브시티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겨우 1년 차입니다. 전년 대비 매출을 가늠해 볼 수도 없지요. 알다시피 이 주변은 대형 유통 채널들이 즐비해 시장 경쟁이 뜨겁습니다. 내부적으로도 기대보단 우려가 높았던 게 사실이고요. 그러나 1년을 우직하게 버틴 결과, 자체적인 평가는 ‘성공’에 가깝습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에 비하면 매출도 양호한 수준이고, 무엇보다 디큐브시티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면에서 지난 1년은 참으로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안 팀장이 말하는 가능성은 두 가지. 한국형 복합쇼핑몰과 지리적인 강점이다.
현재 시장 안정권에 접어든 국내 복합 쇼핑몰은 대부분 서구형 모델을 표방한다.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대형 복합쇼핑몰은 넓은 공간에 대형 테넌트들이 늘어져 있고, 일자 동선으로 쾌적한 몰링 환경을 제공한다. 임점 수수료가 낮은 단순 임대차 방식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서울 서남부 상권을 보자. ‘원조’격인 서구형 모델로 승부한 타임스퀘어가 고객 몰이에 성공했고, 경기 탓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중장년층 고객들은 여전히 백화점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이미 자리잡은 상권에서 기존 수익모델로 경쟁하기란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
따라서 디큐브시티는 경쟁사들과 차별화한 모델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복합 쇼핑몰의 형태와 백화점의 운영구조를 접목했다. 규모나 MD, F&B와 문화적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소비자 현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복합쇼핑몰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백화점의 마케팅과 운영 기능을 덧붙여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복합쇼핑몰의 ‘백화점 화(化)’. 이 전례없는 모델로 운영 초반 시행착오도 참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디큐브시티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정답을 말해주더군요. 지금 이 주변을 둘러보세요. 전부 아파트 단지이지요. ‘논 에이지’. 그 것이 우리가 찾은 실마리입니다. 엄마 등에 업힌 갓난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가 행복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디큐브시티는 뽀로로 테마파크, 뮤지컬 전용 극장, 다목적 공연장 등 ‘논 에이지’ 편의 시설로 가족단위 고정 고객을 확보했다. MD 개편을 통해 영 밸류, 캐릭터, 트레디셔널을 강화하는 등 패션 테넌트의 백화점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엄마와 딸이 함께 입을 수 있는 옷, ‘패밀리 룩’이 가능한 캐주얼 등 가족 쇼핑객을 위한 콘텐츠 유치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디큐브시티의 경쟁력은 지리적인 강점에 있습니다. 신도림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교통의 허브’라고 불리지요. 때문에 주중 유동인구의 유입량도 늘었습니다. 이 젊은 고객들을 위해 최근엔 트렌디한 MD에도 신경씁니다. 「글래드뉴스」 「아하바」 「스톤마켓」 등 특색있는 브랜드를 디큐브시티에서 만나보세요.”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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