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사례로 비추어 본 국내 복합쇼핑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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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묘환 CMG 대표

2012-11-09 오후 5:23:03


최근의 우리 패션 업계가 기존 채널에 대해서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은 시장의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조금 쉽게 표현한다면 기존 질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불안한 안개 속 상황이라 할 만하다.


백화점이 어떠니, 노면점이 어떠니 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의 불황 곡선과 맞닥뜨린 업계의 분위기는 지난 국제금융위기(IMF) 때 보다 더 심각하고, 실제적이면서 심리적 위축까지 동반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업계의 움직임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첫째는 기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다. ‘돈벌이(?)가 예전 같지도 않고 골치 아프니 조건만 맞으면 치워버리겠다’는 움직임이 메이저급을 포함한 이런 저런 기업에서 많이 노출된다. 두 번째는 IMF를 겪은 베테랑들의 압축 생존전략이다. 구조조정하고 유동성 확보하고 쥐어짜서 조금 견딜만 하면, ‘화려한 날은 또 돌아 온다’는 식의 감각적인 생존 본능이 바탕이 되는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판에 대한 모색 속에 다양한 시도를 준비중인 그룹까지 세 가지 타입의 업계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


‘사람은 죽어서 돈만을 남긴다’는 부류는 첫 번째를 택할 것 같고, ‘재산이 아닌 유산을 벌고 있는 부류’는 두 번째 길에서 외롭게 고생하며 치열한 생존을 택하는 것 같다. 또 ‘아직 할 일이 태산 같고 규칙 파괴자가 한번 되어 보자’는 부류는 확실히 세 번째 길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자신 있게 말하지만 앞의 두 부류는 업계에서 더 이상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세 번째 길에 들어선 이들과는 적어도 십 년 이상 얼굴 맞대고 고민하면서 동질성을 느낄 것 같기에 새로운 판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한번 풀어 본다.


◇ 한국 패션의 새로운 판은?
새로운 판의 모습을 논하기 전에 1990년대 이후 한국 패션을 싣고 달려온 백화점이란 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리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백화점은 현대 도시의 산물로 태어났다. 피터드러커가 ‘산업혁명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백화점’이라고 표현할 만큼 19세기의 백화점은 봉건사회가 무너지고 시민사회가 시작되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현대 문명이었다. 백화점이 다른 어떤 발명품 보다도 그 지위를 오래 누리고 있는 것도, 백화점이 인류에 미친 영향력 때문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상 최초의 백화점은 1852년 프랑스 파리 동남부 세느강변에 태어난 봉 마르쉐 백화점이다.
봉 마르쉐가 만들어지던 시대상을 이해하면 우리가 고민하는 판의 접근도 보다 수월해지리라 믿는다.


봉 마르쉐의 등장은 전제 봉건사회의 소멸과 더불어 새롭게 성장한 시민사회의 새 주역들인 부르주아 계급의 등장이란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억압되던 봉건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되고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필요한 시점에 봉 마르쉐의 등장은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봉건시대 특권층들의 모임터가 궁궐과 귀족들의 성이었다면, 시민사회에서 새롭게 대두되기 시작한 특권층들의 모임터는 도시의 백화점이었다. 이렇게 촉발된 백화점은 20세기 초 프랑스의 도시개조 프로젝트와 맞물려 쁘렝탕, 사마리탄 같은 대형 백화점들이 속속 들어서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백화점의 발달은 다른 무엇보다도 프랑스 패션산업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



◇ 백화점이 들어서던 시기의 시대상은?
파리에 백화점이 속속 등장하면서 프랑스 패션 산업은 20세기의 맹주가 될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바로 지극히 개인적인 수공업에서 팀을 이루어 움직이는 산업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리옹이나 릴 중심의 섬유산업을 이끌어 밸류체인의 확장이라는 산업적 성과도 거두게 된다.


당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성장은 ‘팔기 위한 생산’을 확산시키는데 대량 생산 시스템의 대두와 함께 교환에 필요한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유통이 우회적 성격을 띠는 복잡한 간접유통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첫 번째 형태로 백화점이 탄생했다.


봉 마르쉐가 처음 등장할 때 백화점의 정의는 그랑 마가쟁(Grand Magasin), 즉 큰 가게였다. 1863년 영국에서 휘틀리 백화점이 세워질 때는 ‘무엇이든 공급하는 곳’이란 의미로 정의되었고, 미국에서 독일계 유태인들에 의해서 뉴욕의 A.T.스튜어트나 메이시(Macy’s), 보스턴의 조던마시(jordan Marsh)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지금 우리가 정의하는 백화점의 원형을 찾아 볼 수 있게 된다.


미국인들은 1826년 로드 앤 테일러가 봉 마르쉐 이전에 제일 처음 세워진 백화점이라고 주장한다.  본격적으로 대중화에 공헌한 백화점은 1841년 보스톤에 세워진 조던마시지만 1858년 뉴욕의 메이시, 1861년 필라델피아의 워너메이커, 1866년 시카고에 세워진 마샬 필드 등에 의해 미국의 백화점 유통업을 꽃 피우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백화점이란 채널의 의미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백화점이 다른 나라의 백화점과 달리 다양한 상품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조달에서 배달에 이르는 시스템을 구축해가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계 유태인들이 골드러시의 붐을 찾아 서부로 떠난 신흥계급(이들 중에 상당수의 자산가가 등장한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럽에서 건너온 상품들이 도착하는 동부에서부터 서부로까지 전달하는 과정, 즉 ‘물류’를 당시로는 신흥채널인 백화점이란 업태가 담당했던 것이다.


또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의 백화점은 당시 대도시의 성장, 교통·통신·광고의 발달, 주식회사 제도의 도입, 유태인들에 의한 현대적 금융시스템의 발달, 대량생산 체제의 구축 등 사회적 변화 요인을 가장 잘 반영한 대량 판매 기구로서 세계 유통산업의 표준처럼 자리잡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백화점은 전세계 백화점 업의 기준이 되었고, 20세기 소비시대를 이끌어 팍스아메리카나의 주력 산업으로 부상한다.


미국의 소매유통시장은 산업표준분류로 US SIC 52류에서 59류에 이르는 다양한 업태를 포용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의 형태는 나라마다 PEST(Political, Economic, Social, Technological)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표준이라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유통업에서 미국은 존재하지 않는 형태가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성을 띠고 발전했다.


1945년 광복 이후 사회의 모든 제도에서 미국의 모든 시스템이 도입되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유통, 특히 소비재 유통 시스템과 관련해선, 한국은 미국보다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고 그 시스템을 참고하면서 발전해왔다.


물론 일본 시스템이 미국 유통업에서 영향을 받아 성장했으므로 결과적으로 한국의 소비재 유통도 미국의 영향력 하에 발전 했다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성 측면에선 절대 미국의 영향이 미치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 할 수 있다.



◇ 한국 백화점 업의 유전자는?
한국의 유통업이 백화점, 종합소매점(GMS), 슈퍼 혹은 편의점(CVS), 무점포 판매 등 대분류에선 다른 나라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디테일에선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백화점이다. 미국의 백화점 업계는 상품구성, 점포규모, 입지전략에 따라 크게 3가지 타입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가 미국인들이 백화점이라고 인식하는 패션 상품만을 취급하는 ‘패션전문점’으로, 니만마커스(Neiman Marcus), 노드스트롬(Nordstrom), 삭스피프스애비뉴(Saks Fifth Avenue) 등의 백화점 타입이고, 두 번째는 전통적 타입으로 비교적 대규모로 풀 라인의 상품을 도심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형태이다.  메이시를 소유한 미국 최대의 백화점 기업인 FDS, 데이튼이나 면세점으로 특화시키는 허드슨 그룹의 백화점 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홍보형으로, 내셔널 브랜드 상품을 대중적 프라이스로 제공하는 딜라즈(DILLARD’S)나, 콜스(KOHL’S)가 대표적이다. 주로 중규모 점포를 교외의 복합상업시설에 입지하여 전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고 미국 소비자들 중에서 연간소득이 3만5000-7만5000달러에 이르는 중산층인 중도 그룹, 미국 전체 소비자의 70%에 이르는 주력 소비계층으로 저가격 고품질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미국의 합리적 소비자의 구매특성을 지닌 계층들에 어필하는, 현재 미국 내에선 가장 생존가능성이 높은 업태라고 판단된다. 


이들 미국의 중도 그룹이 합리적이고 검소한 구매 성향을 지닌 가운데에서도 디자인이나 패션 등 품질에 대한 요구가 비교적 까다롭고 개성이 강하다. 또 브랜드 선호도가 다양하고 높은 편이어서 미국 유통업을 선도하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미국의 백화점 시스템은 시카고의 시어스 로벅(Sears, Roebuck & Co.)과 뉴욕의 메이시 양대 산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미국 유통산업의 재편기(표1. 참조)와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백화점 업계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절대 위치에 있던 강자들이 후퇴하고 콜스백화점과 같은 하이브리드 타입의 백화점이 불황의 여파로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시장으로부터 로열티를 흡수하게 된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산층의 절대 지지를 받게 된 콜스백화점의 MD 체계(표2.)를 살펴보면 기존 패션 전문 백화점인 메이시나 노드스트롬과 할인점인 월마트나 K마트의 중간을 절묘하게 줄타기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상식적으로 담겨 있던 기존의 미국 백화점이 큰 변화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거품을 제거하고 내셔널 브랜드 중심에 실질적이고 간결한 구성으로 시장에 어필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실제 콜스는 가격은 GMS에 근접하고 있고 상품은 GMS가 추구하는 PB중심이 아니라 다른 백화점들처럼 브랜드 중심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있다. 그 브랜드가 중고가의 해외 브랜드 중심이 아니라 내셔널 브랜드 중심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한다는 점만 차이가 날 뿐이다.


미국 백화점의 사례를 돌아보고 있지만 한국의 백화점 업에 영향을 준 나라는 절대적으로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유감스럽긴 하지만 일제 강점기인 1934년 미츠코시 경성점이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 본점 자리에 오픈한 것을 한국에서의 현대적 백화점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해방이 되기까지 전 미츠코시 점포망 가운데 매우 중요한 점포로 자리잡았다는 사실로부터 한국 백화점 속 일본 유전자를 찾아 볼 수 있겠다. 한국 백화점 업은 신세계 본점 건물 자체가 건축될 당시 도쿄에 있는 미츠코시 니혼바시 본점을 70% 정도로 축소해 놓은 것처럼, 출발부터 일본의 영향력에 놓여 있었다.


이후 1979년 롯데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된 백화점 유통 전성기 돌입과 함께 일본 백화점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했고 1980년대까지만해도 국내 백화점 업계에 일본인 경영진이나 고문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점만으로도 우리 백화점 업계가 일본의 영향 속에 성장해 왔고 일본 백화점의 유전자가 남아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본의 백화점 업은 1990년대부터 축소의 과정이 진행되어왔다. 그 유전자를 받아 유사한 과정을 걸어온 한국의 백화점 업도 일본의 전철을 따를 것이라고 누구나 다 예측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예측이 옳고 그르고를 따질 것이 아니라 숙주와 공생 관계에서 숙주가 문제를 일으키고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황에서 공생자가 취할 행동에 대한 활로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 공생자의 활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일본의 유통업계도 경제 성장과 더불어 혹은 앞서서 지속적으로 무한 변신을 하며 성장해왔다. 1960년대 들어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올림픽과 엑스포 등의 대형 행사를 치르며 세계 시장에 노출되면서, 일본 유통업계는 전통적인 유통업에서 진일보하여 도시형 백화점과 역세권 백화점 혹은 ‘에끼비루’ 라는 역사 건물의 전문점 유통으로 비약적 성장을 하고 이들과 더불어 일본의 패션산업도 동반 성장을 했다.
1970년대 들어 미국 GMS 유통이 다이에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유통시장의 강자로 대두되지만 백화점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일본 경제의 고도성장에 따른 버블 효과가 1980년대 내내 지속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유통 산업은 가장 충실한 미국의 추종자로 성장과 쇠퇴를 따랐다. 그것도 단순한 추종자가 아닌 스스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수준 높은 추종자였다.
그래서 ‘이론은 미국에서 배우고, 실제는 일본에서 확인하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일본의 유통 산업의 전체 모습은 미국과 유사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패션 유통이 중심인 백화점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오랜 지속 기간을 거친 엔고 현상에 따른 거품 소비 때문이었다. 80년대 내내 일본의 소비자들은 패션 브랜드 그것도 해외 브랜드에 열중했고, 다 죽어가던 유럽의 하우스들을 엔고의 위력으로 생생하게 부활시켰다. 버블 붕괴와 더불어 일본의 패션 소비 현상은 큰 전환기를 맞게 되고 구매력이 축소된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유럽 브랜드들은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버블기에 일본 업계는 너무나 쉽게 내셔널 브랜드를 위축시켰다.


해외 브랜드가 외면받기 시작한 시점에는 백화점을 채워 줄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이 90년대 중반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본 백화점의 축소는 여기서부터 시작해 20년간 진행됐다.
기존 백화점 플레이어들이 이합집산을 하면서 축소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패션 유통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데 새로운 유통 카테고리의 연이은 등장이 그것이라 할 수 있다.



표2에서 보듯이 1980년대 중반 미국의 유통업계가 ‘몰(mall)’이라는 신개념의 대형 유통을 전개하기 시작하면서 백화점 업태가 대형 몰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1992년 캐나다의 트리플 파이브그룹이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에 오픈한 ‘몰 오브 아메리카(Mall of America)’는 2002년 LA 의 ‘그로브 몰’에 자리를 넘겨 줄 때까지 세계 최대의 유통시설로 주목 받았다.
지금도 미국 내에서 연간 4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최대의 유통시설로 기록된다. 이러한 대형 몰 시대가 개막되면서 미국의 백화점 업계도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이후로 오하우의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와 같은 대형 복합 쇼핑몰의 속속 등장은 일본의 유통업계에 강한 자극을 행사하게 된다. 일본의 유통업과 함께 패션산업이 지독한 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시점에 성향상 마니아나 괴짜 수준에 이르는 다수의 일본 젊은이들은 기존 프로토콜과 플랫폼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리테일을 창조해 나갔다. 일본의 백화점이 힘을 잃기 시작하면서, GMS 중심의 대형 리테일들과 디벨로퍼들이 결합해  교외형 몰링 시대를 열어가는 것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 패션산업에 생기를 부여해주는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공간을 찾아서 넓은 공간에 펼쳐진 패션 타운을 생성해 유전자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결국 미국이나 일본이나 유통 전환기에 그들이 추구한 것은 다르지 않았다.



◇ 새로운 유전자의 DNA는?
2002년 LA 외곽에 미국최대의 라이프스타일 복합몰인 그로브몰이 생길 때 디벨로퍼인 카루소 그룹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유통 시설을 모색했다.
그 기준은 쇼핑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연상 효과 중에서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발굴해 대립각을 세우고 긍정효과 중심으로 전개한다는 것이었다. ‘스트레스 해소’, ‘즐거움’, ‘취미’, ‘설레임’, ‘여행’, ‘친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긍정적 요소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 그 결과 키테넌트를 노드스트롬으로 하는 패션 전문점과 테마파크가 결합된 19세기 스페인풍의 몰이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또한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엄마에게서 딸로 이어지는 세대를 거스르는 시장의 로열티를 흡수하기 위하여 아메리칸 걸즈 돌 스토어(American Girl’s Doll store) 같은 100년 이상된 콘텐츠를 재구성해  주요 테넌트로 삼는다. 세대를 어우르거나, 시간 죽이기, 그렇지 않으면 즐거움을 주는 공간을 표방한  그로브몰은 불과 10 년 만에 톱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그로브몰의 예에서 보듯 새로운 형태가 대두된다 해도 변하지 않는 본질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에 대한 가치 제안은 소비 세상의 변함없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떤 세상이 온다 하더라도 시대상을 반영하는 유통업은 이 가치 제공과 관련된 접근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변화 속에서 생존의 방향성은? 
최근 몇 년간 리테일 시대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배경을 인류 문명적 측면에서 호모루덴스의 대두가 리테일의 이동과 확장을 불러왔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바로 이 유희하는 인류를 겨냥한 최적의 유통 형태가 현재로서는 대형화된 복합쇼핑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의 영속성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려면 세상을 읽는 눈이 우선돼야 될 것 같다. 후이징가가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로 규정했을 당시만해도 그저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는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유통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변화의 조짐은 분명 모터리제이션(자동차가 사회와 대중에 널리 보급되고 생활 필수품화 되는 현상)과 결합해 시간이 남기 시작한 호모루덴스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확장과 준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에 인천시가 트리플파이브社와 인천 영종도 내에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인 몰 오브 코리아(Mall of Korea) 조성을 위한 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약 20만평 규모로 진행될 이 사업의 비용은 총 1조 5000억원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5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이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도 빠르게 대형 복합몰의 시대가 전개될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문제는 기존 체제에 익숙해진 유전자가 새로운 프레임에 적응하려면 어떤 변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기대감을 앞선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두려워하기만 할 필요가 없다. 유통의 유전자를 전달해준 충분한 학습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일본의 디벨로퍼들이 주택시장으로부터 상업용 시설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등장한 형태는 라이프스타일 밀착형의 시설이었다. 이세탄 퀸즈(Isetan Queen’s) (사진11.)와 같은 지역밀착형 카테고리는 부도심에서 사회 참여가 많은 젊은 주부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이러한 형태 이후에 등장한 것이 오다이바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등장한 비너스포트(Venus Port)와 같은 엔터테인먼트형 쇼핑 센터가 뒤를 이었고, 요코하마의 라라포트를 비롯해서 교외형으로는 고템바의 프리미엄 아웃렛도 이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형의 뒤를 이는 것은 긴시초 오리나스(Olinas)(사진12.)와 같은 도심 엔터테인먼트 센터(UEC:Urban Entertainment Center)라고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타입이라고도 할 수 있는 UEC는 일본 패션 유통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도심 시설을 강조하면서 SPA브랜드들을 키테넌트로 전면에 내세운 특징이 있다. 맥주 공장 자리를 재개발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나 도쿄미드 타운 등도 대표적인 도심형 UEC라고 할 수 있다. 도쿄 미드타운은 연간 3400만 명 정도의 집객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인접한 록본기 힐스도 3500만 명이라는 놀라운 집객력을 보이는 만큼, UEC들은 일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 초 개관한 도쿄 스카이 트리(Tokyo Sky Tree)와 같은 랜드마크형 UEC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몰들은 분명 미국의 몰에서부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특유의 손맛으로 일본화 시키는 노력이 뒤따른다. 이런 사례들이 한국의 대형 몰 형성기에 다양하게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숙주의 변화에 공생이 됐든 기생이 되든 결합할 수 있는 테넌트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업계의 고민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불변의 진리는 오히려 단순하다.


1. 어떤 가치를 어떤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2. 제공하는 가치로 인해 소비자가 얻을 이익은 얼마나 되고 어떤 형태일지에 대한 고민
3. 그 가치를 발생시키는 장치는?
4. 다른 가치와 내 가치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런 본질적인 고민을 해결한다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근심을 쉽게 해소할 수 있으리라 본다. 세상이 바뀌더라도 내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단지 적용 방법의 차이만 있도록 준비한다면 부담도 덜어질 것이다.



김묘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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