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21' 신사동 가로수길 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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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노란 물결 강남으로 번지나

2010-11-12 오후 5:25:30



“이게 뭐야. 무슨 옷이 이래.”. 「포에버21」 국내 오픈 날, 디자이너 L씨는 그렇게 말했다. 몇 몇 히트 브랜드를 만들어 냈던 그녀가 가격 POP물에 화들짝 놀라 행거에 달려들어 옷들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내뱉은 첫 마디로 기억된다. 그녀는 「포에버21」의 명성에 나름 꼼꼼히 살펴보리라 작심하고 온 터였다. 패션을 업으로 삼고 살아온 그녀에겐 이렇게도 옷을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충격과 함께 살짝 모욕감도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지금 서울 명동 상권에서는 「포에버21」의 노란 쇼핑백이 대세다. 일일이 세어 볼 순 없지만, 밀리오레의 빨간 쇼핑백을 눌렀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관전 평. 밀리오레 봉투가게는 개별 상인들에게 비닐 쇼핑백 판매로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려왔을 정도의 강자였다. 배고픈 이들에겐 편의점에서 먹는 1000원짜리 컵라면도 꽤 훌륭한 식사일 수 있는 법. 오히려 디자이너 L씨가 그런 경험치가 없었을 뿐이었다.

이 「포에버21」의 노랑 물결이 이번엔 강남에서도 이어질 태세다.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미래와 희망 산부인과’ 맞은편 건물이 그 거점으로 선정됐다는 것.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의류 유통 전문가들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이다.

가로수 상권이 최근 대기업들의 플래그십 숍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지만, 상권의 기본 사이즈면에서 「포에버21」과 매치가 잘 안 된다는 설명이다. 가장 매스한 성격의 「포에버21」이기에 당연 강남역 상권이나 삼성동 코엑스몰 정도가 상식선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포에버21」측의 반론은 안타깝지만 들을 수 없었다. 곁들여 내년 어반형 쇼핑몰로 오픈 예정인 ifc 입점 결정 번복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였다. 이유는 「포에버21」 국내 사업이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대외 활동을 하는 팀장급 영업담당자도 명함에 핸드폰 번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렵게 연결이 되어도 회사 PR팀을 통하지 않고는 어떤 정보도 말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어지는 PR팀의 역할은 당연히 바리케이트. 내노라는 명품 브랜드라면 꼴값에 대한 어드벤티지로 보고 한 두 번 웃어넘길 일이겠지만, 가장 대중적 브랜드의 모양새로는 뭔가 걸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몇 줄 쓰자면, “「포에버21」은 국내 시장에서는 너무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미국 ‘자바’시장이 그들의 배경 역할을 했듯이 여기는 동대문시장이 있으니까…” 사실 「포에버21」은 국내시장 최저가 브랜드다. 명동 거리에 즐비한 ‘구루마 마켓’을 제외하면 가격으로는 당할 자 없다. 동대문 콘텐츠에 마크업 1.7배하는 「밀리오레」와 얼추 비슷한 가격대로 볼 수 있겠지만 평균 잡아보면 경미하게나마 「포에버21」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밀리오레」에는 드문드문 「제일평화시장」이나 「유어스」 「에이피엠」의 상품으로 나름 퀄리티 있는 가게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품 가격만 놓고 보아도 동대문시장의 콘텐츠가 「포에버21」에 교환가치로 따져서 안 될 이유도 없다. 「청평화」와 「디오투」 「테크노」 「평화시장」 등의 도매 저가 상가 중에서 단품을 위주로 하는 상점의 상품을 모아 놓으면 가격으로도 충분히 해 볼 만 하니까. 이런 상점들의 상품을 모아 놓으면 퀄리티면에서도 못할게 없을 듯 하다.

그러나 「포에버21」에겐 세계적으로 통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틀림없이 존재한다. 「포에버21」의 진면목은 가까운데서도 확인된다. 재작년 이 맘 때쯤 오픈한 2640㎡(약 800평) 규모의 명동 엠플라자점. 지하 1층 슈즈 전문, 1층 오피스 레이디 밀착 여성복, 2층에는 남성복과 에이지 커버리지 높은 베이직한 여성복, 3층은 액세서리 잡화와 이너웨어 또 매우 트렌디한 여성복 등으로 운영된다.

매장을 둘러보면 최저가 패션의 놀라운 프리젠테이션 능력에 일단 놀란다. 그리고 파워 있는 카테고리 킬링의 현장이 목격된다. 하이틴과 직장 여성 또 어덜트까지 폭넓은 고객이 뒤섞여 내 상품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저가 패션 상품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이 다양한 사이즈로 제공되고 있는 것.

「포에버21」이 지향하는 매장도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남성 여성 아동 의류 및 슈즈 란제리 액세서리 등 모든 카테고리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다. 수영복과 플러스 사이즈 부문 등 세세한 카테고리 확장을 진행시키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포에버21」의 카테고리 킬링 파워는 그들이 몇 몇 카테고리 브랜드의 실례에서 잘 보여진다. 먼저 「러브21」은 직장 여성을 위한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포에버21」보다 높은 연령대인 25~45세까지 에이지 커버리지가 폭넓다.

명동 매장에서도 보여지듯이 메인 고객은 패셔너블한 아이템을 선호하는 10대지만 점점 「포에버21」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 「러브21」는 스커트의 길이나 핏 과 사이즈 등에서 보다 웨어러블한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소재도 상대적으로 퀄리티를 높이고 여전히 저가지만 나름 프레미엄 분위기를 잡고 있다.

「8TEE4」는 스포틱한 콘셉의 단품 베이직 라인. 단지 단품으로는 베이직한 아이템이지만 스타일링하기에 따라서 굉장히 트렌디한 룩을 연출할 수 있는 컬렉션이다. 후디, 탱크톱, 티셔츠, 튜닉, 니트 쇼츠, 스웨트 셔츠, 니트 스커트, 잡화 등으로 빅&스몰 스타일링도 가능하고 퀴티하거나 섹시 하게도 연출이 가능한 브랜드다.

「페이스21」의 경우에는 모델처럼 트렌디한 옷을 입고 싶지만 사이즈의 선택의 폭이 제안돼 안타까워했던 10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사이즈 스펙에 자신 없는 영 트렌디 고객들에게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동대문 콘텐츠를 베이스로 한 「밀리오레」와 비교해보면 리테일 서비스를 제외하더라도 프리젠테이션 능력과 상품의 버라이어티면에서도 비교가 안 된다. 「밀리오레」와 같은 집단상가는 인기 품목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서 전체의 상품 수는 많아도 열 댓 군데 매장을 돌면 그 나물에 그 반찬이기 십상이다.

또 신상품 공급도 제 각각인 반면 「포에버21」은 매장 운영시간이며 계속적인 신상품 공급이 진행될 정도로 새로운 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포에버21」 매장에 한 시간만 서 있으면 판매사원이 신상품 행거를 이동하는 동선에 여러 번 치일 정도다.

「포에버21」은 패스트 패션 맞다. 핫 트렌드 상품이 기획되어 매장에 공급되는 기간이 6주면 충분하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메인 생산처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희소성 있는 상품을 매일 매장에 공급한다고 한다. 1주일을 주기로 볼 때 전체 상품의 20%가 신상품으로 교체될 정도로 긴박한 상품 회전율도 대단한 경쟁력이다.

현재 「포에버21」 명동 매장의 올해 매출 규모는 월 2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명동 상권에서 확실한 매출 드라이브를 보여주고 있는 「유니클로」와 비슷하게 잡은 수치다. 외신에 따르면 「포에버21」은 지난해 매출 22억6900만 달러(약 2조6400억원)로 외형이 전년대비 35%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한다. 이는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시장 등으로 공격적인 진출을 한 때문이다.

글로벌 차원의 움직임을 감안해 볼 때 한국시장에서의 「포에버21」은 지난 2년간 거의 움직이지도 않은 수준이다. 브랜드 비즈니스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서 저가의 상품 자체로 반응을 얻고 있는 「포에버21」이 작심하고 덤벼들면 동대문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집단상가의 마켓쉐어를 크게 흔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한국의 「포에버21」은 지난 2년간 제자리 다지기 정도만 해왔다. 멀리 뛰기 위한 개구리의 움추림으로 판단하기에는 뭔가 긴장감이 없다. 그러다 갑자기 강남 진출의 대상이 가로수길 상권이란다. 혹 유통망 확장에 의한 판매 수익보다 다른 쪽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관우 기자
cho@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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