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출장을 다녀온 기자는 말로만 듣던 그곳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실정과 비교해보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명확한 시간관리와 놀라울 정도의 업무집중력이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한 사무실에서는 직원들 사이의 잡담도, 싸이질이나 인터넷 서핑 같은 모습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모두들 자신의 업무에 열중이었다. 그렇게 정해진 9시간을 열심히 일하고는 5시나 6시가 되면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했다.
회사에 정당한 노동을 제공하고 정해진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이었다. 또한 회사도 그것을 인정한다.
얼마전 미국 LA타임즈는 한국의 주5일 근무제 논의와 관련해 ‘한국의 주간 근로시간 혁명’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제노동기구의 발표 자료를 인용해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천474시간에 달해 미국(1천979시간), 일본(1천859시간)보다 월등하게 많지만, 시간당 생산성은 11.78달러에 불과해 미국(31.97달러)에 62%, 일본(20.81달러)에는 45%나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서 한국인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타임즈는 '한국인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근무시간 동안 자고 먹고,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며, 인터넷쇼핑이나 주식거래, 카드 게임을 하는 일이 흔하다'고 지적했다. 즉 근무시간에 비해 업무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인을 비하하는 투의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할말이 없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의 패션 종사자들은 밤낮없이 이어지는 업무에 매일같이 야근을 반복하면서도 별 불만없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다보니 으레껏 ‘좀 미뤘다 밤에 하지’하는 느슨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2~3년 사이 국내 패션업계에서 해외진출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최근에는 미주지역에까지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과 브랜드가 생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우리의 조직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 오히려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몇몇 경영진에 국한되어서도 안된다.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패션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와 기업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 세계 시장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날을 기대해본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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