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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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희의 마케팅인사이트 07

2023-06-30 오전 9:42:41

새로운 관점의 탄생, 고객 접근 방식 완전히 달라져야



2023년 6월 8일, 캘리포니아 애플 파크에서 열린 WWDC2023에서 애플의 혼합 현실 기기(Mixed Reality)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가 공개됐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오랜만에 듣게 된 원 모어 씽(One more thing) 한마디에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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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로 공간 컴퓨팅의 시대를 열다



현실과 이상 사이


2007년 1월 9일, 당시 상황을 돌이켜본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이날 아이폰을 발표했다.


애플에 다시  돌아온 잡스는 그동안 예쁜 누드 디자인의 아이맥 G3, 심플한 디자인과 아이튠즈로 음원 관리가 편리한 아이팟 등으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가전업계 전체로 보면 사실 애플의 사업 규모는 크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야심차게 공개한 3in1 (폰, mp3, 인터넷디바이스) 컨셉의 아이폰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이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가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는데 그 근거로 일단 비싼 가격을 언급했다.


당시 애플 아이폰4GB 용량의 판매가는 499달러, 8GB 용량은 599달러로 책정된 것에 반해, 다른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에 애플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100달러만 주면 e메일, 웹브라우징, 비디오, 오피스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살수 있는데, 500달러 수준의 아이폰이 과연 설자리가 있겠냐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또한 키보드 대신 터치스크린 방식이 적용된 것에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사용자들의 습관과 어긋난다는 것이었는데, 타이핑하는데 있어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것은 ‘키보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그의 생각과 다르게 반응했다는 것을 안다. 당시 마이크로 소프트는 인터브랜드 선정 베스트글로벌 TOP2에 위치한 명실상부한 최고의 기업이었다. 그런 회사의 CEO가 경쟁사의 제품이 아무리 좋았어도 호들갑 떨 필요는 없었다. 근거로 제시한 답 역시 결국 틀렸다.



실패와 성공 사이


아이폰(iPhone)은 모바일 전화 산업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다. 게임 체인저란 특정 무기 체계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아이폰이 제안한 모바일 디스플레이(mobile display)는 스마트폰 UI의 표준이 되었다. 손가락은 잡스가 이야기한대로 가장 훌륭한 입력 수단임을 우린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애플은 항상 신제품 출시 때마다 ‘혁신’은 없었다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반응한다.


애플의 제품은 단순히 기술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저가의 중국산 무선 이어폰이 범람했던 시장 속에서도 성공한 에어팟, 스마트워치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일반 사용자까지 빠져들게 만든 애플워치 등 시장의 현 상황을 볼 때 성공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 제품들이 보란 듯이 성공한다.


그 이유는 왜 일까? 우리는 니즈(Needs)를 중심으로 애플을 바라보지만, 애플은 소비자의 원츠(Wants)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니즈는 기본 충족(Basic satisfaction)이며, 원츠는 욕구 열망(Desire for a specific needs)이다. 그럼 고객의 원츠를 충족시키는 애플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일까?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를 토대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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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의 획기적인 혁신은 집과 일터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한다



첫 번째는 미친 완성도


애플 제품에는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도’ 있다. 지구상 어느 제품보다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기술(tech)은 단순히 고성능(high performance)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손에 베일 듯한 제품 완성도뿐만 아니라 유저의 편의 사용성을 극대화 하여 소프트웨어 구동간에도 이질감이 없으며, 고객에게 귀찮은 일을 만들어 주지 않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어떤 것도 소홀하지 않는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완성도 100%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낸다.


이번 비전 프로에서도 이같은 열정은 엿보인다. 비전 프로를 착용한 소비자가 이질감을 느끼지 하지 않도록 2300만 픽셀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나타내며, 본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 M2 칩은 물론, 새롭게 개발된 R1칩도 탑재했다. 새롭게 개발된 R1칩은 총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 등을 자연스럽게 구동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니, 머리에 컴퓨터를 2개 쓰는 것이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 제품 개발에 출원된 특허 기술 만해도 약 5천개 정도 된다고 하니, 현존하는 어떤 VR, AR 기계들보다 높은 완성도로 콘텐츠를 소화할 것은 확실하다.



두 번째는 연결에 대한 집착


애플 비전 프로는 VR(가상세계)의 상상력과 AR(증강현실)의 실제감을 합친 새로운 디바이스를 만들면서도, 휴먼 커넥팅(Human connecting)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부분은 인본주의까지 느끼게 한다. 항상 애플의 제품은 소비자와 연결된다는 인식을 준다.


‘정보의 연결’은 인터넷의 기본 정의이다. 우리는 보통 ‘정보’에 집중하지만 애플은 ‘연결’에 집중한다. 정보는 사용자가 생산하는 것이고 연결은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정보 어플리케이션의 연결은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 소비자들끼리의 정보 연결은 에어드롭을 통해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는 VR과 AR의 개념을 ‘연결’이라는 개념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아님에도 착용자의 눈을 볼 수 있게 하는 디스플레이는 실로 놀랍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 말이다.


쉽게 말해 바라보는 사람은 착용자의 눈을 단순히 고글 속이라고 느끼게 하지만, 실제는 그 눈을 보고 생동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헤드셋 안의 카메라가 착용자의 눈을 인식하고, 미리 촬영했던 고객의 얼굴 이미지를 밖의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헤드셋 안의 카메라가 사용자의 눈을 잘 찍어야 하며, 외부 디스플레이는 그 눈의 이미지를 생경하게 표현해야 한다(참고로 기존의 VR기계들은 막혀있다). 이러한 노력은 애플이 얼마나 ‘연결’에 대해서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



세번째는 새로운 관점


애플의 제품들은 항상 새로운 관점으로 시장을 일깨웠다. 애플2는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라는 새로움을 통해 사무기기로 쓰였던 컴퓨터를 개인화시켰고, 아이폰은 모바일 컴퓨팅(Mobile computing)으로서 이동 전화기를 이동성 컴퓨터로 변화시켰다.


그런 애플의 새로운 주인공 비전 프로의 주장은 한 마디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er)’이다. 내 공간 속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컴퓨팅 하겠다는 개념이다.


본 이론은 애플이 처음 주장한 건 아니다. 20년 전, 2003년 MIT 미디어랩 출신 시몬그린우드(Simon Greenwold)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의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발전하고 있었던 개념이다.


애플은 AR과 VR을 두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컴퓨팅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아주 스마트하고 혁신의 리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컴퓨팅이란 개념을 찾아 주장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보의 입력과 출력 관점에서 입력=키보드, 출력=디스플레이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이폰을 통해 최고의 입력 디바이스는 손가락이라는 새로운 관점을(새롭다기 보다는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이번에 애플은 비전 프로를 통해 출력은 ‘공간’이라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비전 프로의 입력 디바이스는 시각, 목소리, 그리고 손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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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는 사용자가 멋진 앱과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앱스토어(App Store)를 제공한다



니즈와 원츠 사이


사람의 시선이 머무는 무한한 공간에서 디스플레이가 펼쳐진다는 것은 AR의 기본 개념이긴 하지만, 애플은 본인들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애플의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의 콘텐츠를 당신이 시선이 머무는 어떠한 곳에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높은 가격(3,499달러, 메타의 퀘스트프로 출시가격이 1499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에 대해서 선을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의 원츠(Wants)를 건드리고 그 원츠가 폭발하면,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마치 기능측면에서 카시오 전자 시계가 롤렉스 시계 못지 않지만, 그 가격차이는 1천배가 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비평가들은 이 제품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한다. 필수앱(Killer app)이 안보이는데 시장이 과연 반응하겠느냐는 것이다. 게임도 크게 강조하지 않고 단순히 영화를 보거나 업무를 할 때 이 무겁고 번거로운 걸 쓰겠느냐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VR, AR 시장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헤드셋 착용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더 가볍고 편안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것 아니면 안되게끔 하는 것을 만들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이 필자에게도 늘 있었다.


답은 나왔다. 필자에게 애플 비전 프로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다면 긍정쪽으로 베팅할 것이다.


애플은 디바이스 제작사이다.  콘텐츠 제작사가 아니다.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앱들은 대부분이 애플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세상의 괴짜들(nerd)이 미친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이번에 제품을 공개한 WWDC은 Apple World Wide Developers Conference의 약자로,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이다. 쉽게 말하면 애플은 ‘공간컴퓨팅’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비전 프로를 공개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적합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더욱이 애플은 아주 빠르고 영리하게, 고객의 변화를 읽었다. 바야흐로 미이즘(Meism) 시대이다.  Me-Ism이란 ‘내가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의 이념이자 철학이다. 자기 중심적 사고 확장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나를 통과하지 않는 어떤 사람도, 조직도, 공동체도, 가치도, 의미도 나에겐 어떤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이런 ‘미이즘’의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 눈으로 보는 내가 설계한 세상 속에서 나의 행동의 기록들을 분석한 알고리즘이 제공한 인터페이스와 정보들이 나를 더욱 더 발전시킬 것이고, 내 취향에 맞는 사람들까지도 연결될 것이다. 반면 나와 상관없는 조직, 가치들은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폼, 소셜미디어, 온라인 쇼핑몰들은 잡스가 보여준 16년 전의 관점인 입력은 손가락, 출력은 디스플레이, 그리고 정보의 연결 속에서 탄생했다. 우리는 앞으로 새로운 관점인 ‘공간컴퓨팅’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패션 상품이 보여주는 방식, 고객이 체험하는 방식, 그리고 마케팅하는 방식까지 이 공간컴퓨팅 관점에서 이해하고 해석하고, 제안해야 한다. 새로운 관점이 태어났다. 그리고 세상은 그 관점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기업들에게 기회와 성장을 허락한다.


“공간 컴퓨팅의 시대가 왔다(The era of spatial computing is here).” 단언컨대 2023년 6월 8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김만희 칼럼니스트
manee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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