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미래 20ㅣ좋은 브랜드같은 사람, 좋은 사람같은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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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오전 9:41:41


지난주 연재했던 글에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좋은 제품같은 좋은 사람의 공통점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 첫째, 오래 사용해도 언제나 같은 모습입니다.
가전제품 광고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신사복 광고에서는 [막 사 입어도 1년 된듯한 옷, 10년을 입어도 1년 된듯한 옷]이라는 말도 있었죠. 좋은 제품 중에는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반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처럼 자연 세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질서가 된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제품과 좋은 사람에게는 10년이 지나 강산이 변해도 엔트로피 법칙이 통하지 않습니다.
좋은 제품은 원래 형태를 오래 유지합니다. 라미 만년필은 플라스틱인데 10년 동안 사용하면서 그 변형은 거의 없었습니다. 플라스틱 컬러의 변색이 오래 사용한 가죽처럼 느껴지는 것은 저의 착각과 착시입니다. 몽블랑은 변색도 없습니다. 만년필 뚜껑 Cap에 있는 클립 clip의 잔 기스를 제외하고는 항상 신품 같은 컬러를 유지하고 있죠.


제가 절대로 하지 않는 일 중 하나가 사람소개입니다. 특히 예전에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를 한동안 만나지 않다가 다른 사람을 소개해서 낭패를 겪은 일이 많았습니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거나 더 좋아진 사람을 만나기란 참 어렵습니다. 장사도 쓰러트리는 세월 앞에 변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다행히도 저는 좋은 사람을 여러 명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이 추구하는 지식과 신념 그리고 경험을 토대로 단단하게 서 있는 사람입니다.


◇ 둘째. 디테일과 끝마무리가 정교합니다.
자동차를 비롯한 의류까지 좋은 제품의 특징은 끝마무리와 예상하지 못한 디테일입니다. 명품 브랜드 상품을 관찰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 만든 이가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왜 이토록 집착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제가 이렇게 놀래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면서 이렇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명품 브랜드를 카피하는 업자는 겉모습은 얼마든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지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디테일과 마무리입니다. 디테일을 카피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죠. 소비자가 굳이 찾아보지 않는 곳이지만 좋은 제품은 고객에 대한 존경과 섬김으로 디테일에 집착합니다.


자동차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뒷자리마다 숨겨져 있지만, 승차감을 위해서 만든 부분들, 가죽과 옷의 경우에는 바느질과 마무리 끈 처리까지 고민했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좋은 제품들은 평상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그저 그렇게 만든 제품을 경험해보면 '뭔가 좀 다르네'라는 느낌으로 바로 알게 됩니다. 그리고 쓰면 쓸수록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디테일과 마무리가 탁월한 좋은 제품은 내가 대접을 받는 기분을 줍니다. 하다못해 제품 포장을 보면 만든 사람이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죠. 과장된 포장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죠. 반면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여러 업체 경쟁을 통해 만든 패키지는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바로 분리수거되죠. 포장 뜯는 것 자체도 제품이라고 생각해서 만든 제품도 있습니다. 애플입니다. 2008년 애플 아이팟을 처음 사서 패키지를 뜯어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충격이었죠. 좋은 사람도 디테일과 끝마무리가 다릅니다. 회의 중에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 질문의 방법 그리고 몸 행동까지도 다릅니다.


문자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한 번에 보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써서 확인한 후에 복사해 붙여 보냈는지도 알 수 있죠. 커피를 사주었을 때 반응과 리포트 발표할 때 준비성도 다릅니다.


즉흥적으로 임기응변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게임을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으로 준비하여 시작하자마자 모든 것을 자동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리듬을 타면서 일합니다. 디테일과 마무리가 탁월한 사람과 일하면서 그들의 마무리는 마치 자신이 이곳에 있었다는 서명을 남기는 것처럼 일합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면 일에 대해 차원이 다른 의미를 공유해 줍니다.


◇ 셋째, 사용자에 대한 섬세하고 겸손한 배려가 있습니다.  
좋은 제품은 사용하면서 감탄을 넘어 감격하게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많은 기능이 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능까지 발견을 하게 됩니다. 이런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있거나 언젠가는 만들어지죠. 디자인뿐만 아니라 운영체제 iOS를 총괄 관리했던 (전) 애플 디자인 책임자 조나단 아이브의 관점을 들어보죠.


"아이폰이란 하나의 '경험'이라고 믿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이루는 하모니에서 우러나오는 경험인 거죠. 우리는 그 경험을 계속 다듬어 나갑니다. 과감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허물면서 더 강력하게, 더 직관적으로, 궁극적으로는 더 유용하게 만들어갑니다. 친숙함과 새로운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용자 경험은 '친숙함과 새로움'이라는 놀라운 발견입니다. 친숙함이라는 우리 본성에 맞는 것이고 새로움이라는 것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세상에 없던 순간을 말하죠.


소비자는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고 몰라도 되는 기능이지만 그들은 저항과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세심한 디자인으로 보여줍니다.
좋은 제품을 만든 사람은 마치 자신이 사용할 제품인 것처럼 만듭니다. 언젠가는 사용자가 자신의 그 마음을 알게 될 것을 확신하며 만들죠. 자신의 분신처럼 애정을 기울여 만들 때 좋은 제품이 만들어집니다. 좋은 제품에 숨어있는 기능을 보면 마치 사용자를 위한 만든이의 서명처럼 보입니다.


좋은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처럼 대접한다]의 황금률을 가진 사람입니다. 상대방 중심과 입장에서 모든 것을 행하는 사람이죠. 이런 사람과 대화하거나 일하고 있으면 내가 존중받고 있는 것을 느끼죠


참고로 인간은 신과 동물 그리고 무생물까지도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선입견만 가지지 않고 있다면 상대방의 행위가 가식인지 진심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거짓의 배려와 겸손에 자주 속는 이유는 본능적인 느낌을 인정하지 않거나 관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넷째, 보이지 않는 부분도 아름답습니다.
애플의 경쟁사, 그러니깐 국내 핸드폰 제조사에서 프로젝트를 받아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 직원에게서 나에게 "왜 애플 핸드폰을 사용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깐 이곳에서 프로젝트를 받아서 일하면 최소한 같이 일할 때는 우리 핸드폰을 쓰라는 암묵적 압박이었죠.


예전에 어떤 자동차 회사는 자사 회사 자동차 외에 다른 자동차 브랜드를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하게했다는 전설과 비슷한거죠.  암튼 저는 이렇게 설명을 했습니다. "핸드폰 뒤를 열어서 배를 따고 배터리를 바꾸는 것이 좀 끔찍해서요. 핸드폰은 나의 분신에 가까운데 배터리를 갈 때마다 기계처럼 느껴져요." 놀랍게도 그들은 나의 궤변에 수긍했습니다. 지금은 핸드폰 뒷면 커버를 잡아 뜯어서 배터리를 교환하는 핸드폰은 사라졌습니다.


애플의 보이지 않는 면이 궁금하다면 구글 검색창에 '애플 제품 분해'라고 검색하면 소비자가 보지 못하는 애플 기계 내부를 볼 수 있다. 그들은 소비자가 절대 볼 수 없는 부분도 디자인합니다. 확인을 위해서 다른 제품 분해도 검색해서 보시면 수긍하실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애플 제품을 처음 분해했다면 일반 기계처럼 보이지 않고 마치 외계인 설계도를 보는 느낌일 것입니다.


이사를 하다 보면 소파 밑을 볼 때가 있습니다. 럭셔리한 가죽 소파일지라도 그 밑은 천에다가 타카총으로 마무리한 어설픈 모습입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버리는 가죽을 칼로 잘라보니 사람의 뱃살 지방 같은 노란 싸구려 스펀지가 보였습니다. 속아 샀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람의 속을 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의 방법은 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입니다. 사람은 그 속에 있는 것을 꺼낼 때 말로 보여줍니다. 저는 7년 동안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인터뷰를 많이 했습니다. 인터뷰가 시작되면 말의 구조를 살펴봅니다.


주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문장은 수동태인지 능동태인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어떤 구조로 자기 생각을 전개하는지? 특히 어떤 주제에도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살펴봅니다. 상대방이 많이 쓰는 단어를 찾아서 그 단어에 관한 질문을 합니다. 이제부터는 말이 아니라 눈을 봅니다. 믿음, 가치, 세계관과 신념은 눈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진짜를 말할 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빛이 나와 눈을 밝혀줍니다.


사람을 보는 저의 기준으로 설명한 '조심하다'의 의미는 '피하라'와 '기피하다'가 아닙니다. 조심해야만 관찰할 수 있고, 관찰해야만 나의 눈이 주는 잘못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다섯째, 좋은 제품은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릅니다.
좋은 제품은 자기 얼굴이 있습니다. 100m에서 보아도 그 자동차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수십 대 컴퓨터가 진열되어 있어도 단번에 알아보는 컴퓨터가 있습니다. 기능과 실험 횟수만 보아도 이 신발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00년 전에 만들었지만, 여전히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신발도 있죠. 수십 년 아니 수 백 년 동안 자기 얼굴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바뀝니다.


하지만 10년 주기로 보지 않으면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좋은 제품은 경쟁 제품과 다투지 않고 관심과 돈이 쏠리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자신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좋은 제품은 목적을 통해서 자신이 되어갑니다. 좋은 사람도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도 흉내 내거나 경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자기다워지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기에 사람의 인정, 칭찬 그리고 비판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가 어떤 일을 하든지 좋은 사람은 그 사람답게 일합니다. 그렇게 하는 일들은 경력이 되고, 그 경력은 소명의 열매가 됩니다. 자기답게 일하는 사람의 가치는 남들도 부러워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자기답게 일하면서 남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무한한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그것이 자신의 얼굴입니다. 자기 이름을 빛나게 합니다 


◇ 좋은 제품은 브랜드를 만들고, 좋은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만든다.
제품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좋은 제품의 기준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태도에 있습니다. 디테일, 내구성, 섬세함,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처리 그리고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자세입니다.


좋은 제품이 되는 방법은 자기를 위해서 만든 제품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제품이 될 때 우리는 그 제품에서 만든 사람의 정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햄버거와 자기 자식에게 줄 햄버거는 돈을 벌기 위해 파는 햄버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마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자본주의 시장 경쟁에서 가성비를 가치로 만든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제품을 볼 때 가슴이 뜁니다.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캠페인 중에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Buy less, Demand more(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라는 캠페인입니다. 이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당신에게는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변화시킬 힘이 있습니다. 오늘날 의류 산업은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오염원 중 10%를 배출합니다. 또한 의류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직군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목소리를 높인다면 산업계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깐 환경오염과 공정무역에 대해서 사용자가 권리를 주장하면 오염 분야 2위인  의류가 변할 수 있다고 양심선언을 한 것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자신의  옷을 구매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원료를 공급하는 사람도 식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듯, 좋은 제품이어야만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제품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제품 그 너머에서 자신의 제품의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고 상상만 했던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죠. 단 한 번도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 우리는 가족처럼 수년 혹은 수 십 년 동안 우리는 그들이 만든 제품을 응원하고 그들은 자신의 제품으로 우리를 돌보아 줍니다.


그들이 만든 제품으로 우리의 일상과 직업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제품을 구매할 때 그 제품을 만든 사람부터 '조심스럽게' 찾습니다.  탈무드에서 '친구를 고를 때에는 계단을 한 걸음 올라가라'라는 말이 있죠. 제품을 고를 때도 친구 선택처럼 한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비싼 제품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모든 소비자가 이처럼 좋은 제품을 선택한다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아니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좋은 제품은 좋은 생태계를 만듭니다.


사람도 같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모임을 조직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생태계입니다. 브랜드 성공전략은 자신이 브랜드, 생태계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브랜드 론칭하기 전에 브랜드를 경험하십시오. 브랜드는 전문용어를 외워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브랜드 관점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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