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에 걸맞은 산업경쟁력부터 갖춰야
가+
가-
이채연 패션인사이트 취재부장

2018-08-02 오전 9:05:52

인건비 탓만? 재고 부담·고비용 유통 사업모델 혁신할 때 


“경영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경기보다 경영환경 악화에요. 최저 시급 만원이니, 주 52시간 근무제니, 급여 감당을 못하고 일을 더 시키지 못해 문제가 아닙니다. ‘브랜드’의 생산, 판매 과정에 본사만 존재하나요? 봉제 임가공 등 협력사 인건비가 오르면 생산원가가 오르니 판매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만만치 않죠. 주말장사를 해야 하는 생계형 대리점주와 중간관리자들은 어떻겠습니까. 대형유통은 수수료 인상 명분까지 생기는 겁니다. 경영자로서 가진 문제의식은 정부가 산업에 연쇄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대비할 시간도 없이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겁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 패션기업 사장은 “세금 보다 무서운 인건비”라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시간 당 7530원 대비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이 적용 대상이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시급 8350원을 지키기 위해 경영계가 총 16조3508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달 23일 고용노동부에 A4 용지 17장 분량의 사유서와 이의제기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경총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영향률이 전체 근로자의 40%에 달한다며 ‘임금수준은 회사의 지불능력 안에서 노사 자율로 결정한다’는 노동법 기본원리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청년층 아르바이트가 많아 단기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패션기업 중 디자인, MD, 영업부서 등에 근무하는 임직원에게 최저시급 미만의 급여를 주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패션기업들은 보편적으로 주 5일, 점심시간을 포함해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를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도 당장 문제가 된 기업이 많지 않아 보인다.

패션기업 경영자들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우리나라가 경제규모에 맞는 임금수준과 노동환경을 가져야 함은 시대의 흐름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다수의 경영자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을 향해 각을 세운다. 입장을 정리해 보면 ‘우리 패션산업 구조가 아직은 선진국 수준의 임금과 근무시간을 적용할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패션기업 경영자들이 말하는 우리 산업경쟁력에 대한 아픈 성찰을 엄살로 치부할 수는 없다.
적어도 패션기업만이 아니라 패션기업에게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임가공 하청을 받는 업스트림, 매장의 노동환경과 고용구조를 함께 들여다 봐야 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과 소비증대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인건비 인상분을 포함한 원가 상승과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는 계산이 쉽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더해지면 ‘법대로만’ 하기도 어렵다. 일할 사람이 가뜩이나 부족한 영세 공장, 만든 만큼 수입을 가져가는 ‘객공’들은 어찌할 것이며 시즌 품평회를 앞둔 디자인실이나 매 시즌 특정 기간에 광고촬영과 매장 오픈 일정이 집중되는 VMD실은 말 할 것도 없다. 

현재 패션기업들의 업무 프로세스로는 수많은 경영자들이 잠재적 범법자나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수당을 바라지 않고 업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근무시간을 연장하더라도 기업은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현실이 무시된 정책은 비판하고 보완을 요구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나 예외와 특례를 바랄 수 없는 일이다. 화폐개혁이나 국가재난이 있지 않은 한 최저임금은 최소 동결 또는 인상될 수 밖에 없다.

패션기업 스스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다. 우리 회사에게 재고를 잔뜩 안고 시작하는 고비용 유통 구조보다 인건비가 더 큰 리스크인가?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  
 



leecy@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