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생의 브랜딩
기업과 브랜드가 소수의 소유물이 아니고 상생을 통해 지속 발전 가능하다는 개념은 그 의미가 아무리 좋아도 구체적인 실천이 어렵습니다. 개념이 방대하고 모호하며 당장 기업의 이윤에 큰 득이 되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서는 배부른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브랜딩'에는 최고경영자의 장기적 안목과 강력한 의지가 필수입니다.
글로벌 리조트 기업인 미국의 MGM은 다른 회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속가능담당 부회장(Senior Vice President and Chief Sustainability Officer)'이란 직책이 있습니다.
MGM이 2009년 라스베가스에 건축한 복합 리조트 단지인 '시티센터(City Center)'는 6개의 럭셔리 호텔과 쇼핑센터, 명품상점, 레스토랑들이 들어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장소로 손꼽힙니다. 놀랍게도 이곳은 친환경 시스템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절약하며 작동이 됩니다.
MGM 리조트가 벌이고 있는 '그린 어드밴티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5년간 수영장 3700개 분량의 물을 절약하고, 쓰레기 재활용률을 455%나 늘이는 등 에너지효율 극대화, 이산화탄소 배출량 최소화를 실현하여 친환경 기업에게 수여되는 각종 상들을 휩쓸었습니다.
친환경 프로젝트는 자연의 에너지를 극대화 하기 위해 건축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부담감이 많지만, 그러한 일을 자부심을 가지고 수행하면서 기술을 가진 작은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동반성장도 이끌었습니다.
또한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CSR위원회'를 통해 지속성장과 수익성을 함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이를 통해 친환경에 투자한 비용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탐스(TOMS) 슈즈는 탄생할 때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네임에서부터 'Shoes for Tomorrow' (내일을 위한 신발) 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한 명의 소비자가 신발을 하나 구매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에게 신발을 하나 구매하는 ONE for ONE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소비자는 신발을 구매하는 행위 만으로도 선한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브랜드의 철학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서 많은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단순한 시스템 만으로도 브랜드가 엄청난 응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 책임, 존경, 자부심의 공동체
최근 8년간 연속으로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을 받은 '한미글로벌'은 업계에서 인정받은 강소(强小)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10여 년 전부터 6개월 출산휴가 보장, 자녀 수에 상관없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자금 지원, 어린 아이를 둔 여직원에게 출퇴근 탄력 근무제 실시 등의 복지혜택과 배려 시스템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정이나 해석이 애매할 때는 회사 편에 서지 말고 직원 편에 서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가족으로 생각하는 이 원칙은 내부 구성원들의 자긍심과 소속감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 회사의 직원들은 입사시에 매달 월급의 1%를 기부한다는 내용의 고용계약서를 작성합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기부한 금액의 2배를 매칭펀드(matchingfund)를 통해 함께 기부합니다. 그리고 임직원이 매달 최소 1회씩 봉사활동을 실시하며, 2010년에는 아예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의견을 “돈을 좀 쓰지만 얻는 게 훨씬 많다. 직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재미있게 일하며, 동료애로 뭉치고 조직에 자부심을 느껴서 단합된 힘을 발휘한다” 라고 말합니다. 모래알 조직이 아닌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는데 오히려 사회공헌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역설입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는 존경 받고, 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며, 고객과 파트너들에겐 긍정적 지지를 받는 공동체 브랜딩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공동체의 개념을 염두에 둔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우호적이며 긍정적인 소비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닙니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소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까지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상당한 영향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과 브랜드가 획득한 거대한 파워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 안에서 기업과 브랜드의 책임과 중요성이 매우 큰 이유입니다. 미래 대한민국을 빛낼 탄탄한 브랜드의 탄생은 결국 공동체의 브랜딩을 통해 씨 뿌리기를 할 때 자라날 수 있습니다.
공동체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성장할 때 브랜드는 지속적 지지를 받으며 100년 이상 성장가능한 진정성 있는 브랜딩의 구조를 완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본부장
eugenekim@tjin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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