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브랜드가 ‘하청 업체’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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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 김하나 기자

2013-04-19 오전 10:10:21



최근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인 캐주얼 가방 브랜드 「로우로우」. 평소 활발하게 소비자들과 소통해 온 「로우로우」 페이스북에 얼마 전 눈길을 끄는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Which one is RAWROW?(어느 것이 로우로우일까요?)’라는 문구와 함께 언뜻 보기에 똑같은 가방 두 개가 나열된 사진이었다. 자세히 보니 디테일이 교묘하게 달랐다. 하나는 「로우로우」의 ‘R백’, 다른 하나는 캐주얼 브랜드 「도크」가 이번 시즌 출시한 가방이었다. 


「도크」를 전개하는 리얼컴퍼니가 아직 공식 입장을 취하지 않았기에 카피 여부에 관해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게시물을 본 대부분의 페이스북 유저들은 「로우로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자세한 얘기를 듣고자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를 만났다.
디자인 도용도 문제지만, 리얼컴퍼니의 태도가 그를 더욱 실망스럽게 했다. 삽시간에 게시물이 퍼지자 리얼컴퍼니 담당 임원이 부랴부랴 연락을 해왔단다. ‘한 두번 있는 일이 아니질 않느냐. 이번 건은 왜 이렇게까지 여론몰이 된 건지 모르겠다. 전량 회수 조치했고, 곧 내용증명 보낼 테니 확인해 달라.’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먼저 아닌가요?” 이 대표는 탄식했다.


얼마 전 패션그룹형지 홈페이지에 최병오 회장 명의로 된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뜻밖에도 ‘사과문’이었다. 형지의 「크로커다일레이디」가 인디 브랜드 「지나인뉴욕」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였다.


최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작년 인디 브랜드페어에서 한 인디 디자이너의 가방을 접하고, 사입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했지만 원만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후 본사에서 출시한 두 가지 가방이 해당 인디 디자이너로부터 받았던 샘플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디자인 카피를 사실상 인정했다.


패션계에서 디자인 도용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동안은 ‘업계 관행’, ‘좋은 게 좋은 거지’ 식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실무 부서에서 적당히 해결하는 안일한 대응이 만연해 있는 업계 현실에서 최고 경영자의 머리 숙인 사과는 눈에 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자는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지 최근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많은 패션기업들이 인디 브랜드를 마치 자신들이 거래하던 프로모션 회사처럼 ‘하청 업체’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갖게 됐다.


패션기업들이 인디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들만의 새로운 감각과 차별화된 감성 때문일 것이다. 창의적이고 신선한 디자인을 원하는 패션기업들은 ‘새로움’을 원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인디 브랜드만의 독특한 감성을 필요로 한다.


엄밀히 말하면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영역에 접근하기 위해 소규모 업체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 아닐지. 하청 업체를 다루는 ‘갑-을’ 논리에서 벗어나 파트너 관계 정립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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