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유통, 뒷북 치는 경영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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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12-12-11 오후 1:51:09


패션 사업에서 유통망 확보는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무리 옷을 잘 만든다고 해도 고객과의 접점인 유통망이 없다면 어떻게 매출이 발생하겠는가?
올가을 시즌을 앞두고 론칭한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은 론칭 3개월만에 유통망 100호점을 확정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들 두고 업계는 "패션 업계 역사상 유례없는 일대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유통망 확보가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의 유통망 개설은 영업부서에서 담당한다. 몇몇 회사는 영업부 외에 별도로 유통망만 전문적으로 개설 관리하는 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점포개발팀·유통혁신팀·상권개발팀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들은 영업부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유통망 개설 노하우를 갖고 있다.
전국의 건물 및 건물주 이력을 줄줄이 꿰고 있고, 전국 주요 상권 구석구석을 눈 감고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이들은 대리점 개설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는 대리점주 리스트를 개인별로 수백 명 이상씩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이 분야 달인이라 불릴 정도의 실력가인 이들도 요즘 잘 풀리지 않는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최근 가장 핵심 유통망으로 떠오른 복합 쇼핑몰에서 제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기 때문.


복합 쇼핑몰의 가장 좋은 위치를 보면, 늘 해외 SPA 브랜드가 차지한다. 그것도 파격적인 입점 조건에 가장 넓은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SPA 브랜드가 명당을 먼저 차지하면, 그 다음 나머지 공간에 국내 브랜드가 뒤를 이어 입점한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브랜드 경영진들의 뒷북 경영에서 비롯된다.


유통망 개설 부서가 회사에 복합 쇼핑몰 입점 관련 품의를 올리면 회사 경영진들은 “여기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 오는데?”라고 묻는다. 아직 확정된 입점 브랜드가 없거나 자사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들만 있다고 생각되면 결재는 거부된다. “우리회사 브랜드보다 일명 잘나가거나 아니면 굵직한 해외 SPA브랜드가 입점하면 그때 다시 올리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얼마 전 A 복합 쇼핑몰의 MD부서장이 한마디 했다. "아니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님도 쇼핑몰에 입점 품의를 올리면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는지 보고 판단한다면서요?" 패션 업계에서 점포 개발 수준이 가장 높다는 이랜드 조차도 타 브랜드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줏대 없는 행동을 한다고 비꼰 말이다.


국내 패션 업계에서 ‘남 눈치 보는 경영’으로는 좋은 유통망을 차지할 수 없다. 해외 SPA 브랜드가 먼저 좋은 곳을 차지하고, 그 다음 나머지 중에 고르는데 무슨 좋은 먹거리가 있겠는가?


한 복합 쇼핑몰의 임원은 “MD시 가장 먼저 계약하는 브랜드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복합 쇼핑몰 활성화에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이 혜택을 국내에서는 「유니클로」·「자라」·「H&M」 이 독차지 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도 상권 분석 후 좋은 평가가 나온다면, 타 브랜드 입점 여부와 상관없이 적극적인 입점 결정이 필요하다. 남 눈치 보지 말고 제일 먼저 움직여 제일 좋은 자리를 확보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단서를 달면 된다. 약속한 MD 구성이 안 될 경우 계약을 해지 하겠다고.


브랜드가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먼저 유통망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 좋은 유통망을 제일 먼저 확보하는 선점하는 경영이 필요하다. 남 눈치보다 뒷북 치는 경영은 아니다.



김성호 기자
ks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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