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 패션 브랜드의 중국 진출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30여 개사 40여 개 브랜드가 진출해 이미 안착했거나 나름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직 중국에 발을 건네지 못한 브랜드들도 최근 부쩍 중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중국행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반대로 요즘 들어 중국 패션 브랜드의 한국 진출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중국 브랜드의 한국 진출 이야기는 은근히 중국 패션에 대해 무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우리 패션계에 ‘설마(?)’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2∼3년 전만 해도 중국에는 브랜드다운 브랜드가 없었던데다 최근 급성장을 했다고 해도 한국에 진출할 만큼 패션력이 있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패션 브랜드를 상대로 한국 도입을 타진한 사람들이 있고 중국 패션 기업의 한국 진출에 대한 의욕도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 패션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려는 것은 한중협력라인을 구축해 한국내 우수한 디자인력과 중국내 경쟁력 있는 생산라인을 이용하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비슷한 체형과 비슷한 복습관을 가진 한국이 진출하기에 용이하고, 한국 진출을 통해 중국내 글로벌 브랜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록 한국시장이 작지만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매출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통계로 중국의 최고 패션 그룹인 야글의 매출은 10억위안(한국화 약 1천250억원) 수준이고 최고 여성복 브랜드이자 프랑스합작 브랜드인 「에탐」의 매출이 4억위안(한화 약 500억원) 정도다. 한국에는 연매출이 5천억원이 넘는 브랜드가 다수 있고 1천억원이 넘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이 볼 때 한국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현재 한국의 재래시장에는 중국 의류 기업으로부터 수입한 중국산 옷이 범람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OEM 생산한 것이 아니다. 또 동대문시장 등에 일부 중국 패션 기업의 옷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중국의 패션 브랜드가 자체 브랜드를 달고 한국 진출 형태로 영업하는 곳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패션 기업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의 몇몇 중견 패션 기업과 상담하고 돌아온 사람들에 따르면, 중국의 패션 기업이 한국 진출에 대해 생각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의 패션 기업이 한국시장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대부분 기업이 패션력에서 자신없어 했다. 아직은 한국 패션이 중국보다 한수 위인 상황에서 한국시장 진출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시장을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방문하는 중국 C사 사장은 자신들의 제품력이 “한국 백화점의 유명 브랜드보다는 못하고 동대문시장 제품보다는 낫다”면서도 디자인력은 아직 따르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중국의 급성장 브랜드는 대부분 유럽이나 한국, 일본 등 패션 선진국의 카피로 성장하고 있는데, 40대 전후가 주로 찾는 명품을 카피해 영 브랜드에 적용하면서 싼 면 소재를 주로 사용해 콘셉트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중국에서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둘째는 중국내 내수시장이 활발해 구태여 어려운 한국시장에까지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중국의 중견 패션 브랜드인 P사는 지난해만 85%의 성장을 이뤘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부분 패션 브랜드들이 연 30∼40%대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다. 여기서 막대한 이윤과 보증금에 의한 자본형성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데 굳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고 이익도 없는 한국시장에 정열을 쏟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한국 도입시 가격이 문제다. 중국의 브랜드들은 200∼500위안 정도 가격대의 옷을 주로 생산하면서 대리점 모집에 나서, 10만위안 내외의 보증금에 택가의 45%에 공급하고 반품을 15% 정도 받아주거나 40%에 공급해 10% 정도 반품을 받아주는 형태로 영업을 한다. 한국이 택가의 40%에 도입한다고 해도 관세 13%와 부가세 10%를 선납하고 나면 수입원가만 49.72%이고 이를 3배수만 적용해도 대략 150%를 받아야 한다. 이 가격이 한국의 유명 브랜드에 비해서 싸다고 해도 중국 제품에 대한 ‘싸구려’ 인식이 문제다. 이 외에 상품공급이나 문화적 격차도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여러 가지로 볼 때 아직은 중국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벌써 중국 패션 기업의 한국시장 진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실제로 접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 패션 기업의 한국 진출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중국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밀고 들어올 시기는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이 정점을 통과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한 3∼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