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 |
박서원 오리콤 전 부사장이 패션 엑셀러레이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16년 101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세일즈를 도왔고, 지난해부터 '하로킨'을 시작으로 5개 브랜드를 적극 도와 성장시킬 계획이다. 박 전 부사장은 세간에 알려져 있듯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한 광고기획으로 이름을 알린만큼 성장가능성 높은 브랜드들을 발굴하고 어떻게 대중들에게 알릴 것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린다.
첫 선보이는 '하로킨'은 레이어에서 10년간 MD를 맡았던 소민호 디렉터가 키를 잡는다. 매시즌 고정된 컬렉션을 발매하는 것이 아닌 아이템 하나하나가 스토리를 담고 있는 '스토리웨어'로 전개한다. 특히 '하로킨'은 박서원 전 부사장이 직접 메시지, 로고, 패턴 등 디자인과 기획 전반에 참여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박서원 전 부사장과 소민호 하로킨 대표를 만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도전에 대한 계획들을 들어봤다.
박서원과 아들이 함께 촬영한 보그 화보 |
Q) 패션에 유난히 애정이 많은 이유는?
박) 2010년 뉴욕 스쿨오브아츠비주얼을 졸업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빅앤트인터내셔널이라는 광고회사를 차렸는데, 2009년 '뿌린대로 거두리라'라는 광고 캐치프레이즈로 뉴욕 광고제에서 수상하면서 좋은 커리어를 시작했다.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어내는 일에 즐거움을 느껴서인지 브랜드를 기획하고 싶다는 염원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4년 두산그룹 광고계열사인 오리콤이 실적이 부진하면서 부사장 자리로 들어갔다. '보그' '지큐' 등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매거진과 콘텐츠들을 전개했었고 브랜딩과 디자인에 특화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후광이 따라다니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오리콤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소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하는 일 모든 것들을 믿어주시는 덕에 더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Q) 패션 엑셀러레이터 사업이 처음은 아니다
박) 예전부터 젊은 아티스트들을 돕고 싶었다. 그들이 가진 작품과 재능을 가감없이 표출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2018년 서울패션위크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을 후원하기도 했고,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두타몰에 1년간 무상으로 매장을 오픈할 수 있는 기회와 3000만원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글로벌101은 시기도 그렇고 방향성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첫 선을 보이는 '하로킨'을 비롯해 '노앙' '페이우' 등 여러 브랜드들의 세일즈를 대행했지만, 정작 브랜드들에게 필요한 방향성 제시와 성장 단계에 따른 컨설팅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시행착오들을 겪었기에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첫 엑셀러레이터 대상인 '하로킨' |
Q) 다른 엑셀러레이터에 비해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박) 오리콤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브랜드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컨설팅하는 것이 첫번째 계획이다. 현재는 키다리 아저씨 입장에서 개인으로 브랜드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단계다. 어느 브랜드는 투자자로 들어가있고, 어느 브랜드는 기획에만 우선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하로킨'도 시즌마다 컬렉션을 발매하는 스트릿 브랜드와 다르게 MZ세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아이템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담는 스토리웨어로 기획했다. 아직 생산 자금을 지원하는 부분은 고려하는 단계이지만,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지원해줄 생각이다. 가장 먼저 보여줄 '하로킨'은 디자인부터 실무 전반에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 미스치프와 콜래보레이션도 주도했고, 콜래보 컬렉션 메시지인 'This Girl Can'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기획했다.
지금은 너무 수직적 관계로 접근하기보다 함께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브랜드 디렉터들과 접근하고 소통하면서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성장단계에 따라 브랜드들이 필요한 부분들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스토리가 부족한 브랜드에게는 스토리 기획력을 더해줄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생산자금이 필요한 브랜드에게는 자금을 투입해 안정적인 공급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겠다.
Q) '하로킨' 디렉터로 도전을 시작했다
소)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와 지금의 레이어는 많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게 나도 변화에 적응을 해야했고, 내 스스로 넥스트 스텝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독립까지 이르게 됐다. 그 때 마침 '하로킨' 브랜드 디렉터 제안을 받았고, 브랜드의 방향성에 매력을 느꼈다. 컬렉션 기획에 소모되는 에너지, 자원 투자를 줄이고 고정된 브랜드 방향성을 탈피해서 이슈마다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매일매일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하로킨'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가?
소) 작년 보그 매거진을 통해 '미스치프 X 하로킨' 컬렉션을 살짝 맛보기로 보여준 적이 있다. 아무런 편견없이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의미를 던지는 'This girl can' 테마의 협업 컬렉션이다. 이렇게 모든 컬렉션과 아이템에 메시지가 담길 예정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주변 스트릿 브랜드에 몸담았던 형들도 하나 둘씩 먼저 독립을 했고 그 형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우선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플레이를 시작한다. 무신사와 29CM에 입점했고, 초도 물량을 찍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보니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기 어려워 한정된 자원으로 생산을 해야하고, 생산했다 하더라도 반응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박 전 부사장님께서 여러가지 조언을 주시기도 하고 꾸준히 소통하고 있어 자신감도 크다.
서재필 기자
sjp@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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