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섬역 근처 한적한 주택과 특색있는 커피숍들이 모인 서울숲 길을 걷다 보면 알파벳 R 간판이 돋보이는 6평 남짓의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참신함과 낯선 콘텐츠로 이 조용한 거리를 활기차게 만든 공간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프로젝트 렌트’다. 이곳은 브랜드 컨설팅 전문기업 필라멘트앤코(대표 최원석)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이다. 좋은 콘텐츠를 가진 스몰 브랜드나 신진 브랜드를 보여주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인 셈이다. 스타트업 코스메틱 브랜드부터 독립서점 브랜드,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공방, 환경을 생각하는 리사이클 브랜드 등이 소개됐으며 자체 전시를 선보여 화제를 일으켰다. 지금까지 ‘프로젝트 렌트’에서 선보인 콘텐츠를 살펴보면 어떤 곳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와 온라인 쇼핑 부상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기존 유통 강자들은 온라인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렌트’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이후에도 방문객이 증가한 케이스다.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가 될수록 실제 경험과 직접 소통에 대한 소비자의 경험은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 역시 미래의 중요한 채널로 존재할 것”이라며 “뻔한 매장, 판매만을 위한 매장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확실한 메시지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이상 공급자 주도의 보여주기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 주도의 풀 마케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LG전자에서 디자인 개발을, 현대카드사에서 브랜드 관련 디자인 및 기획 업무를 진행한 실력파다. 2014년 디자인과 상품기획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컨설팅 전문기업 필라멘트앤코를 설립했으며 2018년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프로젝트렌트’를 기획해 주목 받고 있다.
롯데월드의 팝업스토어가 열린 ‘프로젝트 렌트’ 6호점 |
◇ 새로운 시각으로 공간 재구성 ‘평양 슈퍼마케트’ ‘성수당’ ‘트로스트’…명확한 메시지로 어필
최 대표가 ‘프로젝트 렌트’ 비즈니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높은 임대료 덕분에 강남권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부분이었다. 커피 애호가인 그는 맛있고 특색있는 카페를 방문하려면 한남동, 을지로까지 가야만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코로나 여파로 강남권에 비어있는 건물이 많아지면서 한남동에서 볼 수 있을법한 카페들이 강남권에서도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최 대표는 이를 계기로 콘텐츠가 돋보이는 가게를 소비자 주위로 끌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건물주를 설득하기 시작, 본격적인 비즈니스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팝업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건물주의 변심으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비어있는 공간을 직접 임대해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최 대표는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하기에 건물주로서도 손해 볼일 없었다. 좋은 공간으로 입소문 나면서 상권이 활성화되고 건물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결과적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판매가 아니라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렌트’는 총 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 중에서 5개 매장이 성수동에 위치, 이는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동시에 소비력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뻔한 콘텐츠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실제로 좋아할만한 볼거리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소규모 브랜드 위주로 진행, 6평 공간에서 밀도감 높게 매장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확실한 콘텐츠를 가진 소규모 브랜드나 스타트업 브랜드가 ‘프로젝트 렌트’의 문을 문을 두드렸다. 비건 뷰티 브랜드 ‘멜릭서’, 업사이클 가방 브랜드 ‘씨랜드’, 패션 브랜드 ‘빌더굿’, 문구 브랜드 ‘프렐류드스튜디오’ 등이다. 또한 필라멘트앤코의 자체 기획도 화제를 일으켰다. 첫 기획인 ‘평양슈퍼마케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통일 이후 북한에 생길 수 있는 슈퍼마켓을 모티브로 만든 팝업 스토어다. 북한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 경험해보자는 취지로 기획, 뜨거운 반응을 일으켜 팝업 성지로 떠오르게 됐다.
최근 선보인 국가무형문화재인 무속인과 협업해 선보인 신개념 점집 ‘성수당’과 심리 상담 앱 ‘트로스트’ 팝업 스토어의 반응 역시 대박이다. 오픈 한 시간 만에 예약이 완료,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성수당의 경우 그 동안 소외된 콘텐츠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최 대표는 “그 동안 북한, 무속신앙이라는 콘텐츠를 무겁게만 생각해온 것 같다”며 “평양슈퍼마케트, 성수당을 통해 소비자에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인사이트를 높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렌트'가 선보인 '평양 슈퍼마케트' |
◇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로 승부
성수>부산>해외로 확대 및 온라인스토어 선봬
‘프로젝트 렌트’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그저 예쁘고 멋진 인테리어가 아니라 공간을 채우는 확실한 콘텐츠로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이왕이면 소비자들이 즐겁게 체험할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더했다.
실제로 ‘프로젝트 렌트’가 기획한 굿즈 판매율이 높은 편, 굿즈 맛집이라 불릴 만큼 MZ 사이에서 인기다.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스몰 브랜드 이외에도 앱손, 현대자동차, 롯데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 렌트’는 올해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따라서 스토어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서울권에서는 성수동 이외의 지역을 물색 중이며 지방권까지 확대, 부산이 유력 후보지로 추진 중에 있다. 또한 굿즈 아이템에 대한 문의가 쇄도, 온라인 스토어를 활성화시켜 판매가 이어지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팝업을 진행하고 사라지는 매장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던 찰나 이를 지방까지 확대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더 나아가 해외까지 진출해 한국의 콘텐츠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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